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 왕국 깨질까… 빅테크 운명의 해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4. 1. 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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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메타 반독점 소송 결판난다
WSJ “반독점 재판 올해 정점”

지난 20여 년간 거침없이 성장하며 전 세계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을 장악한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운명의 해’를 맞았다. 올해 구글·메타·애플 등 빅테크에 제기된 반독점 문제에 대한 결론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이 핵심 사업을 분할하거나, 수익 모델을 바꿔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테크 업계에서는 “플랫폼을 장악한 소수 거대 기업이 해당 시장에서 발생한 수익 대부분을 취하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식 성장 공식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가 나온다.

◇결론 향해 치닫는 반독점 재판

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과 메타를 대상으로 한 반독점 소송이 올해 정점에 이를 것이며, 오래 기다려온 결론이 나게 될 것”이라며 “빅테크 규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적) 유산을 형성하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테크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구글의 검색 시장 반독점법 위반 혐의 재판이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독점 소송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히는 이 재판은 지난해 9월 재판이 시작돼 올 5월 최종 변론을 앞두고 있다. 늦어도 연말에 판결이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재판 결론에 따라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 90% 이상인 구글의 ‘검색 왕국’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WSJ는 “반독점법에 따라 재판부는 구글이 일부 사업을 매각하도록 강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소송을 제기한 미 법무부는 구글이 삼성·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 및 통신 업체에 매년 수십억달러를 제공하며 다른 검색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 측은 이용자들이 더 좋은 검색 서비스를 선택했을 뿐이라는 논리로 방어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구글의 검색 독점은 심각하며 MS에 큰 손실을 입혔고, 이대로 가면 인공지능(AI) 산업도 점령당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상황이 구글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구글은 디지털 광고 부문에서도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당한 상태로, 이르면 올 3월 공판 날짜가 발표된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인터넷 광고 기술 업체인 ‘더블클릭’을 인수한 것이 반경쟁적 행위이며, 시장 경쟁을 회복시키기 위해 구글이 온라인 광고 경매 플랫폼 ‘애드 익스체인지’를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타에 관한 반독점 사건도 올해 법정 싸움이 재개될 전망이다. 메타는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 경쟁사를 인수하면서 소셜미디어 시장을 장악했다는 혐의로 2020년 12월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소송을 당했다. 앞서 법원은 FTC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소송을 한 차례 기각했지만, FTC가 추가 증거를 제출하며 다시 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상태다. WSJ는 “해당 재판의 결과는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는 리나 칸 FTC 위원장의 입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메타에서 인스타그램과 와츠앱의 비중을 감안하면 메타 입장에서는 이 소송에 사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앱 장터 독점, 해체되나

구글과 애플이 장악하고 있는 앱 장터 사업도 올해 중대 변화가 이뤄진다. 유럽에서 올 3월 시행될 ‘디지털 시장법(DMA)’에 따라 애플은 자사 앱 장터인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더라도 이용자가 아이폰용 앱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른바 ‘사이드 로딩’이라는 외부 우회 앱 장터를 애플의 iOS 운영체제(OS)에 탑재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아이폰·아이패드 등 기기에서 쓰이는 앱을 자사 앱스토어에서만 다운받을 수 있게 하며 연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익을 올려온 애플의 독점 구조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 이어 일본도 애플·구글 앱 장터 외에도 다양한 시장에서 앱을 다운받고 결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법안을 추진 중이며, 지난해 미국에서 진행된 에픽게임스와의 소송에서도 법원은 애플이 외부 결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며 “저렴한 앱스토어들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애플과 구글의 독점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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