증권사 변신 고려하는 우리종합금융도 부동산 PF 주의보
메리츠종금증권 선례 따라가나
한신평 “부동산 PF 양적·질적 위험도 높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기업금융(IB)을 비롯해 수신·여신 업무가 가능한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이 최근 지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마땅한 증권사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종금 덩치를 키우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우리종금이 증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인지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PF다. 업계에선 우리종금 역시 부동산 PF가 핵심 사업인 만큼 부실 위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종금은 최근 1조1000억원을 상회하는 중형 증권사 수준의 자기자본을 갖추게 됐다. 현재 6739억원 규모인 우리종금이 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다. 이는 기존 자본 규모 대비 74% 수준으로, 우리금융그룹에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지 4개월 만이다.
우리금융이 우리종금 몸집 키우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증권 기능 및 네트워크를 강화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IB 부문에서 자본 규모는 위험 인수 능력의 판단 기준이 된다. 리스크 한도를 결정하는 만큼 영업력에 중요한 요소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취임 초부터 증권사 인수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우리를 포함해 KB·신한·하나·NH 등 5대 금융지주 중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은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내부적으로 자기자본 1조원에서 3조원 사이의 증권사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이 ‘플랜B(차선책)’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 중개를 제외하고 증권사가 하는 업무 대부분을 하고 있는 우리종금의 기초체력을 다져 추후 증권사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다. 이미 우리종금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 인근에 있는 사옥을 증권사들이 모여 있는 여의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초엔 투자 정보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증권사 인수를 염두에 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만약 이 시나리오대로 되면 우리종금에 인수·합병된 증권사는 종금업 라이선스(면허)를 갖고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메리츠증권은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해 종금업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여·수신 기능 등을 10년간 겸영했다. 이 기간 메리츠증권은 초대형 증권사로 성장했다. 과거 동양종금증권(현 유안타증권)도 예금자 보호를 무기로 C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인 바 있다.
일각에선 우려가 나온다. 우리금융도 부동산 PF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부실이 어느 정도로 번질지 알 수 없는 만큼 M&A에 뛰어들긴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종금의 지난 9월 말 기준 부동산 PF에 대한 대응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은 100%를 넘었다. 다른 증권사들 평균이 44%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 중 최근 가장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브릿지론(사업 초기 토지 매입 및 인허가용 장기 차입금) 비중이 50%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우리종금의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자본완충력 제고 측면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9월 말 자본총계(6744억원)의 약 74% 수준”이라며 “우리종금은 발행어음을 통한 수신 기능이 존재함에 따라 레버리지가 8.4배로 높은 편이였으나, 유상증자 이후 4.8배 수준으로 낮아지며 자산부실에 대한 완충력이 제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신평은 “비우호적인 부동산 업황과 PF의 양적·질적 위험 고려 시 자산 부실 위험 수준과 추가적인 손실 여부 및 규모는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릿지론 대부분이 중·후순위인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PF 양적·질적 위험도는 A~A+급 증권사 대비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다. “2023년 9월 말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2.2%로 지표상 우수한 수준이나, 실제적인 자산 부실 위험은 지표 대비 높다”는 게 한신평의 분석이다.
오지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신용도가 높은 증권사조차 안심할 수 없는 최근 부동산 PF 대내외적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종금의 부동산 PF 위험도는 훨씬 높다”면서 “자본확충이 실제 IB 부문의 경쟁력과 이익창출력 개선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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