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앵카, 로드 스튜어트… 美·英 송년무대 주름잡은 올드보이
“이제 인생의 끝이 가까워져, 마지막 장을 마주하게 됐구려.” 지난달 31일 밤 11시 51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뉴욕의 새해맞이 행사 ‘볼드롭(Ball Drop)’을 9분 남겨두고 캐나다 출신 팝 가수 폴 앵카(83)가 무대에 올라 ‘마이 웨이’를 불렀다.
카운트다운 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공 모양의 구조물이 내려오는 행사인 ‘볼드롭’은 그 자체가 초대형 송년 콘서트로 당대 최고 인기를 누리는 팝스타가 총출동한다. 그중에서도 자정을 앞두고 무대에 오르는 가수는 헤드라이너(대형 콘서트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출연 가수)로 간주된다.
‘마이 웨이’에 이어 앵카가 ‘이매진’을 불렀다. ‘마이 웨이’는 프랑스 샹송인 원곡에 앵카가 영어 노랫말을 붙여서 프랭크 시나트라가 1969년 발표했다. ‘이매진’은 비틀스 해체 이듬해인 1971년 존 레넌이 발표한 곡이다. 현장의 뉴요커들과 방송을 지켜보던 세계인들은 나온 지 반세기가 넘어간 고인(故人)들의 흘러간 옛 노래들을 합창하면서 새해를 맞은 것이다.
앞서 이날 밤 영국 BBC 방송의 송년 음악 프로인 ‘줄스 홀란드의 파티(Jools Holland’s Hootenanny)의 ‘헤드 라이너’는 로드 스튜어트(79)였다. 세계 음악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송년 음악 무대를 여든 살 안팎 원로 가수들이 주름 잡은 것이다.
앵카는 열여섯 살에 발표한 ‘다이애나’로 스타덤에 오르며 ‘10대 아이돌의 원조’로 꼽히는 가수다. 하지만 1960년대 등장한 비틀스와 롤링스톤스 등 록 밴드 열풍에 관심에서 멀어졌고, 이후에는 작사·작곡가와 방송인 등으로 활동해왔다. 한국인의 애창 팝송 ‘세일링’으로 유명한 스튜어트는 1970~1980년대 전성기를 누리며 영국 대중음악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으로 2016년에는 영국 왕실에서 기사 작위도 받았다. 꾸준히 음반을 내고 무대에 서왔지만 전성기는 지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들 말고도 장·노년층에게는 반갑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신인 가수보다 더 새로운 왕년의 팝스타들이 잇따라 전 세계의 송년·신년 음악 행사에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밤 열린 일본 NHK 홍백가합전에는 지난해 결성 50주년을 맞은 영국 록 밴드 ‘퀸’이 특별 출연해 1978년 히트곡 ‘돈 스톱 미 나우’를 불렀다. 고인이 된 보컬 프레디 머큐리 대신 미국 가수 애덤 램버트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행사에서는 1982년에 결성돼 90년대 전성기를 누린 일본의 록 밴드 ‘엑스 재팬’의 리더 요시키(59)가 특유의 짙은 화장을 하고 특별 공연을 했다. 당대 최고 팝스타들만 오르는 무대로 유명한 미국 프로 미식축구 결승전 수퍼볼 하프타임쇼(2월 11일)의 주인공은 1991년 데뷔한 리듬 앤드 블루스 가수 어셔(46)가 맡았다. 어셔는 1993년 데뷔 이후 23번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는 등 2000년대를 상징하는 가수이지만 2016년 이후 앨범을 내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연말연시 대형 음악 행사를 중·장년이 독식하는 현상은 지구촌 흐름으로 자리 잡은 복고 열풍 외에도 TV 시청층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집에서 케이블 TV를 본다고 답한 소비자는 18~29세에서 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5세 이상은 여전히 81%가 TV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도 장·노년층의 취향에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의료사고 심의위 만든다... 필수의료는 중과실만 처벌토록
- 韓총리 “67학번인데도 입시 기억 생생… 수험생 여러분 고생 많으셨다”
- IT회사까지 차려 4조원대 도박 사이트 운영한 일당 적발
- “수능 영어 1등급 비율... 작년 수능·9월 모평 사이로 예상”
- “마약 투약 자수” 김나정, 필로폰 양성 반응 나왔다
- “감사 전합니다”...총리실, 칠곡 할머니 래퍼들 부른 사연
- 도로석으로 쓴 돌덩이, 알고보니 현존 최고 ‘십계명 석판’
- “타인에 노출되는 것 두렵다”... 성인 5명 중 1명 심한 사회불안 느껴
- 직무대리 검사 ‘퇴정’ 논란…대검 “75년간 이어온 적법한 제도”
- 새 경북대 총장에 허영우 교수…“세계가 주목하는 ‘초일류 대학’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