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현 회장 "단기성과 지향, 인니서 100전 100패"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동욱 기자 2024. 1.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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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알트 차이나' 거점, 인도네시아를 가다(3부)] ② 재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인터뷰

[편집자주]인도네시아가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대(對)중국 경제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 수출 다변화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거점으로 인도네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1위, 세계 16위 경제 대국으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4위 규모의 인구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테스트베드로서의 잠재력을 보유해 생산거점과 소비시장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머니S는 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이해 인도네시아를 찾아 한국 주요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전략을 살펴봤다. 현지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도네시아 진출에 필요한 조언을 들었다.

이강현 코참 회장. /사진=김동욱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부>
①'세계 4위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를 아시나요
②니켈매장 1위 인니… K-배터리 생명줄 쥔 자원보고
<2부>
①[르포] 인니에 이식된 '제2의 포스코' 크라카타우포스코
②[인터뷰] "인니 철강 성장성 커… 투자 확대로 매출 2배 늘린다"
③[르포] LS전선의 아세안 전초기지 'LSAGI'를 가다
④[인터뷰] "인니, 플랜트 확대에 전선 수요 급증… 캐파 2배 늘릴 것"
⑤HD현대건설기계, 인니 사업 본격화… "현지 톱5 업체로 도약"
⑥롯데케미칼, '라인 프로젝트'로 인도네시아 시장 정조준
⑦LX인터내셔널, '전략 지역' 인니서 미래 유망 사업 박차
⑧현대차그룹 '아세안 전동화 드라이브' 핵심 기지
<3부>
①[인터뷰] "인니 공략 만만찮아… 韓 기업, 중·일 네트워크 뚫어야"
②[인터뷰] "단기성과 지향, 인니서 100전 100패"
③[인터뷰] "기술력 뛰어난 韓 기업… 신도시 구축 프로젝트 함께 하고 싶다"

"단기 성과를 노리고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 100전 100패입니다. 5년 이상의 장기 계획을 갖고 인도네시아에 적법한 방법을 찾아 비즈니스를 해야 해요. 쉽게 생각하고 접근했다가는 웬만한 실적도 내지 못하고 철수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난 이강현 재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코참) 회장의 의견이다. '기회의 땅'이라는 이미지만 보고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할 경우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는 오랫동안 현지 문화와 특성을 이해하는 데 힘 쏟은 기업만 인도네시아에서 사업 성과를 낼 것으로 봤다.


'아세안 핵심' 인도네시아, 성장 가능성 ↑


코참은 1991년 한인회 산하 상공분과 위원회를 모태로 하는 단체다. 1999년 재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로 발족한 후 2013년 독자적인 회원제 경제단체로 범위를 넓혔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및 유관기관과 협력해 한인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회장은 2022년 코참 제6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한인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원활히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5.0%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니켈 등 2차전지 광물을 비롯해 팜유·석탄·구리 등 주요 원자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성장이 지속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다른 아세안 국가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회장은 "현재 인도네시아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4000달러 수준으로 낮은 편이지만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세계 주요 시장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아세안 인구의 절반가량이 거주하는 인도네시아는 최근 동남아 공급망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전지뿐 아니라 친환경·그린에너지 사업과 정보기술(IT)인프라 및 교통시스템 개편 등 스마트시티 시장도 유망하다"고 했다.


"만만한 시장은 아냐…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이강현 코참 회장. /사진=김동욱 기자
이 회장은 인도네시아 진출을 위해선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의 성장 가능성만 보고 사업에 뛰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전망은 밝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금리도 8% 정도로 높은 편"이라며 "기업운영 측면에서 봤을 때는 장점만 있는 지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이 오랫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사업 기반을 닦은 봉제나 신발 산업도 힘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환경과 문화를 이해한 후 사업에 나서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비즈니스와 연관된 법안 체계가 한국보다 훨씬 복잡하다"며 "사업을 쉽게 하려 하지 말고 복잡한 인도네시아 법을 공부하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은 장기간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며 천천히 사업을 확장했다"며 "한국도 비슷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유롭고 느긋한 인도네시아 문화를 고려하면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현지 업체들과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는 데 긴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이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비즈니스 회의를 천천히 진행하고 의사결정도 한국처럼 빠르게 하지 않는다"며 "라마단(금식) 기간 이후 이슬람 최대 명절인 르바란 기간에는 관계자 미팅이 불가한 경우도 많다"고 언급했다.


한인 기업의 인니 진출, 코참이 돕는다


이강현 코참 회장. /사진=김동욱 기자
이 회장은 한인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일본·영국 등 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인도네시아 수입규제 관련 공동서한을 발송하는 등 한인 기업들의 애로사항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 최대 외교단체인 외교정책공동체(FPCI)에 참가해 현지 정부에게 일관성 있는 투자 정책 수립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코참을 중심으로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대기업의 코참 회원사 가입을 유도하고 기존 회원사였던 중소기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코참 부회장사로 가입했다"며 "대기업, 중소기업 구분 없이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꾸리는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코참 차원의 현지 사회공헌 활동도 추진할 방침이다. 교육 또는 빈민구제 사업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한인 기업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회장은 "중국과 일본이 인도네시아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ODA나 사회공헌 활동 덕분"이라며 "인도네시아에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적절한 가치를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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