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연봉이 1억이라고? 다들 무시했는데 ‘복덩이’… 무안해진 KBO 구단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 환경상 팀에서 한 번 실패한 외국인 선수를 다시 영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팀 내에서는 어느 정도 판단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비판적인 여론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2023년 키움의 행보는 다소 놀라웠다.
에디슨 러셀은 2020년 키움의 새 외국인 타자로 영입됐다. 하락세에 있는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남달랐다. 메이저리그 올스타(2016년)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다. 당장 2019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현역 메이저리거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미국 인력 시장의 지각 변동이 아니었다면 영입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러셀은 2020년 65경기에서 타율 0.254에 그치며 기대에 못 미쳤다.
키움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그 러셀을 다시 영입했다. 당시보다 몸도 더 좋아지고, 타격에서도 더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폭발력은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포지션을 고려해도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공격 생산력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손목 부상까지 겹쳤다. 그러자 키움은 또 한 번 리그를 깜짝 놀라게 하는 선택을 한다. 대체 외국인 타자 로니 도슨(29)에 리그가 술렁였다. 이름보다는, 어쩌면 돈 때문에 그랬을지 모른다.
당시 도슨의 계약 총액은 8만5000달러에 불과했다. 당시 환율로 1억 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다. 풀타임으로 환산해도 웬만한 KBO리그 스타 선수 연봉만도 못했다. 10년 전에도 보기 드물었던 10만 달러 이하 계약이었다. 그런 계약 규모는 시작부터 도슨을 괴롭혔다. 가격이 비싸지 않은 선수이니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기량일 것이라는 무시와 선입견이 존재했다.
경력이 그렇게 무시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아주 극소수지만 메이저리그 경력도 있었다. 하지만 2023년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가 아닌 독립리그에서 뛰었기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성적은 연봉 순이 아니었다. 뚜껑이 열리자마자 도슨이 맹활약하면서 비아냥의 시선을 싹 잠재웠다. 오히려 타 팀 팬들의 부러움을 사는 외국인 선수로 거듭났다.
도슨은 시즌 57경기에서 타율 0.336, 3홈런, 29타점, 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52를 기록하며 여러모로 우울한 시즌 막판을 보낸 키움의 한가닥 위안으로 남았다. 홈런이 다소 적을 뿐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툴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57경기에서 무려 77개의 안타를 쳤고, 언제든지 2루타 이상의 장타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으며 우려했던 선구안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여기에 흥과 진지함을 모두 겸비한 태도도 팬들의 호감을 샀다.
그런 도슨은 2024년 시즌에도 키움과 함께 한다. 총액 60만 달러(연봉 55만 달러‧인센티브 5만 달러)에 계약했다. 지난해 활약이 꽤 좋았는데도 기본 베이스가 되는 연봉 자체가 낮다보니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계약할 수 있었다. 제리 샌즈로 대표되는 키움의 스카우트 특징, 경력보다는 내실을 보는 키움의 선구안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 또한 증명했다.
도슨과 더불어 올해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한 아리엘 후라도(28) 또한 재계약에 골인했다. 후라도는 올해 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투수로 손꼽힌다. 시즌 30경기에서 183⅔이닝을 던지며 11승8패 평균자책점 2.65의 호성적을 거뒀다. 무엇보다 꾸준함이 돋보였다. 올해 후라도는 전체 선발 30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리그에서 가장 계산이 서는 투수였다. “후라도가 다크호스다”는 시즌 전 전문가들의 프리뷰는 비교적 정확했다.
이런 후라도 또한 공헌도에 비해서는 연봉 자체는 높지 않은 편이다. 올해도 총액 130만 달러(연봉 120만 달러‧인센티브 10만 달러)에 계약했다. 비슷한 성적을 거둔 다른 외국인 투수들에 비해 총액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키움의 외국인 내실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대목이다. 좌완 파이어볼러 유형인 새 외국인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또한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총액 80만 달러)을 받지만, 그래도 키움이라면 또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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