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AI와 만나다] “누가 제 개를 만지다 물렸는데요…” 법률 상담까지 해주는 AI
대륙아주와 손잡고 법률판 챗GPT 출시
네이버가 개발한 LLM 하이퍼클로바X 활용
# “산책하다 어떤 사람이 내 강아지를 만져보고 싶다고 해서 허락했어. 그런데 강아지가 그 사람을 물어서 다쳤다면, 내가 보상을 해줘야 할까?”
“타인이 만진 강아지에게 물려 부상을 입은 경우, 강아지 소유자는 민법 제759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민법 제759조는 동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는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는 치료비, 위자료 등 부상으로 인한 모든 손해를 포함합니다. 다만, 강아지가 타인을 물게 된 원인이 강아지의 소유자의 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인이 묶여 있는 강아지를 자극해 물게 된 경우 강아지 소유자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변호사를 찾긴 부담되지만 그냥 지나치긴 어려운 일들을 겪곤 한다. 간단히 법적 조언을 구하고 싶어도 비용과 시간 등을 생각하면 벌써 눈앞이 캄캄하다. 변호사 지인을 둔 이들이 부러워진다. 이제는 그런 부러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 올해 초 ‘법률판 챗GPT’인 ‘다풀래(DAPULAI)’가 출시되기 때문이다. 위 질문과 답변은 다풀래를 이용해 얻어낸 답이다.
다풀래를 위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넥서스AI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손을 잡았다. 다풀래는 챗GPT와 같은 챗봇 형태로 이용자가 법률 관련 질문을 입력하면 적절한 답을 내준다. 네이버가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법률 상담부터 판례 검색, 법률 문서의 요약 및 생성, 판결 예측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달 12일, 서울 대치동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에서 이재원 넥서스AI 대표를 만났다. 프라이머사제는 작년 10월 하나벤처스와 함께 넥서스AI에 시드(seed) 투자를 단행한 벤처캐피털(VC)이다.
◇ 법률 분야에 특화된 AI 챗봇…대륙아주 변호사 100명이 의기투합
사실 과거의 판례를 통해 처벌 강도나 판결을 예측하는 건 지금도 가능하다. 법원 종합법률정보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키워드를 넣어 검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을 검색하면, 해당 단어가 포함된 판결문들이 나온다. 1·2·3심 판결이 모두 검색되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면 자신이 얼마나 강도 높은 처벌을 받게 될지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다풀래를 이용하면 이런 일이 훨씬 더 쉽고 편리해진다. 다풀래는 생성형AI 기반 챗봇이다. “어떤 사람이 내 강아지를 만져보다 물렸는데 내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친구가 돈 1억원을 빌려 간 뒤 연락이 두절됐는데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아내가 불륜을 저질렀는데 이혼하면 내 명의 아파트를 분할해줘야 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넣어 가장 적합한 해답을 얻어낼 수 있다. 챗GPT와 비슷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쓰진 못하고 법률 분야에만 국한된 ‘버티컬 LLM(특정한 활용 사례나 산업에 최적화된 대용량 AI 언어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넥서스AI는 다풀래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를 파인튜닝(미세 조정)해 독자적 모델을 만들었다. 파인튜닝은 특정 작업의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이미 훈련된 대규모 언어 모델에 추가 학습을 수행하는 작업을 뜻한다.
이 때문에 더 정확한 답을 내놓으려면, 우선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다풀래는 소송 및 법률 자문 사례를 학습해 방대한 데이터를 얻는다. 현재는 100명에 가까운 변호사들이 파트 타임으로 투입돼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고 난 뒤엔 필요 인력이 10명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다풀래는 AI 기반 챗봇이지만 ‘법률 자문’업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있었다. 변호사 자격 없이 법률 자문을 통해 돈을 벌면 현행 변호사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넥서스AI가 찾은 돌파구는 대형 로펌과의 협업이었다. 국내 10대 로펌에 이름을 올린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손을 잡았다.
이 대표는 “여러 로펌 중 대륙아주가 가장 적극적이었다”며 “창업자인 김진한 변호사와 이규철 대표변호사,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차동언 변호사 모두 AI가 그릴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 두 번이나 창업해 상장시킨 CEO… “변호사 업계와 상생할 것”
이 대표는 사실 성공한 연쇄창업가다. 넥서스AI 이전 두 번이나 창업에 도전했고, 모두 상장시켰다. SK텔레콤에 다니다 가입자위치등록(HLR) 개발팀을 주축으로 텔코웨어를 창업해 2004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2007년에는 디지털 광고회사 인크로스를 세워 2016년 코스닥시장에 입성시켰다.
이동통신사와 광고 회사에 몸담았던 그는 지난해 5월 돌연 리걸테크(법률과 기술이 결합해 탄생한 서비스) 분야에 뛰어들었다. 인크로스에서 8년간 함께한 강민욱 CTO와 공동 창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생성형 AI가 가진 잠재력에 주목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생성형 AI가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꿀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며 “가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법률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AI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법률 분야는 정제된 데이터가 많아 AI에 학습시키기 용이하고, 결과물의 단가도 높다”고 덧붙였다.
넥서스AI는 이 대표가 그동안 쌓은 명성에 힘입어 창업한 지 반년 만에 20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프라이머사제와 하나벤처스가 투자사로 나섰다. 투자를 심사한 김석현 프라이머사제 공동대표는 “두 번의 엑싯 경험은 투자 업계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라며 “넥서스AI가 출시할 서비스가 오픈AI 이후 나온 방법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투자금의 대부분은 개발자들을 위한 인건비와 판결문 확보에 쓰일 예정이다.
다풀래는 향후 기업소비자간거래(B2C)로 인지도를 높이고, 기업간거래(B2B)로 확장해 변호사들에게도 서비스를 납품할 계획이다. 일종의 구독 모델이다. 이 대표는 “변호사들이 의뢰인 상담에 다풀래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변호사 업계와의 상생도 넥서스AI가 지향하는 목표다. 이 대표는 “다가올 AI 시대에 변호사의 적은 AI가 아니라, AI를 잘 쓰는 변호사”라며 “다풀래 서비스 하단에 변호사 광고란을 만들어 법률 상담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업무의 품을 줄여나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젊고 우수한 인재들을 더 많이 모시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이 대표는 “B2C서비스를 먼저 출시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인재 유치다”라며 “지금 직원들을 그대로 복사해서 두 팀 정도 더 만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넥서스AI가 아직은 작은 기업이지만, 팬더나 코끼리 새끼도 처음엔 작았다”며 “네이버클라우드나 네오위즈 등 굵직한 기업 출신의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면 언제든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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