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고차원적 감정… ‘사랑’에 대해 쓸 수밖에 없었죠”

박세희 기자 2024. 1. 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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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의해 생겨나는 사회적 계급이 사랑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그려낸 '사랑의 이해'(민음사·2019)를 쓴 소설가 이혁진이 다시 한 번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써냈다.

작가는 이어 '광인'은 '사랑 이야기'가 아닌,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예를 들어 난초의 이야기를 쓸 순 없는 것과 같아요. 난초에 대한 이야기는 쓸 수 있지요.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현실과 맞물리고 맞닿아 있는, 현실 때문에 일그러지거나 찌그러진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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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광인’ 펴낸 이혁진

돈에 의해 생겨나는 사회적 계급이 사랑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그려낸 ‘사랑의 이해’(민음사·2019)를 쓴 소설가 이혁진이 다시 한 번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써냈다. 새 장편소설 ‘광인’(민음사)이다. 음악 하는 남자 준연과 위스키 만드는 여자 하진, 그리고 사랑에 빠진 남자 해원.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이 광기로 변하고 비극으로 치닫는다.

최근 문화일보에서 만난 작가는 ‘사랑의 이해’에서 보다 더 깊이 사랑과 인간의 욕망에 대해 살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랑의 이해’를 쓴 뒤 조금 미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죠. 수영이 실제로 누굴 선택할지, 결혼한 뒤엔 어떨지. 하지만 그땐 형편도 안됐고 역량도 안됐어요. 이제 전 젊지 않아요.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여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신작은 제가 더 이상 젊지 않기 때문에, ‘사랑의 이해’를 썼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한 조선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대한민국 특유의 조직 문화를 날카롭게 지적한 ‘누운 배’(한겨레출판·2016)로 제21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한 그는 ‘사회파 소설가’로 불리기도 했다. 전작인 ‘관리자들’(민음사·2021)은 공사 현장을 무대로 부조리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의 실체를 파헤친다. 관심이 팍팍한 현실에서 사랑으로 옮겨온 거냐는 물음에 작가는 “애초에 난 사회파가 아니”라고 했다. “소설이 현실적이기만 하다는 건, 소설이 추상적이고 예술적이기만 해야 한다는 소리와 같다고 생각해요. 톨스토이가 사회파인가요? 플로베르는요? 그렇게 나눈 적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죠. 전 그저 특정 시기마다 가장 써보고 싶고 잘 쓸 수 있는 걸 쓸 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사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랑은 우리가 느끼는 것 중 가장 고차원적인 감정이죠. 나 자신조차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 그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것, 우리가 가진 시간 이상으로 다시 살게 하는 것이에요. 사랑이 근본일 수밖에 없고 가장 중요하죠. 사랑 없이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내는 일은 감옥에서의 삶과 같아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는 이어 ‘광인’은 ‘사랑 이야기’가 아닌,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예를 들어 난초의 이야기를 쓸 순 없는 것과 같아요. 난초에 대한 이야기는 쓸 수 있지요.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현실과 맞물리고 맞닿아 있는, 현실 때문에 일그러지거나 찌그러진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680쪽에 걸친 책은 꽤 두껍고 다루는 기간도 수년에 걸쳐 있다. 준연과 해원이 가까워지는 과정, 하진과 해원이 사귀는 사이가 된 후 두 남자의 관계 변화 등 묘사가 세심하다.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 구성은 극적이다. “제가 정말 좋아하고 봐왔던 소설의 원형에 가깝게 쓰려 노력했어요. 소설다운 소설이라 할까요. 끝까지 모두 읽은 후엔, 여러 생각이 들 겁니다. 좋은 소설이 여러 가능성의 문을 열듯, 여러 생각의 문을 열길 바랍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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