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다 공항 379명 생존 기적 뒤엔… 대피 ‘90초 룰’ 있었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일본 도쿄 인근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일본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충돌하며 대형 화재가 발생해 JAL 기체가 전소(全燒)했다. 항공기 내부가 불타는 모습이 일본 공영방송 NHK 등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했는데, JAL 여객기에 탑승했던 379명은 모두 탈출했다. 이 중 최소 17명이 부상했다. 2일 오후 10시 현재 JAL 여객기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활주로에서 여객기와 충돌한 비행기는 일본 해상보안청의 항공기로 전일 발생한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지진 피해 현장에 물자 수송을 위해 이륙할 계획이었다.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는 여섯 명이었다. NHK는 “한 명은 탈출에 성공했고 다섯 명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2일 오후 5시 47분 NHK 등 현지 방송들엔 하네다공항 활주로를 달리던 JAL 소속 항공기 후면에 강한 폭발과 함께 불이 붙어 긴급 정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불길이 점점 커지며 여객기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결국 비행기는 녹아내리듯 전소했다. 항공기는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을 출발해 오후 5시 40분 하네다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던 JAL516편으로, 어린이 8명을 포함한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 등 총 379명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TV아사히는 JAL516편의 기종이 일본항공 최신예 여객기인 ‘에어버스 A350′ 기종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외교부는 “한국인 피해는 없다고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송 화면엔 탑승객들이 내리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전원 탈출에 성공했다고 TV아사히 등은 전했다. 이들은 항공기에 불이 붙고 난 직후 설치된 탈출 슈터를 타고 비행기 밖으로 나왔다고 알려졌다. 탈출 슈터란 사고 시 항공기 출입구에 부착된 미끄럼틀에 가스를 투입해 신속히 팽창시켜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긴급 탈출구를 말한다. 항공사 대부분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90초 이내에 승객들을 기내에서 탈출시키도록 훈련받는 이른바 ‘90초 룰’을 규정으로 삼고 있는데, 이번 JAL 승무원들도 이에 따라 탑승객들을 신속히 대피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JAL 기장 출신인 고바야시 히로유키씨는 이날 아사히신문에 “거의 만석이었던 JAL기에서 대형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건 모두가 규정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한 결과”라고 했다. 기체 후면부터 불이 붙은 상황을 감안하면 승무원들이 승객을 전방으로 유도해 슈터를 장착하고 내보낸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도 나왔다. 다만 NHK는 “17명의 부상 정도는 알 수 없고 이들 외에도 부상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AL 여객기에 붙은 불은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잡히지 않았다. 공항 부지에 도쿄 소방청 펌프차 등 63대가 출동해 소화(消火) 활동을 벌였다. 의사·간호사들로 구성된 재해파견의료팀(DMAT)도 현장에 파견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일 오후 6시 5분 도쿄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연락실을 설치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는 “관계 부처, 관계 기관들과 긴밀한 연계로 조속히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국민에게 적절한 정보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해상보안청 항공기 MA722 미즈나기 1호는 지난 1일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강진 대응으로 동해 연안 니가타현으로 향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이 항공기엔 기장과 직원 등 남성 여섯 명이 타고 있었다. 30대 남성인 기장은 탈출했지만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나머지는 목숨을 잃었다고 NHK는 전했다. 기시다는 해상보안청 직원들의 사망에 “매우 유감스럽다”며 “사명감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고 2일 말했다.
이번 화재의 영향으로 하네다공항 내 활주로는 이날 오후 6시쯤 모두 폐쇄됐다가 오후 9시 넘어 일부 복구됐다. 이날 김포공항을 이륙해 하네다에 오후 6시 35분 착륙할 예정이던 대한항공 KE2103편은 인근 나리타공항에 착륙하려다 항공기 포화 상태로 나고야공항으로 목적지를 변경, 오후 7시 10분쯤 도착했다. 아시아나가 하네다공항까지 운행하는 항공편도 한때 결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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