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액 43억 달러↓ vs 수출국 12개국 3배↑···하락세? 다변화?[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1. 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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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국 다변화가 최우선 해결 과제
수출금융 강화 위해 한도 증액 시급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은 5% 목표
지난해 2월 23일(현지시간) 폴란드 토룬 포병사격장에서 대한민국이 수출한 K9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부
[서울경제]

2023년 방위산업, 일명 K방산 수출 규모는 130억 달러(약 16조9000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22년보다 수출액은 크게 줄었지만, 수출 대상국은 3배 가량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2022년에 이어 지난해도 글로벌 방산 수출국 상위 10위 내에 진입할 전망이다.

3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방산 수출 성과는 2022년 대비 수출 대상국이 크게 늘었다. 주요 수출 무기체계도 다변화를 보였다. 지난해 K방산은 지속 가능한 발전과 수출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와 함께 사실상 정점을 찍었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수출 금액 자체를 놓고 보면 지난해는 130억 달러로 2022년 173억 달러 보다 43억 달러가 감소했다. 그나마 방산 수출 대상국은 2022년 4개국에서 2023년에 12개국으로 증가했다. 무엇보다 대(對)폴란드 수출이 전체 수출의 72%를 차지한 2022년과 달리 지난해는 폴란드 이외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이 65%로 급증해 수출지역의 다변화라는 고무적 결과를 도출했다.

수출 품목, 2022년 대비 두 배 늘어나

특히 해외로 수출하는 무기체계 역시 2022년 6개 품목보다 두 배 늘어난 12개 품목을 지난해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연말인 구랍 29일에 ‘FA-50GF’ 전투기 12대를 폴란드군에 인도했다는 희소식을 마지막까지 알리기도 했다.

다만 올해 K방산의 성적표는 당초 목표인 200억 달러는 물론 2022년 실적(173억 달러)을 하회하는 수치를 올렸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년과 견줘 폴란드 수출이 감소한 것은 폴란드 측과 2차 이행계약 협상이 지연됐기 때문으로 이런 탓에 전체 수출액도 감소한 것”이라며 “올해는 폴란드 2차 이행계약을 마무리 하고 주변국들과 수출 협상도 대폭 확대해 방산 수출 200억 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7월 폴란드와 ‘K-9’ 자주포 672문과 다연장로켓 ‘천무’ 288대를 수출하기 위한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8월엔 K-9 212문, 11월 천무 218대를 수출하는 1차 계약을 맺었다. 현대로템도 2022년 1차 계약에서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 수출을 확정한 뒤 820대 규모의 2차 계약을 남겨 둔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구랍 4일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등 약 3조4474억 원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사진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긍정적 또는 부정적 평가가 갈리는 배경은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 때문이다.

우선 2023년 전체 수출액이 130억 달러로 2022년의 173억 달러 대비 24.8% 줄어든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목표로 방산 수출액 200억 달러를 잡아, 당초 목표 대비 35%가량 부족한 수출 규모다. 이는 폴란드 수출에 적대적으로 치중한 탓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수출국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문제 인식에 국방부도 인정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K-9 자주포와 K-2 전차, 다연장로켓 ‘천무’ 등 폴란드와 체결 예정이었던 2차 이행계약 협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지만 여전히 협상 단계로 시간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지난달에 폴란드와 2차 이행계약을 성사시킨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구랍 1일에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등을 추가 수출하는 약 3조4474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잔여 물량인 K9 318대와 천무 70대의 3차 실행계약을 추가로 체결해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현대로템 역시 2차 계약단계에서 발이 묶였다. 현대로템이 지난 2022년 폴란드와 체결한 K2 기본계약 물량은 1000대다. 1차 계약 물량을 제외하고 820대의 납품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폴란드 치중, 당초 보다 35% 감소한 수출

결국 관건은 수출금융이다. 방산 수출은 주로 정부를 대상으로 한다. 절충교역과 수출금융지원, 정부 간 거래 등으로 활성화된다. 계약 규모가 크고 물품 인도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장기간 운용하는 방산물자 특성상 무기 판매국은 구매국에게 저금리 대출, 장기 분할상환 등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출 규모도 크고 장기간 거래 탓에 일반 상업은행을 통한 대출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전문적인 수출신용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바로 수출입은행이 수출입 과정에서 요구되는 수출금융을 담당한다. 현행 수출입은행법 및 시행령에 동일 대출자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된다. 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는 15조원, 지난 2014년 15조원으로 상향된 후 10년째 동결 중이다. 총 규모가 43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견되는 폴란드 방산 수출을 지원하기엔 턱없이 모자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국회에선 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 원에서 최대 35조 원까지 상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 본회의의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상임위에서 계류 상태다. 급한대로 5대은행(NH농협·하나·KB국민·신한·우리)이 정부의 압박에 임시방편으로 3조5000억 원 상당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K2전차의 전술 훈련을 진행 중인 육군 전차부대. 사진 제공=현대로템

다만 방산업계는 현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까진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 간 거래는 국가 신용과 관련된 문제라 뒤집기 쉽지 않고, 현재 1차 무기체계 납품이 완료된 상태라 기존 무기와 호환되는 새로운 무기체계를 타국에서 도입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폴란드가 정권이 교체됐다고는 하지만 한국과의 당초 계약 파기에 나설 가능성은 미약하다고 것이다. 국방부는 2024년 상반기까지 2차 추가계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가 추가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한 수출금융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와 2차, 3차 이행 계약의 성공적 체결은 앞으로 미국과 중동, 유럽 등 여러 선진 방산시장 공략을 위한 주요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기에 국가 차원의 총력이 필요하고 이 부분은 야당도 동참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2027년까지 방산 수출 4대 강국 도약

아울러 정부는 폴란드와 형성한 신뢰를 기반으로 다른 주변국들과의 협력 확대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먼저 중동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지속 추진하고, 연구개발(R&D) 및 이미 수출한 무기체계의 성능 개량 등에도 힘을 쓸 계획이다.

또 가장 큰 계약건으로 꼽히는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진행 상황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홍보할 예정이다.

정부와 방산업계는 특히 내년에 신규 시장 개척 목표로 세계 최대규모 방산시장인 미국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국방비의 39%(2017~2021년 기준)를 차지하는 독보적인 1위 시장이다.

2024년 방산 수출 목표액은 200억 달러 규모다. 이를 기반으로 방위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수출 대상국과 품목을 다변화하고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도 5%를 돌파해 2027년까지 방산 수출 4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K방산이 신규 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무기체계 주요 수출국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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