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환경적인 유리병 재사용...무관심 속 캔·페트병으로 대체
재활용 만능 아닌데...재사용 쪼그라드는 현실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간, 지역간, 나라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소주와 맥주 유리병에는 각각 100원과 13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이 붙어 있다. 판매점을 통해 빈 병을 회수해 씻은 후 재사용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소주와 맥주 빈 병의 올바른 처리 방법은 재활용품으로 분리배출이 아니라 마트 등에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그래야 보증금도 돌려받을 수 있고 빈 병도 다시 쓸 수 있다. 경제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셈이다.
재사용 목적으로 보증금을 붙이기 때문에 수입 제품은 해당 사항이 없다. 빈 병을 그 나라로 다시 돌려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맛은 별개로 하고 온전히 환경적 관점으로만 보면 국내에서 생산된 유리병에 담긴 맥주를 마시는 게 탄소 배출이 가장 적은 친환경적인 소비다.
소주와 맥주 빈 병을 마트 등에 반환할 때는 마개를 닫는 게 좋다. 병의 파손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식당에서 마시는 경우에는 다시 닫지 않는 게 좋다. 식당에서는 바로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마개가 없어도 병을 보호할 수 있다. 마개를 닫으면 공장에서 다시 마개를 열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맥주병 마개를 숟가락으로 따는 것도 하지 않는 게 좋다. 병 입구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맥주 공장 신입 사원이 회식에서 제일 처음 혼나는 게 숟가락으로 마개를 건드릴 때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환경 위기의 시대 유리병 재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 위협을 막고 탄소와 쓰레기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유리병 재사용인 것이다. 페트병이나 캔을 재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나 유리병 재사용의 효용에는 미치지 못한다. 유리병은 무겁기 때문에 운반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지만 재사용 횟수가 증가하면 상쇄된다. 일본 유리병 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500㎖ 용기 기준으로 유리병을 5회 이상 재사용 시 어떤 재질의 일회용 용기와 비교하더라도 탄소 배출이 적다. 20회 이상 재사용하면 페트병 대비 탄소 배출이 3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소주와 맥주, 식당에서 판매되는 일부 탄산음료 유리병만 재사용을 하고 있다. 2022년 기준 42억 병이 판매됐고 40억 병이 반환됐다. 반환율이 96% 이상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재사용 목적의 보증금 제도는 쪼그라들고 있다. 탄산음료는 이미 일회용 캔과 페트병으로 거의 대체됐고, 소주와 맥주도 가정용 제품은 캔과 페트병으로 대체되고 있다. 생수나 우유, 주스, 기타 식품 용기는 죄다 일회용이다.
환경부는 보증금 대상을 확대해 용기 재사용을 늘리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통해 재활용이 잘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재 빈 용기 보증금 제도는 신규 생산자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독소조항이 있다. 의무 반환율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부과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반환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기존 생산자 외에 신규 생산자가 들어오기 어렵다. 실제로 부과금을 견디다 못해 유리병 재사용을 포기한 주류 회사도 있었다.
재사용 유리병의 시대가 다시 와야 한다. 재활용이 만능이 아니다. 환경부는 유리병 재사용 확대를 위한 적극적 정책 목표를 수립하고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생산자들도 말로만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고 생색내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올해가 유리병 재사용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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