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레오가 ‘10년 전’ 레오에게 “재능과 점프로만 뛰었던 그때를 뛰어넘을 순 없어...경험과 노련함으로 최대한 경쟁중”
2012~20213시즌 삼성화재에 입단한 레오는 입단 당시만 해도 206cm의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80kg도 나가지 않는 체중의 깡마른 몸이었다. 타고난 배구 센스와 큰 키, 가공할 만한 점프력을 갖춘 유망주였지만, 너무나도 마른 몸으로 경기당 40% 이상의 팀 공격을 책임져야 하는 외국인 선수로 뛰기 쉽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레오는 신치용 당시 삼성화재 감독의 조련 아래 체중을 불렸고, 2012~2013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V리그 코트를 초토화시켰다.
구체적인 수치만 봐도 그때의 레오가 얼마나 위대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세 시즌의 오픈공격 성공률이다. 55.43%(2012~2013), 57.36%(2013~2014), 56.24%(2014~2015)로, 50%만 넘어도 빼어난 수치임에도 세 시즌 모두 55%를 넘겼다. 레오에겐 오픈공격조차 잘 세팅된 시간차나 퀵오픈 만큼 상대 블로커를 따돌릴 만한 위력이 있었다는 얘기다.
OK금융그룹에서의 세 번째 시즌인 2023~2024시즌. 레오는 여전히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하나지만, 군계일학의 독보적인 선수는 아니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삼성화재)나 마테이 콕(우리카드) 등 더 좋은 효율과 더 좋은 볼륨을 기록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존재한다.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4라운드 맞대결에선 예전의 레오를 생각나게끔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삼성화재 시절처럼 강타 일변도의 레오는 아니었다. 상대 수비 빈 곳을 공략하는 연타와 페인트, 상대 블로커들의 손끝을 이용한 쳐내기 등 노련미가 돋보였다. 물론 잘 셋팅된 공은 무지막지한 탄력을 100% 발휘해 알고도 막기 힘든 강타로 코트를 내리 꽂았다.
이날 레오는 팀 공격의 51.8%를 책임지면서도 70.69%라는 믿기 힘든 공격성공률을 보여주며 서브득점 4개, 블로킹 2개 포함 47점을 몰아쳤다. 득점과 공격 점유율, 공격 성공률 모두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이었다. 공격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오픈 공격은 18개를 시도해 14개를 성공시켰다. 성공률이 무려 77.78%. 후위 공격 역시 22개를 시도해 19개, 성공률은 86.36%였다. 후위 공격도 잘 셋팅된 파이프(중앙 후위 공격)도 있었지만, 하이볼로 가까스로 올린 공도 때로는 강타로 코트를 내리꽂고, 상대 블로커 세 명이 모두 달라붙으면 그만큼 커진 빈 자리로 강한 손목 스냅으로 꺾어때려 사각을 공략했다. 같은 쿠바 국적의 1살 아래인 요스바니도 서브득점 4개 포함 38점을 몰아쳤지만, 이날만큼은 레오보다 한 수 아래로 느껴질 만큼 레오의 존재감은 컸다.
경기 뒤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레오에게 물었다. ‘10년 전 삼성화재에서 뛰던 레오와 현재의 레오를 본인이 평가한다면?’이라고. 레오는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 전과 똑같을 순 없다. 그때의 레오를 최대한 유지하려고, 경쟁하려고 하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때에 비해 경험이 더 쌓였다”라고 답했다. 이어 “삼성화재에서 뛰던 시절엔 어리고 성숙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저 내 재능과 점프력을 믿고 배구를 했다면 지금은 몸관리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지금의 퍼포먼스를 유지할지를 고민하며 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오는 혼자서도 너끈히 팀 공격의 50%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다. 삼성화재 시절엔 팀 공격의 77%를 책임진 적도 있을 정도로, 타고난 체력으로 한 경기에 100개에 가까운 공격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본인 역시 팀 공격의 마무리를 본인이 책임지고 싶어하는 경향도 강하다.
레오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나는 모든 볼을 내가 처리하는 배구가 내가 선호하는 배구다. 그렇다고 해서 나만 좋은 것을 할 수는 없다. 우선 팀을 생각하면서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산=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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