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윤 대통령에 “북한 군사력 키우는데 ‘특등공신’”
한반도 안보 불안 책임도 남측에 전가
국방부 “억지 주장이며 궤변에 불과” 반박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한·미 확장억제체계 완성을 언급한 것을 겨냥해 “우리에게 보다 압도적인 핵전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부여해줬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면서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고 남남 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부부장이 2일 밤 발표한 담화는 제목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메시지’라며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담화에서는 “새해에도 윤 대통령이 우리 국가의 군사적 강세의 비약적 상승을 위해 계속 특색있는 기여를 하겠다는데 대해 쌍수를 들어 크게 환영하는 바”라고 밝혔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책임도 윤 대통령에게 전가했다. 김 부부장은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의 일상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공로”라며 윤 대통령은 북한이 자위적인 군사력을 키우는데 공헌한 ‘특등공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북한 정권을 ‘소멸해야 할 주적’으로 규정한 덕분에 자신들이 진짜 적이 누구인지 명백히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먼저 9·19 북남군사분야합의의 조항을 만지작거려주었기에 휴지장 따위에 수년간이나 구속당하던 우리 군대의 군사 활동에 다시 날개가 달리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자기의 행동, 내뱉는 언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겠는지조차 아무런 걱정이 없는 용감한 대통령이 출현한 것은 우리에게는 더없는 호기”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대비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고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면서 “문재인의 평화 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 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라고 했다.
반면에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자위적이며 당위적인 불가항력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공신”이라며 “문재인 때 밑진 것을 열 배, 스무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봉창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한민국(국민)과 윤 대통령을 간접분리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을 직접 비교하면서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갈라치기식 전술’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도 “김정은 위원장이 ‘민주’와 ‘보수’를 싸잡아 비난한 지난 연말 전원회의 발언 연장선에서 긴장고조의 책임을 윤 정권에게 전가하는 명분쌓기”라고 분석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한 것에 대해서는 “국내 여론 분열을 노리는 동시에 앞으로 자기들은 남측 상대가 누가 되든 자기 갈 길을 가겠다며 대화 문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공개한 2023년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결론’을 통해 한반도 전쟁이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현실적인 실체라면서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적대적 두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3일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담화는 범죄자가 오히려 선량한 시민이나 경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핑계를 대는,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며 궤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군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확립한 가운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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