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방문규 장관, 산업부 직원에도 ‘총선 출사표’ 출판기념회 홍보 문자
7일 출판기념회 ‘총선 출마 채비’
산업부 장관 공백 발생 가능성도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이임식이 4일 열린다. 후임 장관의 취임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임식부터 확정한 것은 4월 총선 출마를 앞두고 재빨리 자리를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3개월짜리 방 장관이 사실상 ‘출사표’를 내는 자리인 출판기념회 안내 문자까지 산업부 후배 직원들에게도 뿌린 사실이 드러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을 자초했다.
3일 산업부에 따르면 방 장관의 이임식은 4일 열린다. 3일 열리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확실한데도 이임식은 예정대로 준비 중인 상황이다.
방 장관이 4일 이임식을 강행하는 이유는 총선 준비 때문으로 전해졌다. 공직선거법상 이번 총선에 나갈 공직자는 90일 전인 오는 11일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 방 장관은 7일에는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현직 장관이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문자를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보낸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 취재 아래결과, 대다수 산업부 공무원은 지난 1일 출판기념회를 홍보하는 문자를 받았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예비 후보도 아닌, 현직 장관이 직원에게 직접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문자를 보낸 것을 보고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상 금액 한도와 모금 액수에 제한이 없고, 내용 공개나 과세 의무도 없어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출정식으로 인식된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도 방 장관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출판기념회를 연다는 것은 장관 재임 기간 중 책을 썼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한 부처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보다 지역구 한 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안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지만 방 장관에 대한 규탄 의견도 첨부했다.
지난 9월 산자부 장관에 임명된 방 장관은 불과 3개월 만인 지난달 개각 명단에 포함됐다. 이 때문에 산업부 장관이 총선용 경력 쌓기 도구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대통령실 측은 방 장관을 임명할 때 “핵심 전략 산업 육성, 규제 혁신, 수출 증진의 국정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 장관은 약 3개월의 재임 기간 절반가량은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해외출장 중이었다. 방 장관이 산업계와의 밀착 소통을 위해 마련한 경제 성장의 불씨를 살리는 금요 조찬간담회인 ‘불금 간담회’도 3차례 여는 데 그쳤다.
이처럼 최근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장이 사의를 밝히고 총선 준비에 나서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원경환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지난달 22일 임직원에게 사의를 밝힌 뒤 출근하지 않았다. 원 사장은 30일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현직 공직자의 총선 차출 사례가 빈번하면서 공무원의 정치 중립의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직원들은 지난달 2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이임식에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3선 배지’를 달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대형 포스터를 걸어 눈총을 사기도 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공무원의 선거 중립과 관련한 지침은 아직 수립 전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명선거 지원계획을 설 연휴 전에는 수립할 예정”이라며 “선거 중립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감찰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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