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까지 지진해일…안전지대 아닌 한반도를 보았다
최근 10년 한반도 인근 해역서
해저지진, 1년 평균 20회 이상
빈도수 적지만 안심 수준 아냐
20~21세기 동안 해일 피해 5건
41년 전 삼척 2m 파고에 사상자
새해 첫날이었던 지난 1일 일본 강진으로 발생한 지진해일이 한국 동해안까지 영향을 미쳤다. 1993년 이후 31년 만에 국내 연안에 지진해일이 도달했다.
20세기 초부터 올해까지 124년 동안 한국에서는 지진해일이 5건만 발생했다. 드물게 나타나다 보니 기상청에도 지진해일을 실제 겪어본 이가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41년 전 강원 삼척 임원항에서는 2m가 넘는 지진해일로 인명피해가 일어났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에는 총 138회에 달하는 지진해일이 동해안뿐 아니라 제주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기상청 자료와 국내 학술지 등에 발표된 관련 논문 등을 보면 20세기에는 모두 4차례의 지진해일이 동해안에 다다라 크고 작은 피해를 줬다. 지난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북쪽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지진해일까지 5건 모두 한반도와 일본 사이 해역, 그중에서도 일본 서안 근해에서 일어났다. 1940년과 1993년 지진해일을 일으킨 지진의 진앙은 홋카이도 근해, 1964년은 니가타현, 1983년은 아키타현 근해였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은 일본 동쪽 해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한국 동해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1983년 5월26일 일어난 지진해일은 최근 2세기 동안 발생한 지진해일 중 유일하게 한반도에 인명피해까지 일으켰다.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2명이 부상했다. 어선은 81척, 주택은 42채가 피해를 봤다.
당시 강원 묵호에서 파고가 최대 2m에 달하는 등 물결이 높기도 했지만 지진해일 대비가 전혀 없었기에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조용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2018년 한국수자원학회지에 게재한 ‘우리나라의 지진해일 연구’ 논문에 따르면 당시 정부나 지자체 등은 경고방송을 하지 않았고, 피난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10년 후인 1993년 홋카이도 남서외해 지진해일 때는 한국 기상청이 일본 기상청의 정보를 받아 미리 경고를 내려 인명피해가 없었다.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례로는 1707년 10월 지진해일이 꼽힌다.
당시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8.6의 해저지진이 만든 지진해일은 동해안뿐 아니라 제주와 중국에까지 다다랐다. 제주도의 연혁·인문지리·행정 등 사항이 기록된 17세기 서적 <탐라지>에는 숙종 33년이었던 1707년 일본 시코쿠에서 일어난 호에이대지진으로 인한 해일이 제주까지 도달했다고 쓰여 있다. <탐라지>에는 ‘지진해일’이라는 용어가 국내에서 처음 사용됐다.
1707년 지진해일을 포함해 조선시대 약 500년간 지진해일은 총 138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균 강원도청 학예연구사는 2019년 학술지 ‘한국사연구’에 게재한 ‘조선시대 해일의 발생과 대응’ 논문에서 승정원일기와 조선왕조실록 등 기록에 남아 있는 지진해일 발생 건수를 집계했다. 이 연구사는 논문에서 “동해안의 지진해일 발생 빈도는 낮지만 규모가 크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20회 이상의 해저지진이 일어나고 있고, 일본 쪽 해안에서는 지난 1일처럼 국내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강진도 비교적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해일의 최대 높이는 묵호에서 1일 오후 8시35분쯤 기록된 85㎝였다고 2일 밝혔다. 동해안 주요 지점의 지진해일 최대 높이는 강원 남항진 28㎝, 속초 45㎝, 임원항 45㎝, 경북 후포항 66㎝ 등이다. 한국의 지진해일은 일본에서 발생한 지 1시간51분 뒤인 1일 오후 6시1분쯤 동해안 남항진에서 최초 관측됐으며 이후 주변 해안으로 전파됐다.
이번 지진해일은 지진해일주의보 발령 기준을 넘지는 않았다. 지진해일주의보는 ‘규모 6.0 이상 해저지진이 발생해서 국내 해안가에 높이 0.5m 이상 1.0m 미만 지진해일 내습이 예상되는 경우’에 한해 발령된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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