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방패연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2024. 1.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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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코끝이 빨갛게 시린 겨울이 오면 꽁꽁 언 개천가나 추수 끝낸 논두렁 하늘공간에는 자유롭게 꼬리를 펄럭이며 날고 있는 연들을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연은 신라 진덕여왕 때 김유신 장군이 연에 불을 달아 군사의 사기를 올림으로써 반란을 잠재웠다는 것이 최초의 기록이며 최영 장군은 군사를 연에 매단 병선을 활용했고 이순신 장군도 임진왜란때 신호연으로 연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연은 군사적인 목적과 통신수단을 주목적으로 사용되다 영조대왕 때부터 대중화 되어 일반인들도 즐기는 민속놀이로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연을 즐기는 나라는 많고 그에 따른 연의 모양이나 크기, 형태, 색상 등이 다양하나 그 중에서도 연 중앙에 구멍이 뚫린 방패연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왜 우리 선조는 연 중앙에 구멍을 뚫었을까?

방패연 중앙에 뚫린 구멍을 방구멍이라 하는데, 방구멍은 맞바람의 저항을 줄이고 뒷면의 진공상태를 메워 연이 빠르게 움직이며 강한바람에도 상하지 않게 바람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방패연은 탄성이 좋고 얇은 대나무를 주요 구조체로 사용하는데 머릿살, 장살, 중살, 허릿살로 이루어지며, 힘을 많이 받는 머릿살이 가장 탄성이 좋고 강하다. 연의 허리에 붙이는 허릿살은 상대적으로 얇고 약한 대나무를 사용한다. 이는 연머리가 가장 힘을 많이 받는 곳이기 때문이며 허리는 방패연의 방구멍을 통해 바람이 지나다니며, 자유자재로 연의 형태가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은 허릿살이 없어도 상공에 뜬다. 실제로 바람이 강한 강화도 연날리기에서 허릿살 없이 연을 날려 연싸움을 했는데 승률이 좋아 '4개(넉)만 살이 있어도 좋다'라는 말이 생겨났고, 지금 쓰고 있는 '넉살 좋다'라는 말의 유래라 한다. 시간이 지나 강화도 사람의 성격이 좋아 '넉살'이 성격 좋은 사람을 뜻하게 되었다고 하니, 무심코 사용하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은 참 흥미롭고 재미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연을 높이 날려 액운을 쫒고 행운을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를 부여한다면 우리나라는 주술적 목적 외에 연싸움이라는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연싸움은 연줄에 유리가루를 묻혀 상대의 연줄을 먼저 끊는 쪽이 이기는 경기인데, 한국의 연은 옛부터 소통의 수단이고, 전쟁의 수단이며, 놀이의수단으로 연의 원리와 기술은 습득하고 경험하며 깨닫는 과학과 체험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방패연은 수학적이고 조형적이다. 그래서일까. 건축 속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는데, 류춘수 선생은 방패연을 아이디어로 한국의 조형 이미지를 상암월드컵경기장에 구현했다. 직사각형의 형태, 텐션있는 창호지 및 방구멍을 축구전용구장이라는 그릇에 희망과 소망, 성원을 담아 띄우는 전통연의 이미지로써 21세기에 최초로 개최되는 월드컵 경기장이 보편적인 형태가 아닌 우리의 것을 담아 한국인만이 갖고있는 심성과 이미지를 표현했다.

또 다른 방패연의 모습은 도심 속 자연주의를 컨셉으로 '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을 적용한 더 현대 서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연과 채광을 강조한 백화점 모든 층에서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3개의 방패연(지붕)을 설치해 실내 대공간을 완성하는 마법을 만들었다. 8마리의 학(대형 철골 프레임)이 3개의 방패연을 들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여지없는 천공을 나는 연의 모습이다.

방패연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움과 선구자적 정신을 보여주며 여전히 우리 생활 속에 그 모습을 보여주며 함께하고 있다.

지난 한해 건축계는 힘들고 혼란스러웠으며, 이러한 어려움은 사회 전반적인 상황과 더불어 올 한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4. 갑진년은 청룡의 해로 용띠는 활력이 넘치며,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늘을 가르는 방패연처럼 청룡의 의미를 되새기며 희망찬 한해를 시작하기를 기대한다.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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