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낼 돈 없어 장발장은행서 빌렸다 이젠 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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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돈이 어떤 돈인데, 꼭 갚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발장은행에서 도움을 받은 다른 분들도 천천히라도 다 갚고 나면 분명히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김 씨는 "나쁜 마음을 먹고 벌금형을 받은 분도 있고 부득이하게 그런 상황이 된 분도 있고 저처럼 힘든 상황에 놓이신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일단 장발장은행에 돈을 다 갚고 나면 5년 뒤든 10년 뒤든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며 또 다른 '장발장'들을 응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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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돈이 어떤 돈인데, 꼭 갚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발장은행에서 도움을 받은 다른 분들도 천천히라도 다 갚고 나면 분명히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벌금 낼 돈이 없는 '현대판 장발장'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장발장은행이 2015년 문을 연 지 10년째입니다.
재원 전액을 시민들의 후원으로 마련하는 이 은행은 이자 없이 신뢰에만 의존해 운영됩니다.
벌금을 내지 못할 형편이거나 벌금을 못 내 교도소에 갇힌 이들이 신청서를 작성해서 내면 심사위원회를 열어 최대 300만 원을 지원합니다.
소년소녀가장, 미성년자,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이 우선 심사 대상으로, 작년 말까지 1천250명의 '장발장'들에게 21억 7천400여만 원을 빌려줬고 지난달 28일 299번째 대출금 전액 상환자가 나왔습니다.
부산에서 토목설계 하도급 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50)씨 역시 장발장은행의 도움을 발판 삼아 재기한 이들 중 하나입니다.
그는 지난 2일 언론 통화에서 "얼마 안 되더라도 나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매달 3만∼5만 원씩 장발장은행의 금고에 보태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학 토목공학과를 졸업하자마자 건설업에 종사한 김 씨는 한때 직원을 50여 명 둘 정도로 규모가 있는 하도급 업체를 운영했습니다.
원청 업체와 계약을 맺고 토목 설계를 하고 세부 업무는 외주업체들에 맡기는 식으로 사업을 해나갔습니다.
그러나 10년 전인 2014년을 전후로 원청 업체들이 추진하던 사업이 잇달아 중단되자 하도급 대금 지급이 늦어졌고 김 씨 업체는 자금난에 직면했습니다.
그는 "임금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면서 "직원들의 임금을 밀리지 않고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회사 자산을 매각하고 나중에는 사채까지 끌어 썼다"며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결국 외주업체 대여섯 곳에 대금 총 6억 원가량을 못 주게 됐고 이들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고소당해 6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그는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 어떻게든 벌금을 낼 방법을 인터넷에 검색하다가 장발장은행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했다.
장발장은행 측은 김 씨가 벌금형을 받게 된 전후 사정과 사업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은행의 최대 지원 금액인 300만 원을 초과한 600만 원을 선뜻 내줬습니다.
그는 "한 달에 몇만 원씩, 돈이 생기는 대로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변제를 했다. 자연스레 사업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저도 일어설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너무 편하게 지내고 있다"며 웃었습니다.
김 씨는 다시 일어설 힘을 가족과 친구에게서 얻었다고 합니다.
그는 "회사가 어려울 때 친구들이 '직원들 월급으로 쓰라'며 1천만 원, 2천만 원씩 빌려주기도 했고, 어렵게 따낸 해외 계약을 체결하러 갈 때는 항공요금을 보태주기도 했어요. 이런 게 바로 희망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돈을 빌린 지 4년여 만인 2019년 10월 장발장은행의 200번째 전액 상환자가 됐습니다.
이후에도 기부금 명목으로 매달 장발장은행에 돈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 씨는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단돈 1천 원이라도 매달 여유자금을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나쁜 마음을 먹고 벌금형을 받은 분도 있고 부득이하게 그런 상황이 된 분도 있고 저처럼 힘든 상황에 놓이신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일단 장발장은행에 돈을 다 갚고 나면 5년 뒤든 10년 뒤든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며 또 다른 '장발장'들을 응원했습니다.
(사진=장발장은행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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