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대표 피습, 어떤 이유로도 용납 안 될 ‘정치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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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오전 괴한에 습격을 당했다.
2022년엔 3·9 대선 지원 유세 중이던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70대 극우 유튜버에게 망치로 맞았다.
2018년 5월 드루킹 특검 도입을 주장하며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폭행을 당하고, 제주지사 후보 시절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은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한다는 이유로 주민의 달갈 세례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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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오전 괴한에 습격을 당했다.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예정 부지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문답하던 도중이었다. 군중에서 지지자로 위장한 60대 남성이 사인을 요청하며 접근하다 갑자기 달려들어 이 대표를 흉기로 공격했다. 왼쪽 목 부위를 베인 이 대표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흉기를 인터넷에서 미리 구입한 점, 살인 고의가 있었다는 본인 진술 등을 근거로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새해 벽두부터 원내 1당 대표가 테러를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심심찮게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단번에 떠올린 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50대 남성이 휘두른 커터칼에 오른쪽 빰 자상을 입은 사건이다. 2022년엔 3·9 대선 지원 유세 중이던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70대 극우 유튜버에게 망치로 맞았다. 이보다 강도가 약한 단순 폭행이나 달걀 투척 정도는 훨씬 흔하다. 2018년 5월 드루킹 특검 도입을 주장하며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폭행을 당하고, 제주지사 후보 시절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은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한다는 이유로 주민의 달갈 세례를 받아야 했다. 정치인 공격은 이렇게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검경은 합동수사팀을 꾸려 철저한 진상조사를 다짐했다. 정확한 경위는 향후 수사를 통해 차차 드러날 것이다. 이 대표 개인에 대한 사적 원한인지, 최근 민주당 내 신당 창당 움직임과 관련한 것인지, 완전히 다른 정치 세력 지지자에 의한 공격인지는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를 상정하더라도 있어서는 안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과격 테러가 잊을 만하면 터진다는 건 우리나라 정치가 그만큼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다. 폭력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민주주의의 공적이다.
2년 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유세 도중 도시 한복판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기억이 아직 채 지워지지 않았다. 비록 다른 나라 일이지만 사건 사고의 패턴이 점점 더 과격해지고 예측 불가능해지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파편화한 개인이 묻지마 공격 대상을 찾아 곳곳에서 어슬렁거리고, 때로는 집단으로 뭉쳐 린치를 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에 따라 국민의 불안지수도 함께 높아간다. 요즘처럼 정치가 극단적인 팬덤으로 치닫는 세상에서는 유력 정치인 주변에 무수한 사람이 모인다. 정치인 경호를 강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총선이 석달 앞이다. 돌발 변수 때문에 선거 전체가 영향을 받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테러범 처벌뿐 만 아니라, 이런 결과를 초래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근본적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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