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때리고 빼앗고, 지옥은 '아빠'…그녀의 가정폭력 탈출기

"매일 수차례씩 찾아와서 욕하고, 때리고, 돈을 달라고 하는 거예요."
오랜 시간 지우씨(가명)의 지옥은 아빠였다. 아빠라고 하는 것도 싫고 힘든지 '그 인간'이라고 했다. 마음을 알 것 같았다. 10년이나 가정 폭력을 당했다.
도망가 자취를 감추고 싶었다. 이른바 '사회적 증발'을 하고 싶었단다. 이미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었다. 한시가 급했다. 그러나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가족이란 이유로, 또 쫓아와 괴롭힐까봐 두려웠다.
누구도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스스로 찾아야만 했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올렸다. 도와달라고.
아빠가 쫓아오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누군가 알려줬다. 제도가 이미 있는데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신청하면, 엄마나 아빠라도 내가 어디사는지 볼 수 없게 막는 거다. 특정인을 정해서, 볼 수 없게 제한해달라고 신청하면 된다.
지우씨도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알려준 덕분에, 이 제도가 있음을 알았다.
우선, 가정폭력 상담소에 가서 '상담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했다. 지우씨는 난처해졌다.
"몇 개월 동안 비대면이나 대면 상담을 받아야 된다는 거예요. 센터에 입소하거나요. 매일 수십번씩 계속되는 전화 폭력에 지쳐 있었어요. 몇 개월을 버틸 자신도 없고 절박했지요. 짐을 다 버려야 해서 센터에 갈 사정도 안 됐습니다."
그런 고민을 얘기하니, 상담소에서 대안을 마련해줬다. 상담 내역 대신, 지우씨의 심리 상태나 가정 폭력의 수위 등을 상세하게 적도록 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하나하나 써내려갔다.
그래서 단기간에 상담확인서를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담당 공무원조차도 그랬다. 지우씨는 "담당 공무원이 '그게 뭐냐'고 물었다. 구청도 가고 시청도 가고 다시 동주민센터로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고 했다. 지역에 따라서도 알고 모르는 편차가 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가정폭력 상담소에서 받은, 상담 확인서를 동주민센터에 냈다. 전화번호를 바꿨느냐고 물어서, 통신사와 전화번호를 함께 바꿨다. 이 부분도 전혀 몰랐던 거였다. 본인 이외엔 접근 권한이 없도록, 안심 비밀번호를 걸었다.
그러고 난 뒤에야, 아빠가 주민등록등·초본 열람을 못하도록 신청이 됐다.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지우씨는 몹시 지쳤다. 그는 "조울증이 생겨서 정신건강의학과 약까지 먹었다"고 했다.

지우씨는 "새로운 지역에 처음 온 여자 애가 하기엔 너무 힘든 게 많았다"고 했다. 관련 기사나 책 등도 없어서 도움 받기가 힘들었단다. 그렇기에 기사로 많이 알려달라며 제보를 준 거였다.
신청이 승인되는 '기준'도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우씨는 "공무원 중에선 '그 정도인데 그렇게까지 하세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며 "당하는 입장에서 죽을 맛인 건데, 어느 정도의 폭력이어야 보호 받을 수 있는 건지, 그런 게 애매했다"고 했다. 이어 "제도의 허들이 낮아져 피해자들이 더 많이 신청할 수 있게, 접근성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지역 동주민센터에 물어보니 "신청을 받아본 적이 없어, 좀 알아보고 전화해주겠다"고 했다. 잠시 뒤 동주민센터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가정폭력이면 상담사실 확인서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했으면 진단서를 가져오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진단서' 요청은 잘못된 정보다. 2022년 8월부터 간소화 됐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 가족이 못 보도록 신청할 땐 '가정폭력 상담사실 확인서'만 제출하면 되게끔 바뀌었다.
'가정폭력 상담사실 확인서'는 어떻게 발급 받으면 될까. 인근 가정폭력 상담소에 문의했다. 해당 상담소 관계자는 "가정폭력 피해 상담을 받으시고, 관련한 증빙 자료나 사실이 입증되면 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증빙 자료가 필요하냐 물었더니, 폭력 사실이 담긴 녹음이나 영상 자료, 문자 내역, 상해진단서나 경찰 신고 내역서 등에서 내면 된다고 했다.
빠르면 당일 몇 시간 안에, 상담사실 확인서 발급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동주민센터에 가서 제출하면, 주민등록표 등·초본 열람 제한 신청이 끝난다.
이와 별개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족관계증명서' 발급도 제한할 수 있다. 2022년 1월부터 개정된 법안이 시행 중이다. 가정폭력 가해자가 교부제한 대상자로 지정되면, 피해자의 가족관계증명서를 교부나 열람, 발급 받을 수 없다.

"자살하고 싶단 마음보다, '내가 왜 죽어, 저 XX가 죽어야지'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방향성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어요."
지우씨는 청년 심리 상담도 무료로 받고, 많이 안정 됐다. 취업 제도 지원과 주거 지원도 받았다.
끝으로 이 말만큼은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어디선가 고통 받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동주민센터든, 구청이든, 상담소든, 어디든 일단 가서 상담해야 해요. 가서 말해야, 도움이 필요한 내가 있단 걸 알 수 있어요. 말하면 도와줍니다. 도망가면, 벗어나면 비로소 나아집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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