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쥐고 미 대학 휘두르는 유대주의…하버드대 총장 결국 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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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주의 대응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공화당과 대학 기부자들한테 사임 압력을 받아온 하버드대 총장이 결국 물러났다.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이 지난달 사임한 데 이은 것으로, 미국 대학들의 학문과 표현의 자유나 자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엘리스 스터파닉 공화당 의원은 "유대인 집단 학살을 주장하는 것은 괴롭힘이나 위협에 대한 하버드대 교칙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고, 게이 총장은 "맥락에 달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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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유대계 압박에 ‘역대 최단명’
반유대주의 대응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공화당과 대학 기부자들한테 사임 압력을 받아온 하버드대 총장이 결국 물러났다.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이 지난달 사임한 데 이은 것으로, 미국 대학들의 학문과 표현의 자유나 자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은 2일 “내가 물러나는 게 하버드에 가장 큰 이익이 되고, 그럼으로써 우리 공동체가 개인이 아니라 우리 기관에 초점을 맞춰 이 비상한 도전의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사임했다. 지난해 7월 아이비리그 최초의 흑인 여성 총장으로 취임한 그는 역대 최단명 하버드대 총장이 됐다.
게이 총장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분쟁 과정에서 다른 대학 총장들과 함께 반유대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가자지구 인명 희생이 늘면서 대학가에서 이스라엘 비난 시위가 잇따르고 유대인 학생들이 위협 받는 사례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유대계를 중심으로 졸업생들과 고액 기부자들, 공화당 의원들은 대학들이 반유대주의에 제대로 맞서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지난달 5일 하원 교육위원회에 불려나온 게이 총장의 대답이 꼬투리를 잡혔다. 엘리스 스터파닉 공화당 의원은 “유대인 집단 학살을 주장하는 것은 괴롭힘이나 위협에 대한 하버드대 교칙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고, 게이 총장은 “맥락에 달렸다”고 답했다. 게이 총장은 “어떤 맥락을 말하냐”는 물음에는 “개인을 표적으로 삼는 경우”라고 대답했다.
청문회에 함께 출석한 리즈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도 스터파닉 의원이 유대인 집단 학살 주장이 교칙 위반이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요구하자 “만약 발언이 행동으로 이어지면 위협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이에 공화당 의원들은 두 총장이 반유대주의에 대해 확실한 대응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두 대학의 일부 고액 기부자들은 총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기부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매길 총장은 나흘 뒤 사임했고, 게이 총장은 좀 더 버티다 이번에 물러나는 것이다. 이들의 청문회 답변에 대해 단호한 반유대주의 대응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는 반면, 총장으로서 학문과 표현의 자유, 규정 해석의 엄격성을 고수하는 입장 때문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게이 총장은 또 10월부터 보수 매체가 제기하는 표절 의혹에 시달렸다. 하원 교육위원회가 이를 직접 조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버드대 법인 이사회 역할을 하는 하버드 코퍼레이션은 거듭 조사를 한 뒤 일부 인용 표시 누락은 발견됐지만 연구 부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에서는 교수 700여명이 외부 압력에 굴해 그를 내보내면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버드 코퍼레이션은 그의 사임 요구에 대해 “폭넓게 숙고한 결과, 게이 총장은 우리 공동체가 직면한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신임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이 총장은 1일에도 보수 매체가 새로운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등 공세가 이어지자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성명에서 “무엇보다 증오에 맞서고 학문적 엄격함을 준수하겠다는 나의 약속에 대해 의심이 제기되는 것은 고통스러웠다”며 “인종적 적대감이 부채질한 개인적 공격에 노출된 것은 무서웠다”고 했다. 논란에 계속 시달리는 것에 대한 부담을 표현하면서, 자신이 흑인이라 표적이 됐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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