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왕 괴롭혔던 뼛조각 안녕… 서진용의 자부심은 세이브가 아닌 이것이다

김태우 기자 2024. 1. 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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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리그 구원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활짝 연 서진용 ⓒ곽혜미 기자
▲ 서진용은 3년 이상 뼛조각으로 인한 팔꿈치 통증을 겪으면서도 자기 자리를 지켰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이 끝나면 뽑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2023년 SSG의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당시 서진용(32‧SSG)은 시즌 뒤 수술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자신의 오른쪽 팔꿈치 안을 돌아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통증을 유발하는 뼛조각 때문이었다. 사실 공을 던지는, 그것도 전문적으로 많이 던지는 투수들의 팔꿈치에는 크고 작은 뼛조각이 있다. 이 뼛조각이 통증을 유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수술이 결정되곤 하는데 서진용은 안타깝게도 전자였다.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었다. 서진용은 근래 3년 정도 이 뼛조각 때문에 고생을 했다. 언제가 시작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꽤 오래됐다. 처음에는 참고 던지려고 했다. 이미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은 적이 있어 굳이 오른 팔꿈치를 또 열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공을 던질 때는 물론 점점 일상생활도 불편해졌다. 서진용은 “항상 팔꿈치가 안 좋아서 주사 한 대를 맞고 시즌을 시작하곤 했다”면서 “일상에서 팔을 접는 자세를 할 때도 불편했고, 심지어 세수를 할 때도 뼛조각이 걸린 적도 많았다”고 성가셨던 옛 기억을 떠올렸다.

수술을 결정한 건 2022년 후반기의 고생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서진용은 팀의 중간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중반부터 마무리로 승격해 순항했다. 하지만 이닝이 거듭될수록 뼛조각이 유발하는 이 지긋지긋한 통증이 다시 서진용을 괴롭혔다. 시즌 막판 구속이 뚝 떨어지고, 결국 마무리로 시즌을 마치지 못한 것도 다 이것 때문이었다. 코칭스태프가 관리를 해준다고 했는데도 지장이 있었다. 서진용이 2023년 스프링캠프에서 수술을 예고한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어쨌든 한 번은 털고 넘어가야 했다. 시기가 문제였을 뿐이다.

사실 뼛조각은 경력 최고 시즌이었다는 지난해에도 서진용의 일상에 있었다. 서진용의 최근 흐름을 보면 경기마다 구속이 들쭉날쭉하고 후반기 고전하는 그래프가 있다. 모두 뼛조각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통증이 상당히 주요한 원인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진용도 답답했지만, 주사를 맞으면 또 1~2주를 쉬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팀 사정에서 빠지기가 어려웠다. 끝까지 참고 던졌다. 코칭스태프도 최대한 관리하려 했지만 세이브 상황에서 마무리를 빼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작년에도 계속 왔다 갔다 했다”던 서진용도 이를 묵묵하게 받아들이곤 했다.

그 와중에 구단 역사상 첫 40세이브 달성(42세이브), 그리고 리그 구원왕까지 차지했으니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더 남다른 2023년이었을 것이다. 서진용은 지난해를 돌아보면서 가장 먼저 코칭스태프에게 감사의 이야기를 전했다. 워낙 철저하게 관리를 해준 덕에 시즌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가 끝나면 밤에 트레이닝‧컨디셔닝 코치들이 정성을 들여 서진용의 팔꿈치를 돌봤다. 서진용은 “정말 우리 코치님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고 고마워했다.

그런 뼛조각은 이제 서진용의 오른팔에 없다. 마음먹었던 대로 시즌이 끝나자 바로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토록 성가셨던 그 존재를 확인한 서진용은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던데요”라고 웃어보였다. 그런데 효과는 벌써 체감 중이다. 서진용은 “아직 본격적으로 공을 던지기 전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체감되는 부분이 많이 자유로워진 것을 느낀다. 뼛조각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편안함도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제거된 뼛조각을 보면서 내심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했다. 서진용은 2019년 이후 총 337경기에 나가 336⅓이닝을 던졌다. 불규칙하게 찾아오는 팔꿈치 통증에도 불구하고 매년 60이닝 이상을 던졌다. 출전 경기 수와 소화 이닝에서 이 기간 부동의 리그 불펜 투수 1위다. 상당수 불펜 투수들은 2~3년을 많이 던지면 이른바 ‘안식년’이 끼는 경우가 많은데 서진용은 그렇지 않았다. 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불펜 투수였다. 이 시기를 돌아보는 서진용의 목소리도 담담해졌다.

▲ 서진용은 이제 경기 마무리 하이파이브가 어울리는 선수가 됐다 ⓒ곽혜미 기자
▲ 생애 첫 FA 자격을 앞둔 서진용은 최대한 빠른 재활과 복귀를 약속했다 ⓒ곽혜미 기자

서진용은 “세이브왕이라는 타이틀도 있지만 사실 그건 경기를 해봐야 아는 것이다. 나 혼자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타자들도 도와주고 상황도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올해 목표는 계속 꾸준하게 던지는 것이다. 성적을 떠나서 그래도 풀타임으로 몇 년을 계속 나갔다는 것이 대해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다. 나를 조금 더 높은 가치로 만들어주는 기록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술 후 재활 과정은 있지만 그래도 발걸음이 무겁지는 않다. 희망이 샘솟는 까닭이다. 수술 후 12월을 본가에서 보낸 서진용은 1월이 되자마자 인천으로 다시 왔다. 강화SSG퓨처스필드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새도우 피칭부터 시작해 네트 토스, 그리고 2월부터는 거리를 늘려가며 본격적인 투구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팔꿈치 수술을 제외하면 큰 부상이 없었던 서진용이기에 낯선 ‘재활군’이라는 단어지만, 최대한 빨리 팀 전력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다.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서진용은 “찜찜했던 것을 빼냈으니 그전보다는 더 깨끗한 팔로 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 또한 기대가 많이 된다. 팀을 위해서라도, 나를 위해서라도 개막에 맞춰 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원래 파이어볼러와 같은 수식어가 붙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사라졌다. ‘원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됐지’라는 생각도 들더라. 150㎞까지는 아니더라도 140㎞대 후반은 꾸준하게 던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건강한 복귀를 다짐했다. 서진용이 세이브가 아닌, 꾸준함이라는 자신의 자부심을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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