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재능만 믿고 배구 했다" 성숙해진 레오, 제2의 전성기 맞나

안산=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2024. 1. 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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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 레오. 한국배구연맹

프로배구 남자부 OK금융그룹의 외국인 선수 레오(34·206cm)는 전성기에 비해 날렵함은 떨어지지만 노련미를 앞세워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레오는 2012-13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삼성화재에서 뛰며 리그 3연패와 2차례 통합 우승(2012-13, 2013-14시즌)에 기여했다. 당시 3시즌 연속 최우수 선수(MVP), 2차례 득점왕(2012-13, 2013-14시즌)에 오르는 등 역대 V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힐 만한 성적을 남겼다.

이후 레오는 튀르키예와 레바논, 중국 리그를 거쳐 2021-22시즌 OK금융그룹에 입단하며 V리그로 돌아왔다. 올 시즌까지 3시즌째 OK금융그룹의 주포로 활약 중이다. 그런 그는 이날 OK금융그룹 소속으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레오는 2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홈 경기에서 삼성화재를 상대로 공격 성공률 70.69%의 순도 높은 결정력으로 양 팀 최다인 47점을 퍼부었다. OK금융그룹은 레오의 활약에 힘입어 세트 스코어 3 대 2(25-27 25-16 25-14 21-25 18-16)로 승리했다.

올 시즌 레오는 낮은 공격 점유율 탓에 부진을 겪었다. 지난달 21일 한국전력전에서는 2득점에 그치며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시즌 중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자리를 옮기는 등 변화를 꾀했으나 3라운드 전까지 레오의 활약에는 아쉬움이 따랐다.

지난 3라운드에서 6경기 전패를 당한 OK금융그룹은 4라운드 들어 2연승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연승의 중심에는 레오가 있었다.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최근 레오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결과 좋은 모습을 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레오는 시즌 처음으로 50% 이상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레오는 경기 후 "오늘 기분 좋은 승리를 했다. 팀의 승리에 도움이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경기 중 곽명우가 부상을 입었으나, 한 팀으로 뭉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시절 레오. 한국배구연맹

이날 레오의 활약은 전성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에 전성기를 보낸 삼성화재 시절과 현재의 퍼포먼스를 비교해 달라고 하자 "10년이라는 새월이 흐른 만큼 항상 똑같을 수는 없다"면서 "10년 전의 내 퍼포먼스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나 자신과 경쟁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때보다 경험이 쌓였고, 꾸준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의 활약을 떠올린 레오는 "그때는 아무래도 어리고 성숙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재능과 점프만 믿고 배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몸 관리를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33·201cm)와 화력 대결도 재미난 볼거리였다. 요스바니는 이날 팀 내 최다인 38점을 터뜨렸고, 공격 성공률은 55.74%에 달했다.

같은 쿠바 출신인 레오와 요스바니는 평소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두 선수는 경기 중 서로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며 격려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은 "서로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쪽으로 승화되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씨익 웃었다.

레오는 요스바니에 대해 "같은 쿠바 국적이라 라이벌 의식이 크진 않은 것 같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같이 운동을 했고, 대표팀에서도 경쟁을 한 사이"라고 전했다. 이어 "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코트 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평소 요스바니와 사이에 대해서는 "경기가 끝나면 평소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스바니도 굉장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고, 팀이 상위권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축하해주고 싶다. 친구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안산=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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