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검은 세금’ 문화…미켈, 아데바요르 뿔났다

김세훈 기자 2024. 1. 3.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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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비 미켈. 게티이미지



아프리카에는 ‘검은 세금(Black Tax)’이라는 문화가 있다. 흑인 노동자, 특히 전문직 종사자 및 고소득자들이 가족에 대한 뿌리 깊은 책임감과 의무감 때문에 부모, 형제자매, 친척에게 주는 돈을 의미한다. 서남아시아 대표 매체 알자지라는 “더 많은 돈, 더 많은 문제. 아프리카 축구계에 검은 세금에 대한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며 검은 세금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2일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높은 연봉을 받는 축구 선수들에게 ‘검은 세금’은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이 문제는 일반적으로 조용하게, 개인적으로 논의됐지만, 프리미어리그 첼시 등에서 뛰다가 은퇴한 존 오비 미켈(37·나이지리아)로 인해 공론화됐다.

미켈은 2023년 11월 “아프리카 선수들은 부모, 형제뿐만 아니라 친척, 사촌 등에게 돈을 보낸다”며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이렇게 해야 하는 게 아프리카 문화”라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적잖은 축구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끝낼 무렵 파산하거나 얼마 안 되는 자산만 갖는다”며 “레라토 차방구, 필레몬 마싱가(이상 남아공), 에릭 젬바 젬바(카메룬), 셀레스틴 바바야로(나이지리아), 에마누엘 에보우에(코트디부아르) 등도 비슷한 삶을 살았다”고 전했다. 어떤 경우에는 선수가 재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많은 선수들은 자신의 불행이 종종 ‘검은 세금’이라고 불리는 일가친척의 격렬한 요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거나 가족과 관계를 끊은 선수들은 ‘검은 양(black sheep)’으로 인식돼 조롱을 받는다”고 전했다.

축구는 호황과 불황으로 악명 높은 비즈니스다. 가장 많은 임금을 받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10년에서 15년이다. 이 기간에 아프리카 선수들은 자신의 남은 인생을 준비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짐까지 짊어져야 한다. 아프리카 전문 스포츠 연구 회사 ‘캐시앤스포트(Cash N Sport)’ 설립자 은코빌 은들로브는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축구 선수 중 절 반 정도가 월 1000달러 미만 수입을 올린다”며 “모든 아프리카 선수들이 많은 돈을 버는 게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들로브는 “검은 세금이 주요 문제”라며 “2022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60% 가구만이 임금 및 급여 소득을 얻었고 51%는 사회 보조금을 주요 수입원으로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마누엘 아데바요르. 게티이미지



대표적인 아프리카 출신 슈퍼스타 에마누엘 아데바요르(토고)은 검은 세금을 가족과 친척들의 ‘조작’이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레알 마드리드 등 클럽에서 뛴 아데바요르는 2017년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친척들의 과도한 요구 때문에 자살까지 고려했다”고 말했다. 현재 아데바요르는 아프리카에서 무척 부유한 전직 축구 선수 중 한 명으로 품위 있게 살고 있다. 그는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나는 은행업에 관심이 없지만 운이 좋아서 부동산을 구입했고 투자도 많이 했다”며 “축구 선수로서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돌보고 싶겠지만, 넘어지면 아무도 당신을 돌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은들로브는 “아프리카 전체 큰 문제점은 저축 문화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선수들도 연금, 저축, 투자 등을 하는 습관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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