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잼 울산] ② 시민 일상이 즐거운 도시, 시작은 '스포츠 향유'
문수야구장에 유스호스텔 건립해 학생선수 등 단체 수용…실내테니스장도 조성
[※ 편집자 주 = 울산은 기록적인 제조업 성장을 앞세워 '산업수도'라는 위상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시민 삶의 질이나 기품 있는 도시 이미지와 직결되는 사회 기능들은 등한시됐고, 끝내 '노잼도시'(재미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떠안고 말았습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어느 때보다 중시되는 시대에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아킬레스건을 극복하고자 울산시가 관광, 스포츠 인프라, 생태, 문화시설 분야에서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합니다. '꿀잼도시'(매우 재미있는 도시)로 반전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이들 사업을 소개하는 기사를 3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꿀잼도시'와 '노잼도시' 구분에는 외부인의 시선과 판단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을 터다.
그러나 해당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자부심이나 만족도 역시 그 어떤 잣대 못지않은 중요 요소다.
노잼도시 극복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먼저 즐거운 일상을 누리면서, 내 고장에 달린 '노잼 꼬리표'를 단호히 부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그 시작점을 '스포츠 향유 기회 확대'에서 찾으려 한다.
먼저 나이나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시민 누구나 쉽고 편하게 즐기는 스포츠를 장려하고자, 대형 파크골프장 2곳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연중 놀리는 시간이 많은 체육시설의 활용도를 높여 스포츠 저변을 확대한다.
문수야구장 외야석에 학생 선수단 등이 단체 숙박을 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을 건립하고, 문수테니스장에는 날씨와 상관 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실내테니스장을 조성한다.
"3대(代)가 함께 즐기는 스포츠"…최고 수준 파크골프장 2곳 조성
김두겸 시장이 이끈 울산시 해외사절단은 지난해 11월 생활체육 선진국인 일본을 방문해 다양한 체육시설을 시찰했는데, 그중에서도 여러 파크골프장 시설 현황과 운영 노하우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탁 트인 평지가 아니라 둔덕이나 나무 같은 지형지물을 그대로 활용한 후쿠오카시 '츠키구마 파크골프장', 양계장에서 나오는 퇴비를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잔디를 관리하는 구마모토시 '도토리숲 파크골프장', 파크골프 발상지로 알려진 홋카이도 지역의 산속 경사 지형에 조성된 아바시리시 '텐토란도 파크골프장' 등이 대표적인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지역 특성이나 운영 노하우가 반영돼 시설마다 개성이 도드라졌다.
특히 천편일률적으로 조성된 국내 파크골프장과는 확연히 대비됐다.
무엇보다 파크골프라는 스포츠와 그 시설을 대하는 인식이 우리나라와 달랐다.
국내에서는 특정 단체 회원이나 고령자들의 전유물 정도로 여기는 것과 달리 일본은 어린아이가 아빠와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부담 없이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시는 일본 현지에서 확인한 파크골프장의 장점을 접목, 울산에 전국 최고 수준의 파크골프장 2곳을 조성하기로 했다.
우선 최근 토지 소유권을 확보한 남구 삼산·여천매립장 완충녹지(22만2천여㎡)에 '정원 속의 파크골프장'을 만든다.
약 7만㎡에 36홀 규모 시설을 2025년 말까지 조성하고, 이후 2028년 개최를 목표로 하는 국제정원박람회 행사장으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코스 총거리를 2천m 안팎에 이르도록 길게 설계,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대형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샤워하거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클럽하우스, 파크골프 연습장 등 편의시설도 대폭 포함해 다른 시설과 차별화한다.
시는 북구 강동관광단지 내에도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한다.
약 11만㎡에 27∼36홀 규모를 시는 구상하고 있다.
현재 녹지와 경사도 등 자연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되 일반 골프장에 비견될 정도로 고급스럽게 건설한다는 복안이다.
조명시설을 설치해 야간에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시는 관광단지 조성계획 변경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2026년에 준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두겸 시장은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에 걸쳐 즐길 수 있는 운동이어서 시민들의 스포츠 향유 기회가 대폭 늘 것으로 기대한다"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시설을 조성해 울산이 파크골프장 시설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 선수들, 모텔에 묵는 일 없도록'…문수야구장 유스호스텔 건립
경기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연중 많은 시간을 놀리는 체육시설의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사업도 시는 추진한다.
시는 지난해 일본 체육시설 시찰 때 홋카이도 키타히로시마시 '에스콘 필드' 돔 야구장을 꼼꼼하게 살폈다.
지난해 3월 완공돼 프로야구팀 니혼햄 파이터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는 에스콘 필드 야구장은 32만㎡ 부지에 조성된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유명하다.
천장 개폐가 가능한 야구장에다 야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식당·호텔(객실 12개)·온천, 키즈카페, 반려동물과 함께 경기를 볼 수 있는 관람 공간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3∼10월 방문객은 총 320만명에 달한다.
이 중 야구 경기 관중이 200만명이고, 나머지 120만명은 부대시설 이용과 견학을 위해 방문한 인원일 정도로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시는 에스콘 필드의 특장점을 울산 문수야구장 활성화에 접목할 예정이다.
우선 문수야구장 관람석 증설과 함께 반려동물 관람존, 청춘 데이트존, 치맥존, 스탠드 응원 등 다양한 공간을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특히 현재 외야석 상단에 비어있는 공간에 단체 숙박을 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을 건립해 청소년 선수들의 합숙 훈련과 전지훈련, 국내외 대회 유치를 위한 편의시설로 활용하는 사업도 진행한다.
날씨가 따뜻하고 스포츠 시설이 잘 갖춰진 울산은 각종 대회 개최나 전지훈련 최적지로 꼽힌다.
그러나 선수단이 편하게 쉬면서 회복할 수 있는 숙소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과제다.
특히 학생 선수단이 방문했을 때 곤란함은 더 커진다.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로 숙소로 활용하는 시설이 주로 모텔인데, 숙박 환경이 학생들이 지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학부모들이 교외에 펜션을 잡아 자녀들에게 밥을 해먹이고, 대회장이나 훈련장까지 수송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에 시는 유스호스텔을 건립해 선수단 숙박난을 해결하는 동시에 문수야구장을 많은 시민과 청소년 선수,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변모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시는 일본 돔구장을 비롯한 실내 체육시설에서 확인한 장점을 적용,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전천후 공공 실내테니스장'도 건립한다.
문수테니스장 8개 면을 날씨 영향을 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실내 테니스장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에스콘 필드 유치를 통해 지역발전을 이룬 인구 6만의 키타히로시마시 사례에서 보듯, 스포츠는 문화와 서비스 산업으로 확장돼 지역 경제를 이끄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며 "스포츠 향유 기회와 우수한 인프라 확대로 울산을 '꿀잼 스포츠 문화도시'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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