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쓴 일학개미, 올해도 러브콜 이어갈까
작년 국내 투자자 일본증시 보관금액 4.8조원
중국 제치고 국내 투자자 선호 외국 2위로 떠올라
올해 '마이너스 금리 끝' 보이지만…환차익 기대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지난해 개미들이 사랑에 빠진 시장은 단연 일본이다. 미국이 금리 변동성을 키우고 중국이 경기 둔화에 빠진 사이 일본은 여전한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유지했다. 그 결과 일본 대표지수인 닛케이지수는 33년래 최고점을 썼고, 국내 투자자들도 일본 증시로 향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일본이 서서히 통화 정책 정상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선진국 대비 금리가 낮은데다, 엔화 변동성을 이용한 투자 매력이 큰 만큼 일본 증시로 향하는 개미들의 행렬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증시 금액(보관금액)은 2023년 말 기준 37억4225만달러(4조85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말(26억1108만달러·3조3910억원)보다 43.3% 늘어난 수준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후 최대 수준이다. 역대급 엔저가 이어지자 일본 증시로 향한 투자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2022년 말까지만 해도 국내 투자자들에게 사랑받는 해외 주식 투자처는 미국 다음으로 중국(홍콩 포함)이 당연하게 손꼽혔다. 2022년 말 기준 중국의 주식 보관금액은 38억5213만달러(5조16억원)에 이르렀고 일본은 이 뒤를 이어 3위(26억1109만달러·3조3900억원)였다. 그러나 중국은 홍콩과 합쳐도 26억5201만달러(3조4400억원)에 머무르며 일본과 자리를 바꾼 상태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미들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 둔화 속에서도 일본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것을 계기로 일본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닛케이지수는 3만3464.17로 거래를 마쳤는데 한 해 무려 7369포인트 상승했다. 1989년(8756포인트 상승) 이후 34년 만에 연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또 연말 종가 기준으로도 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989년 이후 34년 만에 최고를 경신했다. 증시가 호황을 보이는데다 엔저가 이어지자,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에 상장한 수출업체를 특히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일학개미들은 올해 일본에 상장된 반도체 업체에 투자하는 글로벌엑스재팬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를 3040만달러(394억원) 사들였고 일본 간판기업인 소니(2300만달러·299억원)와 화낙(1542만달러·200억원), 닌텐도(1119만달러·145억원)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일학개미는 엔화로 미국 장기채 ETF를 사들이며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일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 1위는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다. 이 ETF는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향후 미국의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 상승과 더불어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다. 일학개미는 이 상품을 연초 이후 무려 4억4448만달러(577억원) 규모를 사들였다.
2위 역시 엔화로 미국의 7~10년 국고채에 투자는 ‘아이셰어즈 코어 7-10년 미국채 엔화 헤지(ISHARES CORE 7-1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로 나타났다.
마이너스 금리의 끝? ‘환차익 오히려 좋아’
올해 일학개미의 가장 큰 관심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종결 시점이다. BOJ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지난해 12월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존 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 3월 일본의 노사 임금협상이라 불리는 춘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주목한다. 이미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BOJ 총재는 지난달 말 열린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주최한 강연에서 “인플레이션 2% 목표의 실현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며 “내년 춘계 노사 협상에서 뚜렷한 임금 인상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야말로 낮은 인플레이션 구조에서 벗어나 임금·물가의 선순환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3년 일본의 임금인상률은 3.58%로 30년 만에 처음 3%를 웃돌았는데 2024년에도 작년 수준의 임금인상률이 결정되면 BOJ가 4월에 정상화(긴축)를 단행하기 쉬워진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한다 해도 여전히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초저금리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엔화 가치가 상승하며 이미 일본주식을 산 국내 투자자들은 환차익도 가능할 전망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일본의 경기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고민할 만큼 개선됐다”며 “올해 1분기 100엔당 원화의 가치는 900원대를 회복할 것이며 연말엔 900원대 중후반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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