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정재영 “중국어 너무 어려워, 일본어가 편해 보이더라”(인터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정확히 20년전, ‘실미도’가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천만관객을 돌파했다. 그 중심에 정재영이 있었다.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는 ‘아는 여자’, ‘웰컴 투 동막골’, ‘바르게 살자’, ‘강철중: 공공의 적 1-1’, ‘신기전’, ‘이끼’, ‘글러브’, ‘내가 살인범이다’, ‘역린’ 등에 출연하며 흥행배우 입지를 다졌다.
“돌이켜보니, 20년이 훌쩍 지났네요. 지금 이맘때 상영했거든요. ‘노량:죽음의 바다’도 많은 관객이 관람해서 한국영화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노량: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그는 극 중에서 명나라 장수 진린 역을 맡았다. 왜군을 끝까지 섬멸하겠다는 이순신 장군(김윤석 분)과 대립하는 인물이다.
“진린 입장에서는 전쟁이 끝났잖아요. 자기 부하를 안 다치게 하고 명나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겠죠. 철군 명령도 내려졌고, 그렇게까지 심각할 필요가 없었어요. 끝까지 싸우겠다는 이순신 장군과 다른 입장인거죠. 그러면서도 이순신 장군을 존경해요. 실제로 진린이 나이가 두 살이 더 많은데 어르신이라고 하는걸 보면 알 수 있죠.”
기자시사회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중국인 관객이 있나 없나 두리번거렸다. 중국어, 그것도 명나라 고어의 대사를 얼마나 잘 소화했는지 자신이 없었다. 하루에 4~5시간씩 매일 선생님과 개인 수업을 하고 녹음해서 듣기를 반복했다.
“촬영장에 갔는데 막막하더라고요. 어떤 분은 중국에서 10년을 살아도 성조가 해결 안 된다고 들었어요. 하면 할수록 어려웠죠. 게다가 진린은 카리스마가 있어서 말의 속도도 빨라요. 한국어와 어순이 달라서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일본어 하는 배우들이 편해 보였을 정도죠.”
대사 외우기도 힘들어서 애드리브는 꿈도 못 꿨다. 한국어를 못 알아 듣는 척하고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화가 나도 통역으로 전해 들은 뒤 내야하니까 감정의 강도가 떨어졌다.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졌으면 더 힘들었을 텐데, 다행히 등자룡 역의 허준호와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며 촬영을 마쳤다.
“준호 형이 큰 의지가 됐어요. ‘실미도’, ‘신기전’, ‘이끼’에 이어 ‘노량’까지 네 번이나 호흡을 맞췄거든요. 형이랑 같이 중국어 연기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