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진 찍듯 손쉽게 3D 홀로그램 측정… 자율차·로봇 등 활용[Science]
박용근 카이스트 교수팀, 홀로그래픽 센서기술 구현
렌즈 대신 간유리 이용한
홀로그래픽 카메라 개발
주변의 일상적 물체 촬영
특수 상황서 작동 뒤집어
엑스레이까지 넓힌다면
초고해상도 현미경 가능
‘홀로그램(hologram)’이란 평면 위에 구현한 입체 이미지를 말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홀로그래피 기술은 단일 레이저에서 나온 특정 주파수의 광선을 반투명 거울을 통해 2개로 나눠 하나의 빛은 필름 스크린을 비추게 하고, 다른 하나의 빛은 우리가 보려고 하는 물체에 반사시킨 후 다시 필름 스크린에 비추게 해 필름에 2개 광선의 간섭무늬를 새기는 방법이다. 이 간섭무늬는 2차원(D) 평면인 필름에 3D 입체정보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팀이 마스크, 정확하게는 간유리(optical diffuser·광 디퓨저)를 이용한 홀로그래픽 카메라를 개발했다. 향후 자율주행 차량, 자동화 로봇 등 원격 감지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카이스트 물리학과의 박용근 교수 연구팀은 기존 3D 카메라의 한계를 넘어 실용적 활용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3D 홀로그래픽 이미징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난해 10월 28일 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일반 사진은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원근감과 볼륨감을 표현할 수 없다. 현존하는 전자기기의 대역폭(∼100GHz)이 가시광의 진동수(∼100THz)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진 기술로는 빛의 세기만 측정 가능하고, 원근감과 입체감 정보를 담은 빛의 파면 정보는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 위상 문제(phase problem)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가시광선뿐 아니라 적외선, 자외선, 엑스레이 등 전자기파를 다루는 방대한 분야 전반에 큰 걸림돌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위상 문제를 피해 간접적으로 빛의 파면을 측정하는 기술을 홀로그래피라고 한다. 그러나 이 홀로그래피 기술은 추가적인 참조 빛을 필요로 해 사진기술처럼 빠르게 전파되지 못했다. 기존 홀로그래픽 카메라 기술은 광파(光波)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 빛의 파장·굴절률 등을 측정하는 장치인 간섭계를 사용하므로 복잡하고 주변 환경에 민감한 단점이 있다. 수 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일반 사진 찍듯 홀로그램을 찍기 위해 연구했으나 제안된 기술들은 대부분 특수한 입사 빛을 가정한 상황에서만 작동해 일반적인 상황에서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카이스트 연구팀은 입사 빛의 특수한 상황을 가정하는 대신 간유리를 활용해 입사 빛을 무작위로 산란시켰다. 무작위로 산란된 빛의 결맞음(파동이 간섭 현상을 보이는 성질) 정도에 대한 수학적 상관관계를 활용해 입사한 빛의 파면을 온전히 측정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제안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역 회절 이미징 방법은 간섭계를 이용하지 않는 간단한 광학 시스템으로부터 빛의 위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에서는 물체 다음에 놓인 두 렌즈 사이에 배치된 마스크가 빛을 필터링하며, 렌즈를 투과한 빛의 강도가 일반적인 상업용 카메라에서 측정된다.
연구팀은 이론에 따라 렌즈 대신 간유리를 삽입한 홀로그래픽 카메라를 제작했고 실험을 통해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체를 홀로그램으로 측정했고, 초점 위치를 자유자재로 바꿈으로써 이 기술이 일반적인 경우에도 작동함을 증명했다. 새 홀로그래픽 카메라는 그 형태와 구성이 간단해 렌즈 대신 간유리를 카메라 센서 앞에 대는 것만으로 홀로그램의 측정이 가능해진다. 같은 원리를 활용해 다른 대역의 위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엑스레이 영역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초고해상도 엑스레이 현미경의 구현이 가능해져 과학계 전반에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논문의 1저자인 이겨레 학생은 “이번 기술은 사진을 찍듯 홀로그램을 측정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홀로그래픽 카메라에 가장 근접한 기술”이라며 “휴대폰 카메라 등에 쉽게 적용해 홀로그래피의 대중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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