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밝힌 33년… 등대지기 첫 사무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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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얼떨떨합니다. 등대지기 출신 첫 사무관이 된 저를 '등대' 삼아 갑진년 새해에는 후배들도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33년간 칠흑같은 밤바다를 밝히며 선박 안전을 지켜 온 등대관리원이 지난달 31일 사무관(5급)이 됐다고 해양수산부가 2일 밝혔다.
등대관리원 출신으로 사무관이 된 경우는 그가 처음이다.
이전까지 등대관리원이 속한 '항로표지 직렬'은 사무관 정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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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태풍 땐 보름 등대에 갇혀
“어떤 상황에도 희망 잃지 않게 돼”
“아직 얼떨떨합니다. 등대지기 출신 첫 사무관이 된 저를 ‘등대’ 삼아 갑진년 새해에는 후배들도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33년간 칠흑같은 밤바다를 밝히며 선박 안전을 지켜 온 등대관리원이 지난달 31일 사무관(5급)이 됐다고 해양수산부가 2일 밝혔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의 김흥수(56)씨가 주인공이다. 등대관리원 출신으로 사무관이 된 경우는 그가 처음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속초 바다를 찾았다가 우뚝 솟은 등대의 모습에 반했다는 그는 1990년 군 제대 직후 군산지방해양수산청 등대관리원으로 지원했다. 충남 태안 격렬비열도에서 등대지기 생활을 시작한 뒤 지난해 10월 관리팀장으로 발령이 나기 전까지 부산 영도와 가덕도, 오륙도 등을 거치며 33년 동안 남해 바다에 불을 밝혔다. 이전까지 등대관리원이 속한 ‘항로표지 직렬’은 사무관 정원이 없었다.
그러나 등대가 점점 무인화되고 관광형 체험시설, 해양 복합문화센터 등으로 탈바꿈하면서 지난해 8월 해양관광·문화 업무를 담당하는 해안교통시설 직렬과 통합됐다. 이에 따라 사무관 정원(1명)이 생겼고 김 사무관은 “못 할 게 뭐 있나”라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그는 “2012년 오륙도에 근무할 때 태풍 ‘덴빈’과 ‘볼라벤’이 연이어 상륙해 아무런 기약 없이 15일을 꼬박 등대에 갇혀 있었다”며 “언제 육지로 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등대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이틀마다 10시간씩 발전기를 확인했는데 그때를 떠올리면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무관 승진에 필요한 역량 평가를 무사히 통과했고, 평판 조회를 했더니 동료들의 신망이 워낙 높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아직 157명의 등대관리원이 있고 부산청에서는 10명이 활동 중이다. 김 사무관은 “갈수록 무인화된다고 해도 등대지기는 여전히 필요하다. 33년의 경험을 살려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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