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의 미래]② ‘인슈어테크’ 강자 獨 위폭스… 디지털 전환 느린 韓

이학준 기자 2024. 1.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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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슈어테크=보험+테크 합성어
위폭스, 2조 투자유치로 디지털 전환 주도
인슈어테크 시발점 된 유럽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한국도 1월 중 서비스 시작하지만 잡음 계속
그래픽=정서희

2014년 스위스에서 설립돼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인슈어테크(Insurtech) 위폭스는 지금껏 14억8550만달러(약 1조9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반면 전 세계 7위 보험 강국인 한국의 대표적 인슈어테크 보맵과 해빗팩토리는 각각 수백억원 수준의 투자를 받는 데 그쳤다. 국내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얘기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인슈어테크 투자 규모는 2014년 10억달러에서 2021년 174억달러, 2022년 88억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2020년 25억3000만달러인 인슈어테크 시장은 2028년 609억8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에서 새로 만들어진 인슈어테크 수는 2011년 11개를 시작으로 2016년 63개와 2017년 64개로 정점을 찍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매년 20개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인슈어테크 정책 동향에서 “최근 글로벌 인슈어테크 시장은 투자비를 확장하고 있다”며 “벤처캐피털은 보험업계의 디지털화를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 플랫폼에서 성공 거둔 위폭스 “우린 조력자일 뿐”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위폭스 몸값은 2019년 16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45억달러(약 5조8700억원)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위폭스가 만든 보험 플랫폼의 성공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보험 가입을 희망하는 고객과 보험사, 보험설계사들을 위폭스라는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도록 중개한 것이다.

국내에도 보험 플랫폼은 많다. 롯데손해보험은 생활밀착형 보험 플랫폼 ‘앨리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여행자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들은 자신이 직접 개발한 보험 상품을 고객에게 다이렉트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위폭스와 다르다.

위폭스는 새로운 상품 개발 없이 이미 존재하는 상품을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판매하도록 했다. 또 설계사들이 위폭스 플랫폼을 통해 고객 관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위폭스가 보험산업의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를 자처하는 이유다. 현재 위폭스는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이탈리아·폴란드·네덜란드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1300명 이상의 직원과 함께 200만명이 넘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위폭스도 자회사 위폭스보험(Wefox Insurance)을 통해 직접 개발한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한다. 하지만 2022년 매출 20억유로 중 직접 상품을 판매해 얻은 수익은 2억유로 수준에 불과하다. 위폭스 공동창립자인 줄리안 테이케는 한 해외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위폭스의 가장 중요한 수익원은 여전히 보험유통 사업이다”라고 밝혔다.

한국에도 위폭스 같은 기업이 없던 것은 아니다. 보맵은 2018년부터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작, 플랫폼에서 직접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특히 위폭스와 유사하게 대면 설계사들이 모바일을 통해 영업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하지만 국내 보험상품 특성이 온라인 채널과 맞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류준우 보맵 대표는 “해외는 이미 온라인으로 많이 옮겨갔고, 온라인에서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차별적인 상품이 많다”며 “한국의 보험상품은 구조가 복잡해 어떤 상품이 더 좋은지 온라인에서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류 대표는 “온라인 시장에서 상품 경쟁력을 가지려는 회사들이 해외에는 있지만, 국내에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 있는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 보험 비교·추천 활성화된 영국

전문가들은 해외 인슈어테크 시장이 활성화된 시발점을 ‘애그리게이터’의 탄생이라고 본다. 애그리게이터는 여러 회사 상품 정보를 한데 모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나 사업자를 일컫는다. 단순한 백화점식 나열이 아닌 고객 특성에 맞춰 가장 유리한 상품을 골라주는 비교·추천 서비스인 셈이다.

유럽에서 2000년대부터 보험산업에 애그리게이터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유럽 보험시장이 비대면·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였다는 게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영국은 자동차보험 가입자 75%가 애그리게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전체 계약자 중 30% 이상은 애그리게이터를 통해 계약을 진행한다. 반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손해보험사 채널별 판매비중에서 비대면인 사이버마케팅(CM)과 텔레마케팅(TM)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6.8%와 5.9%에 불과했다. 생명보험사는 0.1~0.2% 수준이다.

생명·손해보험협회가 과거 선보였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플랫폼인 '보험다모아' 화면. 이용자가 줄어들어 현재는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 캡처

국내 보험업계도 올해 중순부터 네이버페이·카카오·토스 등 핀테크 업계와 함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개시한다. 하지만 핀테크 업계는 보험사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 대부분은 비교·추천 서비스 플랫폼에서 판매할 상품 가격에 최대 4.9%의 플랫폼 수수료를 반영하는 새로운 요율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플랫폼에서 계약하면 수수료가 추가 발생하기 때문에 더 비싸게 판매하겠다는 의미다. 사실상 플랫폼 수수료를 고객이 부담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새로운 요율을 적용하면 정확한 보험료 산출이 불가능해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보험사들은 새로운 요율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모든 보험사가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다이렉트 가격 그대로 올려놓으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고객들로부터 ‘정확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효용성에 의문이 많아지고 당연히 무용지물이란 비판을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해외 애그리게이터는 광고선전비, 시스템 유지·투자 등에 비용을 지출하는 대신 보험회사·설계사 등으로부터 소개료 명목의 수수료를 받아 운영한다. 보험사들이 수수료를 직접 부담하면서 고객의 서비스 이용료는 한 푼도 발생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애그리게이터 사례처럼 보험업계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만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18년 발표한 ‘유럽 애그리게이터의 부상과 전통적 보험사들에 미치는 영향’에서 “유럽 온라인 보험 절반 이상이 애그리게이터를 통해 판매된다”며 “높은 비용에도 30~40%의 수익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보험회사와의 협력 미활성화로 애그리게이터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랑 비교해서도, 국내에 있는 다름 금융권과 비교해서도 보험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굉장히 늦다고 본다”며 “미래에 보험에 가입할 20대에 대해서는 대면영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모두 인지하고 있지만 역량이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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