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중 1명 ‘행동하는 중도’[중도, 그들은 누구인가]
진보·보수 매몰 안된 중도 부각
총선의 해, 변화의 단초 주목
한국 사회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위기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정치가 지목된다. 진영으로 나뉘어 소모적 갈등과 대립을 반복하는 정치는 한국 사회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는 이념·세대·성별에 따른 분열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토론과 소통을 가로막는다. 이대로 가다간 공동체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진보·보수에 속하지 않은 ‘중도’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이다. 한국 사회에서 중도를 호명하는 빈도가 늘어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중원을 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선거 격언이 있듯 진보·보수가 대결하는 구도에서 중도 유권자가 선거의 승자를 결정한다는 현실적 이유에서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각 정치세력의 중도를 향한 구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둘째, 스스로를 중도로 생각하는 시민이 늘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2013~2022년),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의 한국종합사회조사(2003~2021년) 등 장기 패널 여론조사에선 중도층 증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한쪽 이념에 매몰되지 않은 중도가 균형을 잡아줌으로써 갈등과 대립을 완화시켜줄 것이란 기대가 있다.
경향신문이 2024년 신년기획으로 ‘중도 대해부’에 나선 이유이다. 중도에 대한 정치권의 구애와 사회적 관심에 비해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와 분석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중도는 단일한 집단인가. 중도는 정치와 사회에 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중도는 어떤 투표 행태를 보이는가. 과연 중도는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경향신문은 설문조사와 전문가 분석, 시민 인터뷰 등을 통해 중도가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진보·보수 못지않게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높은 집단을 중도 내부에서 발견했다. 전체 유권자 5명 가운데 1명 정도가 이처럼 적극적인 중도, 행동하는 중도로 분류됐다. 좌우 대립이 팽팽한 선거에선 이들의 선택이 결정적일 수 있다.
이들은 다른 이념 집단에 비해 개방성이 높았다. 정치에서 타협의 중요성도 높게 봤다. 중도 내부 집단의 이 같은 유연한 태도는 ‘불통’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중도층은 각종 현안에 대해 진보·보수에 비해 일관되지 않은 선호 체계를 갖고 있었다. 중도층이 선호하는 지점은 대체로 진보·보수 사이에 존재했지만 완전히 가운데가 아닌 경우도 적지 않았다. 중도가 선호하는 사안 가운데 일부가 진보 혹은 보수가 선호하는 사안과 겹치는 현상이 발견됐다. 중도가 정책 여론에서 균형을 잡거나, 반대로 균형을 무너뜨리는 추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경향신문은 8회에 걸쳐 연재될 ‘중도, 그들은 누구인가’ 시리즈를 통해 중도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가 지향할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
◇특별취재팀=김재중 스포트라이트부 부장, 배문규(데이터저널리즘팀)·심진용(스포츠부)·정대연(정치부)·권정혁(경제부)·문재원(사진부) 기자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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