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을 빼야겠다[편집실에서]

2024. 1.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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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편집장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청룡의 해라는군요. 주간경향 독자 여러분, 모두 용처럼 비상하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소망을 하나 세웠습니다. 허상을 좇기보다 본질에 집중하자. 달리 말하면 거품, 군더더기, 찌꺼기를 털어내자쯤 되겠네요. 그래야 훌훌 벗어던지고 자유자재로 훨훨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을 테니까요.

말을 줄여볼 생각입니다. 앞뒤가 안 맞고, 겉과 속이 다르고, 말 따로 행동 따로, 내 기준 네 기준이 다른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자극적 선동과 감언이설은 또 얼마나 극성을 부리겠습니까. 저라도 ‘말 다이어트’를 시작해야지요.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롤링스톤스가 지난해 신규 앨범 발매 행사에서 60여 년 장수 비결로 “(멤버들 간에) 너무 많이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 교훈을 올해도 깊이 되새겨볼 참입니다.

욕심 다이어트에도 돌입합니다. 제 한 몸 챙기기도 벅차 보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깃발을 꽂습니다. 자기 아니면 안 되는 줄 알고 깜냥도 안 되는 이들이 무리를 이끌어보겠다고 자처하고 나섭니다. 욕망의 포로가 돼 몸에도 안 맞는 옷을 입고선 앞으로 돌격합니다. 뒤에서 수군대는 목소리는 전혀 알아채지 못합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따로 없습니다. 다들 너무 열심히 달리는 바람에 세상 전체가 병들어 갑니다. ‘덜 일하고, 덜 공부하라’ 지난해 저출생 해법을 모색하는 한 심포지엄 연사로 나선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한국사회에 제안한 고언입니다.

몸에 대해서는 조금 욕심을 내볼까 합니다. 뺄 건 빼고 좀더 영근 체형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근육 부자나 몸짱이 되겠다는 무슨 거창한 목표까지는 아니지만 나날이 속도를 내는 근손실은 조금이라도 줄여봐야겠다는 야심 찬 포부입니다. 이를 위해 새해부터 ‘근육 적금’을 조금씩 부을 계획입니다. 적금이 쌓여 근육으로 똘똘 뭉친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요. 때마침 이르면 오는 6월부터 대한씨름협회가 72㎏급 이하의 소백급을 신설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현행 백두, 한라, 금강, 태백의 4개 체급에 더해 가장 가벼운, 그러나 역동적인 잔근육들이 모래판 위에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기술씨름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는 셈이지요. 씨름하면 백두장사, 천하장사 등 거구를 떠올리는 세간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역발상 정책이어서 기대가 큽니다. 우락부락한 통근육보다 역동적인 잔근육들이 각광받는 세태를 반영해 젊은 예비 장사들의 씨름판 진입을 유도하고 신규 팬 확보까지 노린 다목적 포석이기도 하고요. 이들을 보며 근력운동에 더 매진하게 되는 동기부여 효과는 확실히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간경향도 올 한 해 군살은 최대한 걷어내고 날렵한 모습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날카로운 시각, 파격적인 형태, 깊이 있는 정보, 차별화된 내용의 탄탄하고 야무진 근육질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권재현 편집장 ja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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