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부인하는 조태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신형철 기자 2024. 1. 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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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재판거래 의혹의 당사자다.

조 후보자는 외교부 2차관이던 2015년 6월 재판거래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만나 강제동원 재판 재상고심 진행과정 전반을 의논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조 후보자는 '법원의 강요에 의해 움직였을 뿐, 재판거래에 협조할 의사가 없었다'고 진술해, 자신도 피해자란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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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협조 의혹
‘일본 기업 재산 압류 반대’ 취지 참고인 의견서 제출
법원, 의견서 받는 대가로 법관 해외파견 신설 요구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0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세종로의 한 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재판거래 의혹의 당사자다. 조 후보자는 외교부 2차관이던 2015년 6월 재판거래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만나 강제동원 재판 재상고심 진행과정 전반을 의논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재판거래 의혹은 당시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이란 숙원을 달성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에 외교적 부담이었던 강제동원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해, 재판을 고의로 미뤘다는 게 뼈대다.

그동안 조 후보자는 ‘법원의 강요에 의해 움직였을 뿐, 재판거래에 협조할 의사가 없었다’고 진술해, 자신도 피해자란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조 후보자가 협조자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2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조 후보자는 2015년 6월11일, 2015년 8~9월, 2016년 9월29일 등 총 세 차례 법원 쪽 인사들과 만났다. 이들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2012년 5월24일 대법원의 판결을 재상고심에서 뒤집을 수 있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법원과 외교부는 재상고심에 ‘변화구’를 줄 수 있는 수단으로 ‘참고인 의견서’를 활용하고자 했다. 참고인 의견서는 대법원이 2015년 1월 민사소송규칙까지 새로 만들며 정부 부처가 민사소송에서 의견 표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의견서 제출’ 제안은 법원이 했지만 외교부도 호응했다. 외교부는 2015년 8~9월 한 차례와 같은 해 10월19일 자신들이 작성한 의견서 초안을 법원 쪽에 건네 ‘첨삭’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임했다.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 자체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상징적인 행위로 꼽힌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 후보자 쪽으로부터 제출받은 의견서를 보면 “피해자들이 한국 내 일본 기업들 재산을 압류하는 극단적 상황을 맞을 수도 있으며 이렇게 되면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 버틸 경우 한국은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로 인식되고 과거사 문제에서 갖고 있던 도덕적 우월성까지 잃게 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1월2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이 질문하자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이날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연합뉴스

법원은 외교부의 의견서를 받아주는 대가로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을 신설해달라고 요구했다. 애초 법원은 주오스트리아 대사관에 법관이 파견되기를 원했지만, 외교부는 주제네바 대표부에 보내주겠다고 다시 제안했다. 실제로 2017년 6월부터 주제네바 대표부에 법관이 파견됐다.

당시 제출한 의견서와 관련해 외교부는 김홍걸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학계·언론 등이 제시 중인 △문제 해결 방안 △정부 역할 제언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 등 동 사안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소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견서에는 일반론을 담았을 뿐이란게 외교부의 해명이다.

검찰은 조 후보자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았지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도덕적 책임을 묻고 있다. 피해자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조 후보자가 국가 공무원으로서 재판의 공정성을 적극 존중해야 하는데도, 자기 조직의 이해를 위해 옳지 못한 일에 가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홍걸 의원은 “공정해야 할 재판이 누더기가 됐는데 최소한 자기반성과 피해자들에게 사과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쪽은 입장을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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