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대표 피습, 반복되는 정치 테러 반드시 근절해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중 60대 남성으로부터 흉기 습격을 당했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다시 헬기 편으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경정맥 손상이 의심된다고 민주당은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 등 관계 당국의 신속한 진상 파악과 치료 지원을 지시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누구를 상대로 하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특히 유권자와 가까이 접촉해야 하는 정치인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범죄다.
과거에도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에 대한 폭력과 테러가 있었다. 지난 대선 기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 신촌에서 거리 유세를 하던 중 70대 남성이 휘두른 망치에 머리를 맞아 다쳤다. 범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종전 선언을 지지하던 좌파 유튜버로 “송 대표가 한미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2006년 지방선거에선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유세장에서 50대 남성에게 커터 칼 피습을 당해 얼굴이 11㎝나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유세 중 달걀 공격을 받았다. 우리 정치인은 아니지만 2015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종북 단체 소속원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얼굴과 목에 자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국회의사당 안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경찰관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일도 있다.
이 대표를 공격한 사람의 범행 동기, 공모 가능성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철저히 수사하고 엄히 처벌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여야 어느 쪽이든 이번 사건을 선거에 이용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 지난번 송 대표 습격 사건 때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마치 국민의힘 쪽에서 공격한 것처럼 주장하는 글을 올렸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총선 기간 중 이런 일이 또 벌어지면 선거가 난장판이 될 수도 있다. 각 당 지도부는 지지자들을 자제시키고 선거 기간 중 후보 경호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극단적 대립이 일상화된 우리 정치권을 되돌아보게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진영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청산 대상으로 삼는 풍토가 퍼져 있다. 때론 가짜 뉴스까지 만들어 상대를 악마화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벌써 온갖 추측과 가짜 뉴스가 난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좋든 싫든 이 나라에서 함께 살아가며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일을 할 책무가 있다. 정치인들도 이번 일을 극단적 정치 문화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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