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STL 관심 끌긴 했는데"…포스팅 마감 임박했는데, 왜 과거형일까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고우석(26)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관심을 끌긴 했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매체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의 데릭 굴드 기자가 3일(한국시간) 새해를 맞이해 팬들과 나눈 대화에서 고우석을 언급했다. 굴드는 세인트루이스 전담 기자로 잘 알려진 인물로 김광현(36, SSG 랜더스)과 오승환(42, FA)이 세인트루이스에서 뛸 때 둘의 소식을 다뤄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하다.
굴드는 한 팬에게 "세인트루이스 구단이 FA 구원투수 가운데 누구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는지 느껴지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세인트루이스는 올겨울 불펜 보강이 절실한 팀 가운데 하나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올해 불펜 평균자책점 4.47로 빅리그 전체 23위에 그쳤기 때문.
굴드는 이 질문에 답하면서 고우석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지금까지 상황은 지난 몇 달 동안 보도한 내용과 비슷하다. 세인트루이스는 마쓰이 유키(샌디에이고 카디널스, 5년 2800만 달러 계약) 영입에 실패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여전히 오른손 불펜 투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조던 힉스와 재결합 또는 베테랑 불펜 필 매튼을 영입할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고 먼저 말했다.
이어 고우석을 언급했는데, 세인트루이스의 관심은 과거형이었다. 굴드는 "고우석은 세인트루이스의 관심을 끌었는데, 계약 창구가 곧 닫힌다. 고우석은 포스팅 상황에 있고, 포스팅 비용이 들지 않는 마쓰이 같은 옵션이 더 매력적이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굴드의 설명을 토대로 추측하자면, 세인트루이스가 고우석에게 분명 관심은 있었으나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협상할 시간이 부족하고 추가로 드는 포스팅 비용도 부담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올겨울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이정후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례를 살펴보면 계약 구단이 이들의 원소속 구단에 지불하는 포스팅 비용이 왜 부담인지 잘 알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78억원)에 계약하고, 이정후의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에 지급하는 포스팅 비용 1882만5000달러(약 246억원)를 추가로 써야 했다. LA 다저스는 야마모토와 12년 3억2500만 달러로 계약하면서 투수 역대 최고액 대우를 해주는 것도 모자라 야마모토의 원소속팀 오릭스 버팔로스에 포스팅 비용 5060만 달러(약 661억원)도 지급했다. 5060만 달러면 괜찮은 FA 선발투수 한 명 정도는 더 영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고우석이 이정후나 야마모토만큼 큰 금액에 사인할리는 없다. 미국 언론은 고우석이 3년 2400만 달러(약 313억원) 수준의 계약을 할 것으로 바라봤다. 계약 규모가 작으면 그만큼 포스팅 비용 부담도 줄지만, 어쨌든 세인트루이스는 고우석에게 그만큼 더 투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듯하다.
고우석의 미국 진출 계획은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신분조회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체화됐다. 고우석의 에이전시 리코스포츠 이예랑 대표가 차명석 LG 단장과 면담해 포스팅 여부를 논의했고, LG는 터무니 없는 금액이면 내년에도 LG에서 뛰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허락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5일 빅리그 30개 구단에 고우석의 포스팅을 고지했고, 5일 밤 10시부터 4일 오전 7시까지 30일 동안 자유로운 협상이 가능해졌다. 같은 날 포스팅이 고지됐던 이정후가 일찍이 새 둥지를 찾으면서 고우석의 거취에 관심이 쏠렸는데 아직까지는 조용하다. 그나마 관심 구단으로 거론됐던 세인트루이스와 계약도 긍정적이진 않아 보인다.
'CBS스포츠'는 지난달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올겨울 아시아 출신 선수들을 선호하는 분위기 덕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매체는 '남은 비시즌을 잘 살펴보면, 이번 겨울에도 메이저리그 팀들이 2~3번째 등급 정도 되는 해외 FA들을 쫓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인 선발투수 우와사와 나오유키와 불펜 마쓰이, 그리고 한국인 불펜 고우석이 있다. 이들은 야마모토 또는 이정후 수준의 계약을 하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계약 가능성이 있다. 어느 때보다 NPB와 KBO 선수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언론은 불펜 보강 후보로 고우석을 언급하면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마무리투수인 점을 강조했다. 필라델피아 지역매체 '필리스스포츠네트워크(PSN)'은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위시리스트에 담을 선수 가운데 하나로 고우석을 꼽으면서 '고우석은 KBO 최고 마무리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고우석의 직구 평균 구속은 95마일(약 152㎞)을 약간 밑돈다. 필라델피아에 흥미로운 불펜 옵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우석과 LG는 이번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실패라 생각하진 않는다. 고우석은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못해도 1년 뒤 FA 신분을 얻어 또 한번 도전할 수 있다. 또 이번 도전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만으로도 소득일 수 있다. 과거 김광현이 그랬다. LG는 고우석이 남으면 올해 마무리투수 공백 걱정을 덜 수 있어 안심이다.
고우석은 포스팅 신청 뒤 "지금 신청을 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이 문제가 가장 컸다. 만약에 잘 안 풀리더라도 LG 선수로 남을 수 있다는 점, 그런 것들이 컸다. 내년 FA로도 도전할 수 있고, 이번에 포스팅으로도 갈 수 있으니까 (방법은) 흘러가는 대로 가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며 담담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고우석은 2017년 충암고를 졸업하고 2017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강속구 유망주였다. 21살이었던 2019년 65경기에서 8승, 35세이브, 1홀드, 71이닝, 평균자책점 1.52로 맹활약하며 10년 이상 LG의 뒷문을 지킬 클로저로 단숨에 자리를 잡았다. 올해까지 7시즌 통산 354경기에 등판해 19승, 139세이브, 6홀드, 368⅓이닝, 401탈삼진,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개인 커리어 하이인 42세이브로 세이브왕을 차지했고, 다소 부진했던 올해도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을 펑펑 던지며 LG의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내년에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결과를 알 수 있는 시간이 이제 24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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