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이거나 진솔하거나…'이효리의 레드카펫' 첫 녹화 어땠냐면

추승현 기자 2024. 1.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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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시즌즈' 4번째…데뷔 첫 단독 MC
베베·이찬혁·신동엽·제니·이정은 응원
[서울=뉴시스] 가수 이효리가 2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녹화에 참여했다. (사진=KBS 제공) 2024.0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베테랑 가수 이효리도 첫 단독 MC 무대에서는 떨었다. 그녀의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렘은 고스란히 녹화 현장에 전달됐다. 응원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아티스트들은 무대를 가득 메우고, 점차 이효리 특유의 재치도 살아났다. 때로는 짓궂게 때로는 편안하게 리드하며 이효리만의 색깔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효리는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레드카펫') 첫 녹화에서 "음악적 소통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선후배들에게 좋은 음악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더 시즌즈'는 KBS가 30년간 심야 음악 방송의 명맥을 이어온 자리다. 1992년 '노영심의 작은음악회'부터 지난해까지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있었다. '더 시즌즈'는 한 진행자가 3~4개월씩 담당하는 시즌제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4월 가수 박재범을 MC로 한 '박재범의 드라이브'를 시작으로, 5~8월 밴드 잔나비 보컬 최정훈이 진행한 '최정훈의 밤의 공원', 9~12월 혼성 듀오 악뮤가 2MC로 나선 '악뮤의 오날오밤'이 이어졌다.

네 번째 시즌 MC가 된 이효리는 지난 2012년 가수 정재형과 함께 SBS TV 음악프로그램 '정재형 이효리의 유&아이'를 진행한 이력이 있다. 단독 MC로 나서는 것은 '레드카펫'이 처음이다.

기본 포맷은 변하지 않았다. 가수, 배우, 코미디언 할 것 없이 여러 장르의 게스트가 출연해 MC와 토크를 하고 노래를 한다. 라이브 밴드가 함께 해 현장감을 전달한다. 밴드 '정마에와 쿵치타치'는 시즌1부터 함께하고 있다. 남성 듀오 멜로망스 멤버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 정동환이 마스터로 있다. 이효리는 밴드를 소개하며 "계속 MC가 바뀌니 이분들은 힘들 수가 있다"며 "박재범의 오른팔이 되겠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농담했다. 이에 정동환은 "이번에는 오른 다리가 돼 드리겠다. '레드카펫'을 포토월처럼 만들어 드릴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2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녹화가 진행됐다. (사진=KBS 제공) 2024.0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시즌마다 달라지는 것은 MC의 스타일에 따른 프로그램 색깔이다. 첫 회 게스트 라인업에서 색깔이 가장 많이 묻어난다. 이날 게스트로는 댄스 크루 베베, 악뮤 이찬혁, 방송인 신동엽, 그룹 블랙핑크 제니, 배우 이정은이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이효리와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다.

게스트 무대는 베베가 포문을 열었다. 엠넷(Mnet) 댄스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2'('스우파2') 우승팀이다. 이들은 댄스 챌린지 신드롬을 일으킨 다이나믹듀오, 영지의 '스모크(Smoke)'로 시선을 끌어모았다. 리더 베베는 "이효리씨가 우리에게 레슨을 받고 싶다고 해서 두 번 정도 레슨을 했다. 마지막 날에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나에게 용돈을 주셨다"고 의외의 인연을 고백했다. 이효리는 "그게 너였어?"라며 놀랐다. "인연이 너무 신기하다. 춤추는 거 보고 멋있어서 서울까지 가서 배웠다"며 "키 크고 착한 친구로 생각했는데 '스우파2' 1위를 할 줄이야"라고 했다. 바다가 "팬들이 많이 생겨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하자, 이효리는 "나도 불러달라. 그때 배웠던 거 해보자"며 "바다와 같이 춤을 추다니. 정상에서 만났으니까 재밌게 해보자"라고 깜짝 약속을 하기도 했다.

전 시즌 MC였던 이찬혁은 파격적인 무대로 이효리를 축하했다. 이찬혁은 구레나룻을 길게 붙이고 흰 장갑, 큰 귀걸이를 착용하고 솔로곡 '당장 널 만나러 가지 않으면'을 부르며 무대 뒤에서 등장했다. 이후 그는 "MC로서 이 무대에 서는 것과 게스트로서의 무대가 완전 다르다"며 "MC 첫날에는 내가 주인공이라는 마음으로 올라갔다가, 분위기가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게 캐치됐다. 주인공은 관객들과 시청자들"이라고 조언했다. 이효리는 악뮤 이수현이 마지막 녹화 때 눈물을 흘리는 것을 언급하며 "시즌제라 큰 의미를 안 두고 가볍게 왔는데 수현이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까 진심으로 이 프로를 좋아했구나 싶었다. 순수함이 예뻐 보였다"고 했다. 이찬혁은 "마지막 녹화가 끝나고 멍을 진짜 많이 때렸더다"며 "이 공간이 생각보다 위압감이 드는 동시에 따뜻하다. 이 기운을 다시 못 느끼는 게 아쉬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댄스크루 베베와 혼성듀오 악뮤 이찬혁, 방송인 신동엽이 2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녹화에 참여했다. (사진=KBS 제공) 2024.0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신동엽은 최근 자신이 론칭한 유튜브 채널에 이효리가 게스트로 출연한 계기로 '레드카펫'에 왔다. "첫 단추를 이효리씨가 꿰어 줬다. 구독자 수 100만이 넘었다"며 "평생 이효리의 노예로 살겠다. 은혜 갚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효리씨가 진짜 강심장이고 안 떠는 거 아는데 아까 모니터로 보니 미세하게 떨리는 게 보이더라. 오랜만에 이런 떨림 기분 좋지 않나"라고 다독였다. 이효리와 신동엽은 과거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에서 호흡을 맞췄던 것처럼 만담으로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신동엽이 공개 연인이었던 모델 이소라와 최근 유튜브에서 재회한 것을 언급하는가 하면, 이효리의 과거 남자친구들을 게스트로 초대하라는 화끈한 농담도 했다.

제니는 이효리의 팬으로서 '레드카펫'에 출연했다. 제니는 솔로곡 '유 앤 미(You & Me)' 무대에 이어 장미 꽃다발과 직접 쓴 손 편지를 들고 재등장했다. "데뷔 후 7년 만에 KBS 음악 방송에 처음 나왔다. 용기 내서 언니랑 친해지려고 나왔다"며 연신 팬심을 드러냈다. "예전에 음악 방송에서 언니가 무대를 하고 내려오셨는데 저를 딱 보시더니 볼을 한 번 만지고 가셨다. 기억하시냐"고 하며 "심쿵(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당해서 그날 잠도 못 잤다. 저에겐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이효리는 "제니가 내가 했던 광고를 많이 하고 있다. 스태프도 많이 겹친다"며 공통점을 강조했다. 제니는 "하나하나 제게 꿈이었다. 언니를 보고 이 생활을 꿈꿨는데 언니가 닦아준 길을 좇아가고 있어서 좋았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유행하는 왑(wop) 챌린지와 이효리의 히트곡 '미스코리아’ 무대를 함께하며 진풍경을 만들었다.

이효리의 연기 스승인 배우 이정은은 무대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정은 역시 직접 준비한 꽃다발을 선물했다. 두 사람은 이효리의 주연작인 드라마 '세잎클로버'를 계기로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었다. 최근에도 이효리가 욕심나는 캐릭터가 생겨 이정은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고. 이효리는 "생각만하고 발전시키지 못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실현시켜줄 분이 있으면 해보고 싶다"고 연기 도전을 예고했다. 아울러 이정은은 한국 문화예술계의 발원지인 소극장 학전이 올봄 폐관을 앞두고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홍보했다. 이효리는 "학전에서 하던 '노영심의 작은음악회'가 KBS로 와서 '이소라의 프러포즈'로 발전하고 이렇게 쭉 이어온 것"이라며 의미를 되새겼다.

[서울=뉴시스] 그룹 블랙핑크 제니와 배우 이정은이 2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녹화에 참여했다. (사진=KBS 제공) 2024.0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효리는 "선물 같은 첫 녹화였다"며 "항상 여기저기서 부르면 가고 새로 뭘 시작하면 도와주고 이런 걸 많이 하면서 지냈는데, 다른 분들이 제 프로그램에 와서 축하해주니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이 오랜만이다. 내가 도와줘야 하는데 송구스럽다고 하면서 누리지 못했는데 오늘은 마음껏 감사하고 사랑받으면서 녹화를 진행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KBS를 향한 재치있는 편지를 낭독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첫 문을 닫았다. "내가 제주에서 지낸 10년, 세상은 많이 변했고 다들 자리를 옮겼더라. 근데 넌 이 자리 그대로 여기에 있네. 로비 입구, 낡은 계단, 오래된 자판기까지. 이제 얘기하는 건데 핑클 시절에 잘생긴 남자 가수들 보고 싶을 땐 커피 한 잔 뽑는 척하면서 마음에 드는 친구가 지나가길 바란 적이 있었다. 하루에 다섯 잔 마신 적도 있었다. 솔로 데뷔하고는 많이 부딪혔어. 난 계속 벗으려고 하고 넌 자꾸 가리려고 하고. 넌 참 보수적인 친구였어. 그래도 너 아니었으면 더 날라리가 됐을 텐데 고맙다. 핑클 넷일 때도 혼자일 때도 커다란 벤에서 내려 여기까지 걸어오던 모든 날과 모든 길들이 나에겐 레드카펫이었다. 더 친하게 지내자. 반갑다 친구야."

☞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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