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억개 버려지는 핫팩...'하루살이'에 멀고 먼 재활용
겨울 필수템 주머니 속 핫팩
재활용 불가로 일반 쓰레기 처리
日 기업, 수질개선 큐브 제작 시도
편집자주
우리는 하루에 약 1㎏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립니다. 분리배출을 잘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쓰레기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폐기물은 어떤 경로로 처리되고, 또 어떻게 재활용될까요. 쓰레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한겨울 출근길. 현관문을 열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훅 불어옵니다. 추운데 출근까지 하려니 왠지 더 마음속이 쌀쌀해지는데요. 조금이라도 따뜻한 하루를 위해 주머니에 휴대용 손난로 하나를 넣고 출발해 봅니다. 이 핫팩 덕분에 출근길부터 퇴근길까지 얼어붙은 손과 마음을 녹일 수 있겠죠.
겨울이 되니 손에 핫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일하는 분들은 핫팩 여러 개를 몸에 넣어 다니시더라고요. 편의점에서 1,500원이면 살 수 있지만 약 10시간은 온기가 유지되니 이만큼 가성비 좋은 난방용품도 흔치 않겠죠.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북극한파로 엄청난 추위가 이어졌던 지난달 16, 17일 핫팩 판매량이 일주일 전보다 11배나 뛰었다고 합니다.
핫팩은 그러나 하루살이의 운명입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쓰레기통에 가야 할 신세죠. 가끔은 좀 아쉬워서 다시 흔들어도 보지만 차갑게 식은 핫팩은 다시 타오르지 못합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팔리는 핫 팩이 2억 개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이 많은 핫 팩을 다시 쓸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핫팩 속 철가루, 고철 아닌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답을 얻기 위해 핫 팩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살펴봤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분말형 핫 팩을 뜯어보니 까만 철가루가 쏟아졌어요. 분말형 핫 팩은 철의 산화반응을 이용해 열을 발생시킵니다. 비닐 포장을 뜯으면 바깥에 있던 산소와 부직포 안에 들어간 철이 결합해 산화하고 이 과정에서 열에너지가 방출되는 거죠. 산화반응이 일어난 뒤에는 철이 완전히 녹슬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일회용인 거죠.
철가루를 담은 부직포 주머니는 폴리에틸렌(PE)이나 나일론 등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었습니다. 이에 어떤 분들은 핫 팩을 뜯어서 내용물은 고철로, 부직포는 비닐로 분리배출을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방법입니다. 철가루에는 산화 속도를 빠르게 하는 촉매제인 활성탄이나 소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열재 역할을 하는 질석과 톱밥도 섞여 있죠. 오직 철만 분류해 분리배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부직포도 여러 플라스틱이 합성돼 재활용이 안 되고요. 따라서 식은 핫 팩은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오직 분리배출 표시가 있는 핫 팩의 포장재만 비닐로 배출이 가능합니다.
시중에서 파는 핫 팩 중 재사용이 가능한 종류가 있기는 합니다. 일명 똑딱이라고도 불리는 액체형 핫 팩입니다. 이 핫 팩은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든 주머니에 아세트산나트륨 과포화용액을 넣은 것입니다. 과포화용액이란 특정 온도에서 녹을 수 있는 양 이상으로 물질을 함유해 완전히 녹아 있지 않은 상태의 용액을 말합니다.
과포화용액은 매우 불안정해 작은 충격에도 쉽게 균형이 깨져서 고체로 변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며 열이 발생합니다. 핫 팩 안에 있는 똑딱이를 딸깍 눌렀을 때 하얗게 변하며 굳는 게 이런 이유입니다.
고체가 된 액체형 핫팩을 뜨거운 물에 넣으면 다시 액체로 되돌아갑니다. 예전에 등교할 때 가져갔던 핫팩을 끓인 물로 녹여 다음 날 다시 사용했던 게 생각나네요. 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지긴 해도 액체형 핫팩은 이 같은 방식으로 여러 차례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핫팩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었는데요. 주머니 속에서 터져 액체가 흘러나오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에요.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들어갔다는 점도 문제가 됐어요.
액체형 핫팩 역시 다 쓰고 나면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겉 비닐과 내용물을 분리하기 어렵고, 속에 있는 액체를 수도관으로 흘려 버려서도 안 되거든요. 이런 핫팩의 경우 겉 비닐 소재에 폴리염화비닐(PVC)이 포함돼 더욱 환경에 유해합니다. PVC를 태우는 과정에서 염화수소가스가 나오는데 부식성이 강해 폐기물 처리 공정을 망가뜨릴 수도 있거든요.
일본 기업, 철가루 가공해 수질개선 실험
핫팩은 이처럼 재활용이 참 어렵지만 내용물을 가공해 새로운 곳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있습니다. 일본 효고현에 있는 사회적기업 '고그린그룹'은 분말형 핫팩에 들어 있는 철가루를 가공해 수질개선 큐브를 만들고 있습니다. 큐브를 강이나 저수지에 넣으면 인을 흡착해 부영양화를 막고 휘발성 황화합물을 제거한다고 해요.
창업자인 야마시카 다카시 대표는 도쿄해양대학과 협력해 이 큐브를 개발했습니다. 이후 재료 공수를 위해 전국의 학교나 마을에서 다 쓴 핫팩을 기부받고 있습니다. 좋은 일에 쓰인다고 하니 일본 전역에서 꾸준히 우편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네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 같은 시도를 하는 곳이 없습니다. 재활용은 요원하지만 분말형 핫 팩을 좀 더 오래 쓰는 방법은 있는데요. 바로 핫 팩이 식기 전에 지퍼 백에 넣어 밀봉하는 것입니다. 공기를 차단해 산화반응이 잠시 멈추도록 하는 거죠. 효과가 있는지 직접 실험을 해 봤는데요. 쓰지 않을 때는 지퍼 백에 넣어 두었다가 외출 시 꺼내면 발열이 다시 시작돼 상당히 효율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수명연장을 해도 핫팩은 언젠가 버려집니다. 1, 2일에 한 번꼴로 쓰레기를 만드는 대신 수년간 재사용이 가능한 충전식 손난로를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따뜻하면서도 패션 감각을 뽐낼 털목도리와 장갑, 모자 등도 활용 가능합니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생각한다면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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