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新시장] 유럽·中 제치고 1위… 싱가포르 케이블 강자 LS전선

싱가포르=고성민 기자 2024. 1.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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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업체 저가 공세에도 경쟁력 우위
4474억원 규모 20개 프로젝트 진행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 시장이 잘게 쪼개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각 국의 보호무역주의을 확산시켰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언제든 빗장을 걸어잠글 수 있다. 기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한국 기업의 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작년 11월 싱가포르 마운트 플레전트(Mount Pleasant) 지하철(MRT)역 인근 휘를리 로드. 톰슨-이스트코스트선 신설 역으로 운행을 준비 중인 해당 역 주변 도로에선 지중 케이블(땅속에 묻어 가설한 전선)을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MRT 신설에 따라 휘를리 로드에서 톰슨 로드로 케이블 노선 변경이 필요하다며 싱가포르 정부가 발주한 이 사업은 LS전선이 따냈다. 현지 근로자들은 LS전선의 영어 사명인 ‘LS 케이블 앤 시스템(LS Cable & System)’이 적힌 형광 조끼를 입고 있었다.

LS전선은 싱가포르에서 유럽 등 글로벌 전선 기업과 저가 수주를 펼치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LS전선 근로자들이 싱가포르에서 지중 케이블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 까다로운 발주사 요구 만족시킨 기술력

LS전선은 현재 싱가포르에서 20개 케이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LS전선은 해외 각국에서 케이블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 중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개 프로젝트의 공사비는 총 4474억원 규모로, 자재비 매출을 더하면 1조원이 넘는다.

연정재 LS전선 싱가포르 현장 프로젝트 매니저(현장소장)는 “창이공항 5터미널의 지중 케이블을 공급하는 사업, 싱가포르 전력청(SP그룹)이 래브라도 지역에 짓는 신사옥과 신사옥 지하 대규모 변전소에 케이블을 놓는 사업 등 상징적인 프로젝트를 여러 개 수행했다”고 말했다. LS전선은 2017년엔 국내 초고압 케이블 사상 단일 프로젝트 최고 수주액인 3700억원 규모 사업을 싱가포르에서 따내기도 했다. 서울~부산 직선거리(325㎞)보다 긴 360㎞를 지하 케이블로 연결했다.

이날 찾은 현장은 우기를 맞아 매일 내리는 비 탓에 지하 바닥에 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지중 케이블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으로 꼽히는 접속 작업을 며칠 전 마무리하고, 후속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접속점의 위치를 위성항법장치(GPS)로 확인해 도면에 기록하고, 지중 케이블과 별도로 설치되는 통신 케이블을 깔고 있었다.

접속 작업은 케이블과 케이블을 잇는 것을 말한다. 케이블 하나의 길이가 대체로 1㎞ 미만이라, 지중 케이블 시공 현장에선 여러 케이블을 연결하는 작업이 필수다. 노후 케이블 중 일부만 교체하는 공사라면 양 끝단을 기존 케이블과 잇는 작업도 필요하다. 연 매니저는 “지중 케이블이 고장 나는 건 대부분 접속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그만큼 접속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S전선 근로자들이 싱가포르에서 지중 케이블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LS전선은 접속 작업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LS전선은 최근 싱가포르 전력청이 발주한 OF(Oil Filled) 케이블과 가교폴리에틸렌(XLPE) 케이블을 접속하는 지중 케이블 공사를 따냈다. OF 케이블은 점차 XLPE 케이블로 대체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각기 다른 재질의 케이블을 접속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LS전선은 국내에서 이를 시공했던 경험과 그간 현지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으로 경쟁사를 제쳤다. 2.8㎞ 길이를 접속 없이 한 케이블로 시공하는 까다로운 발주도 LS전선이 따냈다.

김진구 LS전선 싱가포르 현장 프로젝트디렉터(총괄)는 “싱가포르 전력청이 요구하는 품질 요건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며 “LS전선은 중국 기업보다 고가로 입찰하는데, 제품 경쟁력과 시공 능력을 인정받으며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LS전선 근로자들이 싱가포르에서 지중 케이블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 싱가포르, 지중 케이블 수요 확대 전망

싱가포르는 지중 케이블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는 송전탑을 세우지 않고 땅 밑으로 지나는 지중화 초고압 케이블만으로 전력망을 구성하고 있다. 또 신공항이나 신항만을 짓는 대규모 공사가 이어지고 노후 전력망을 교체하는 사업도 활발하다.

LS전선이 싱가포르에 설치하는 지중 케이블은 최소 66㎸(킬로볼트), 최대 400㎸의 초고압 케이블이다. 초고압 지중 케이블은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힌다. 땅 밑이 아닌 바다 아래에 설치하는 해저 케이블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는데, LS전선은 2017년 싱가포르 전력청으로부터 해저케이블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싱가포르 북부 뉴타운인 우드랜즈와 말레이시아 남부 휴양도시 조호바루 사이의 바다 1.5㎞ 구간을 이었다.

LS전선 근로자들이 싱가포르에서 지중 케이블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LS전선이 싱가포르에서 시공하는 케이블은 LS전선의 베트남 생산법인 LS-비나(LS-VINA)가 주로 납품한다. LS-비나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 활동폭을 넓히며 매출을 2017년 3696억원에서 2018년 4000억원, 2019년 5040억원, 2020년 5883억원, 2021년 7559억원, 2022년 7740억원 등으로 꾸준히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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