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생 여자 오상욱'전하영의 패기만만 첫올림픽 "언니들과 함께 잘할 자신있어요!"[신년 진심인터뷰]

전영지 2024. 1.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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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새해 첫 파리올림픽에 도전하는 펜싱 여자 사브르대표팀 '막내온탑' 전하영이 새해 결심을 들어올리며 미소 지었다. 진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8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펜싱대표팀 막내온탑 전하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서울시청,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파리올림픽을 준비중인 베테랑 에이스 윤지수의 장난기 가득한 포즈에 전하영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여자 오상욱? 처음 듣는데요."

'2001년생 펜서' 전하영(23·서울시청)이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청룡의 해, 대한펜싱협회 관계자는 여자사브르 '국대 막내' 전하영을 가리켜 "여자 오상욱"이라고 칭했다. 남자 사브르 '어펜져스'의 막내로 도쿄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이끌었던 톱랭커 오상욱과 공통점이 많다. 같은 대전 출신으로 1m75의 키에 긴 팔다리, 압도적 피지컬, 겁없는 패기, 상대를 압도하는 빠른 발과 공격적인 모습이 빼닮았다.

2021년 이집트 카이로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사상 첫 개인-단체전 2관왕에 오른 '될성 부른 나무'는 지난해 7월 밀라노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1월 알제리월드컵에선 '선배' 윤지수가 부상 결장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쳤다. 펜싱 종주국 프랑스를 꺾고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지연(36) 윤지수(31·이상 서울시청) 서지연(31) 최수연(34·이상 안산시청) 등 실력과 경륜을 갖춘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전하영은 시즌 국내랭킹 1위다. 스물셋의 나이에 생애 첫 파리올림픽에 도전하는 그녀는 '여자 오상욱'이라는 별명을 마다하지 않았다. "영광이죠. 상욱이오빠는 세계 최고 선수니까요."

2021년 청소년세계선수권 1위 전하영.
여자사브르 대표팀 전하영(왼쪽)-윤지수가 다정한 볼하트 포즈를 취해보였다.

▶'여자 오상욱'의 폭풍성장기

전하영은 2014년 대전 용전중에서 펜싱에 입문해 송촌고 1학년 때인 2017년 전국체전 금메달을 따낸 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직후인 2018년 17세의 나이에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2022년까지 대전시청에서 뛰다 지난해 '런던 금메달리스트' 김지연, '항저우 금메달리스트' 윤지수 등 '레전드' 사브르 선배들이 있는 서울시청으로 이적했다. 상승세의 비결을 묻자 전하영은 "펜싱이 재미없어질락말락할 때 이적했는데 언니들과 함께 하면서 다시 펜싱이 재미있어졌어요"라고 했다.

2014년 펜싱 입문 3개월 무렵 인천아시안게임 현장, 윤지수와의 첫 만남도 떠올렸다. "언니가 '야, 너 운동 잘하게 생겼다'고 했거든요. 언니는 기억 안 난다는데 전 엄청 기분 좋았어요." 10년 후 그 '국대 언니'와 '운동 잘 하게 생긴 소녀'는 소속팀, 대표팀서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파리올림픽을 준비중이다. 사브르 선후배는 서로의 펜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조언하며 함께 성장했다. 전하영은 "꿈만 같다"고 했다. "지연 언니는 저와 같은 왼손잡이인데 '저 선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연 언니, 지수 언니 모두 제 롤모델이에요. 저도 언니들처럼 좋은 선수가 돼서 어린 후배들이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2023년 7월 밀라노 세계선수권 단체전 동메달. 사진제공=대한펜싱협회
2023년 11월 알제리월드컵 단체전 금메달 사진제공=대한펜싱협회
28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펜싱대표팀 여자사브르 국내랭킹 1위 전하영이 팡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생애 첫 올림픽 "잘할 수 있어요"

전하영은 펜서로서 장점에 대해 "힘이 진짜 좋아요. 정통으로 부딪치면 상대가 다칠 정도래요. 키가 크고 팡트가 길어서 공격할 때 상대를 움추려들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보완할 점은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체중 감량을 신경써야 해요. 멘탈도 더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경기가 안 풀릴 때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될 때가 있거든요"라며 웃었다. 첫 올림픽은 어떤 느낌일까. 전하영은 "자다가도 올림픽을 생각하면 눈이 번쩍 떠질 때가 있어요. 떨리기도 하는데 재미있을 것같아요"라고 했다. "언니들과의 합이 너무 잘 맞는다. 첫 올림픽이지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목표는 결승 진출, 금메달이에요. 할 수 있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전하영은 지난해 밀라노세계선수권 단체전 동메달, 알제리월드컵 첫 금메달 순간을 떠올렸다. "세계선수권 동메달은 제 펜싱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알제리월드컵은 첫 국제대회 금메달이에요. 지수 언니가 다쳐서 못나가고, 8강서 일본을 만나는 대진에 저도 개인전 조기탈락으로 멘탈도 흔들린 상황, 프랑스와의 결승(45대43승)에서 말번으로 뛰었는데 마지막 포인트를 딴 후 눈물이 맺힐 만큼 좋았어요." 2000년대생 전하영, 최세빈(전남도청), 98년생 윤소연(대전광역시청)이 합작한 이 금메달은 한국 여자 사브르의 새 희망이 됐다. "저희끼리도 '이게 되네, 우리도 되네요. 우리도 할 수 있구나' 했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2024년 1월 1일, 전하영의 세계랭킹은 26위. 국제대회 출전이 적어 랭킹이 저평가됐지만 실제 경기력만 보면 16위 이상이라는 평가다. 전하영은 "새해엔 개인전에서 늘 16강 이상, 매대회 메달을 목표로 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세계랭킹도 16위 내로 진입하고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파리올림픽의 해, 새해 결심을 거침없이 밝혔다. "저는 어리고 패기 있는 선수입니다. 이 패기로 올림픽, 세계 무대에서 다 이겨보겠습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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