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배출량 기는 재활용… “생산자 규제로 감축해야” [심층기획-脫플라스틱 시대]

이민경 2024. 1. 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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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세계는 플라스틱과 전쟁 중
2019년 4.6억t… 2060년 12억t 폭증
생산 절반 OECD… 美, 1인 사용 최다
전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9%에 불과
매립 50%·소각 19%·폐기 22% 順
한국 73% 달한다지만 사실상 착시
“EU 기준 적용 땐 재활용률 떨어져”
‘종이컵 사용 규제 폐지’ 오히려 퇴보
“소포장 제품 선택 등 인식 개선 우선”

세계는 플라스틱과 전쟁 중이다. 플라스틱은 제조부터 유통, 폐기 등 전 생애주기에 걸쳐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지난 약 7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84억t에 달한다. 1950년 150만t에서 2019년 4억6000만t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2060년엔 12억3000만t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생산된 플라스틱 중 절반가량은 OECD 회원국에서 만들어졌다. 국가별 1인당 연평균 플라스틱 사용량을 살펴보면 미국이 221㎏으로 가장 많고, 유럽 국가들이 114㎏으로 뒤를 잇는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69㎏ 소비했다.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에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2023년 12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해변에 바다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 제품들이 쌓여 있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는 약 3000만t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떠다니는 등 과다한 플라스틱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 및 생태계 교란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캘리포니아=AFP연합뉴스
◆나라마다 다른 플라스틱 재활용 기준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플라스틱 생산량이 느는 건 재활용 비율이 낮아서다. 2일 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배출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나머지 91%는 매립(50%), 소각(19%), 폐기(22%)된다. 자연으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도 상당하다. 2019년 61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수생환경에 침투했다. 이 중 170만t은 바다로 들어갔다. 현재 바다에는 약 3000만t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역시 재활용, 소각, 매립 방식으로 폐플라스틱을 처리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73%에 달한다. 세계에서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가장 낮은 미국(약 4%)의 18배, 세계 평균(9%)의 8배가 넘을뿐더러 플라스틱 규제 등 각종 친환경 정책으로 32.5%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자랑하는 유럽연합(EU)보다도 2.2배 높다.
다만 이같이 한국의 높은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다른 국가와 재활용 범위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EU의 경우 플라스틱의 물성을 바꾸지 않고 재사용 또는 가공해 이용하는 물질만을 ‘재활용’으로 간주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회수를 열적 재활용으로 보고 재활용 범주에 포함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3월 내놓은 ‘2023년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서 “국내 연구팀과 2021년 폐기물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전체 국내 물질 재활용률은 약 27%에 불과하다”며 “EU의 기준에 따라 플라스틱 물질 재활용률을 다시 계산하면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EU등 외국사례를 고려해 폐기물 통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자 책임 늘려 플라스틱 감축 나서야”

이 같은 ‘착시 현상’과 함께 한국의 플라스틱 감축 정책은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7일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 내 종이컵 사용 규제를 폐지했다. 카페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과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체에서의 비닐봉지 사용 금지 계도 기간 또한 무기한 연장됐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에 세금을 부과하는 유럽이나 2025년까지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할 예정인 중국과는 다른 행보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 같은 비판 여론에 대해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특정 부문(국민)에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라 지속 가능성이 작다”고 반박했다.
사진=뉴시스
일회용품 규제 유예가 확정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소비자 차원의 감축을 강조하기보다 생산자 감축 의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는 “소비자가 원하는데 무조건적인 규제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말라고 할 순 없다”며 플라스틱 감축은 생산 주체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산자에게 플라스틱 감축 의무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확대’가 꼽힌다. EPR은 생산기업에 제품이나 포장재 폐기물 일정량에 대한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행하지 못할 시 부과금을 물리는 제도를 말한다. 생산자가 제품을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가 사용한 제품의 수거와 재활용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물론 차량 타이어, 금속 캔, 페트병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해당된다.

다만 국내 EPR은 매출액 10억원 미만, 출고량 4t 미만의 제조업체들을 재활용 의무대상에서 면제하고 있다. 영세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주된 플라스틱 생산 업체에 환경 책임에 대한 의무 및 책임감을 부여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교수는 “과거에는 생산자가 값싸고 좋은 물건만 만들면 됐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며 “팔았던 물건은 언젠가 결국 쓰레기가 되니 생산자도 판매제품 처리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제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단지 분리수거장에 분류된 플라스틱 제품들이 놓여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제품은 이물질이 묻어있을 경우 재활용이 어려워 분리배출 전 세척하거나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이민경 기자
◆플라스틱 감축 기회 가장 많은 ‘소비자’

플라스틱제품 감축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탈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입법·정책 방안’ 보고서에서 플라스틱을 감축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으로 플라스틱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꼽았다. 보고서는 “소비자의 행동이 플라스틱 제품 생산 유형을 바꿀 수 있다”며 “(소비자가) 폐플라스틱 발생을 줄일 기회가 가장 많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의 44%를 차지하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경우 개인이 관심을 갖고 소비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폐기물량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포장이 최소로 되어 있거나 전혀 없는 제품을 선택하고 종이, 나무, 기타 친환경 소재로 포장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플라스틱이 갖는 대체불가 편의성 및 기능성이 필요한 건강 취약계층이나 고령자 등에게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에 예외를 두는 등 세심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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