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면 집값 상승?… 초등생 급감 등 구조적 변화도 봐야
편집자주 : 내 집이 없는 이들에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온 자산 가격의 대상승은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내집 마련의 꿈은 사라지고, ‘벼락 거지’라는 말이 수요자의 가슴을 후벼팠다. 이후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온 금리 상승은 집값을 이전 수준으로 떨어뜨릴 것이란 전망을 키웠지만, 윤석열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등 부동산 대책은 떨어지던 집값을 반등시켰다.
2024년 새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 시장을 ‘점’ 치기보다 수요자가 ‘결심’ 해야할 때 감안해야할 요인들을 소개한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팀장은 건설업과 채권 애널리스트를 지내다 금리와 유동성 중심으로 시장을 분석한 책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을 2022년 발간해 화제를 모았다.
2022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여파로 지역을 불문하고 아파트 매매·전세가격의 동반하락을 보고, 많은 이들이 금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전까지 우리는 기준금리가 0.5%에서 3.5%까지 빠르게 오른 환경을 경험한 적이 없다보니, 그동안 아파트 공급만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과거 노태우 정부가 추진했던 1기 신도시 개발로 막대한 아파트 물량이 공급된 이후 집값이 한동안 안정되었던 과거 사례에 사고가 갇혀 있었다.
하지만 소득 대비 집값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는 부채를 얼마나 쉽게 많이 조달할 수 있는지가 주택 수요를 좌우한다. 또 과거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금리 상승때 부동산을 보유한 채무자들의 고통이 더욱 커지며, 이에 따라 주택 매도물량이 확대되곤 한다. 금리인상은 부동산 시장 하락 전환의 핵심 요인이었다.
2023년 11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융시장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선진국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올해는 시기와 횟수가 문제일 뿐 이에 우리나라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금리인상이 집값 하락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니, 금리인하가 시작하면 집값은 다시 우상향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2024년을 맞아 금리 변화 이면의 수요와 공급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볼 때 생각할만한 요소들을 정리했다.
■ 초등학생 수의 빠른 변화
노태우 정부의 1기 신도시 개발과 2022년 금리인상은 규모와 속도 면에서 변화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었기에 ‘이것 때문에’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이 하락·안정화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러나 천천히 변하는 것은 간과되기 마련이다. 인구는 비교적 천천히 변화했기에 공급과 금리에 비하면 주목받지 못하는 요소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구는 빠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요소로 주목해야할지 모른다.
간혹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의 글을 읽다 보면 “전세가 훨씬 저렴한데 전세 살면 되지, 뭐하러 집을 사느냐?” 라는 핀잔이 나온다. 거기에 꼭 따라붙는 반문은 “아이 없으시죠?”다.
서울·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주택매매가격에 대비한 전세가격의 비율)이 50% 내외에 불과하니 전세로 살다가 집을 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다. 그 결심을 만드는 건 ‘아이 있는 집’의 교육 문제가 결정적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서울 집값을 살펴보면 2009~2013년은 약세장, 2015~2021년은 강세장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초등학생 증감률은 이와 비슷한 궤적을 보인다. 서울 공립초 입학대상자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만명 선을 유지하다가 2023년 7만명 아래로 내려간 데 이어, 올해에는 6만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생이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올해부터 초등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는데, 출생아 수에 따른 돌이킬 수 없는 변화다. 아이 있는 집이 아파트를 구매하는 ‘대단한 결심’이 이전보다 급격히 준다는 것이다.
■ 소득대비 높은 집값이라는 구조적 변화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이 감소한다. 수요의 법칙이다. 다만, 투기 성격이 짙으면 가격이 오를 때 오히려 수요량이 늘어난다. 내재가치와 실수요를 파악하기 어려운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런 모습은 쉽게 목격된다.
짧게 보면 부동산도 투기 대상 중의 하나여서 가격이 상승할 때 수요량이 확대되기도 한다. 서울아파트 거래량을 살펴보면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한 2022년 하반기는 월평균 1천건에도 못 미쳤으나, 집값이 반등한 2023년 상반기는 3천여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시계열을 장기로 확대해보면 집값이 오를수록 거래량이 감소하는 추세는 뚜렷하다. 지난해 들어 거래량이 반등하기는 했지만 이는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즉 코로나19 시기 급격한 집값 상승 때문에 수요를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부동산은 임대료를 통해 어느 정도 내재가치를 산정할 수 있고, 투기목적뿐 아니라 실거주 목적의 실수요가 뒷받침되어야 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 고로 실수요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레 수요량이 감소하게 되고 그만큼 집을 팔기 어렵다.
■ 입주물량이 감소한다고 집값이 오를까
물론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접어들어 아파트를 짓지 않아, 향후 공급물량 감소로 인해 집값과 전세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와 언론 보도도 많다. ‘전년 대비 반토막’, ‘공급 빨간불’, ‘공급대란’, ‘공급절벽’ 등의 용어가 난무하니 ‘공급차질 우려’ 정도는 온화하게 느껴질 정도다.
유주택자가 보유한 재고주택 외에 신축 물량만 따로 놓고 보더라도, 공급 감소가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려면 수요가 일정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불황에는 수요가 더 급격히 위축되기 때문에 단기간의 신축물량 공급감소가 가격상승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가까이로는 서울·수도권의 2022년 입주물량이 2020~2021년 대비 상당한 폭으로 감소했으나, 2022년은 집값과 전세값 모두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장기로 놓고봐도 서울아파트 가격의 약세장이었던 2008~2013년은 연평균 3만4천 가구가 준공됐다. 강세장이었던 2014~2021년은 연평균 약 4만호가 준공됐다. 입주물량 감소 시기에 집값은 오히려 약세를 유지했던 셈이다. 실상은 집값이 오르는 시기에 사업성이 개선돼 공급물량이 증가하고, 집값이 내려가는 시기엔 사업성 저하로 공급물량이 감소하는 인과관계가 선명하게 도출된다.
그럼에도 연이은 입주물량 감소 소식에 불안하다면 ‘팩트’는 이렇다. 서울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5천호로 장기 평균 입주물량인 약 4만호 대비 적은 수치이다. 그러나 2025년 입주물량은 6만3천호로 크게 늘어난다. 2년 평균 입주물량이 4만4천호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부동산 가격에 미칠 영향을 중립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 부동산 시장에서 균형 찾기
이 외에도 기준금리 인하라는 호재 이면에 유의해야 할 게 많다. (1)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할 경우 과거보다 부채를 조달하기 어려워져 금리인하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 (2)금리가 인하되더라도 금융권이 정부 시책에 부응하고자 가산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춘 상황이라 대출금리 인하 폭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 (3)2019~2020년 2%대의 낮은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가계가 5년차인 2024~2025년에 변동금리 혹은 새로운 고정금리로 전환돼 이자부담이 높아지는 점이다.
천천히 변하는 것은 간과되기 마련이니 금리인하가 천천히 이뤄진다면 그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고, 빠르게 진행된다면 일부 악재를 상쇄할만한 온기가 퍼질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 모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가정은 ‘다른 조건이 일정하면’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인구, 소득, 금리, 공급 등 거의 모든 조건이 일정하지가 않다. 심지어 지금 투자 의사결정을 고민하는 동안에도 세상은 변하고 있고, 호재와 악재가 공존한다는 것도 변치 않는다.
자본시장만큼 음과 양이 뚜렷하게 공존하는 곳이 있을까? 상승 후엔 조정이, 하락 후엔 반등이 찾아오곤 하면서 오를만한 이유와 내릴만한 이유가 상존한다.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전망은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보고 싶은 대로 보기 마련이지만, ‘빠르게 변하는 것’과 ‘구조적인 변화’에 주목한다면 나름대로 혼돈 속의 질서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애널리스트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2022)>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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