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농사 짓겠습니다” 청년 3인방의 유쾌한 딸기 도전
AI 2.5세대 스마트팜 활용
시장성 밝은 육묘업 도전
“처음 될농이 거창에 터를 잡던 날 마을의 구경거리였습니다. 주민들이 마당에 들어와 구경하고 갔습니다. 청년 3명이 한꺼번에 농촌 마을에 들어오니 호기심의 대상이었죠.”
될농 3인방은 청년 특유의 싹싹함으로 농촌 생활을 개척했다. 간단한 전기 공사를 해주고 무거운 짐도 나르면서 먼저 다가가자 마을 주민들도 마음을 열었다.
“‘청년들이 오니 마을이 생기가 돈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 귀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될농은 딸기가 주 작물이다. 딸기는 1차 농산물 그 자체로도 건강하고 맛있지만 2차 가공을 통해 색다른 맛과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농장 체험 등에 활용하기에 적절한 품목이기 때문이다. 빨리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이라 돈의 회전도 빠르다. 재배 난도가 높지만, 빅데이터 스마트팜 활용도가 높은 작물이라는 점도 딸기를 선택한 이유다.
대학원에서 정보통신과 빅데이터를 전공한 이 대표는 스마트팜을 작물 재배에 연계하는 데 나름 자신이 있다. 현재 될농은 인공지능(AI) 카메라, 온습도 센서, 광센서, 배액센서, 실시간 데이터 및 영상 저장 등의 기능을 갖춘 2.5세대 스마트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팜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이 대표는 2년간 발로 뛰며 현장을 배웠다.
“농업에 대한 기초 이해와 딸기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전문 딸기 농업회사에도 근무하며 배웠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처음 딸기를 심던 날은 너무 긴장해서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습니다.”
거창에 귀농해 처음 가공한 딸기청, 딸기잼, 딸기라테를 들고 무작정 플리마켓에 참여하기도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될농을 홍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뭘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플리마켓의 다른 판매자들이 상품 진열, 고객 소통 방법 등을 아낌없이 알려주셨습니다. 덕분에 딸기라테 200병을 팔았습니다.”
이 대표와 같은 창업농은 처음 작물을 재배해 판매하기 전까지 수익이 없다. 이럴 때 영농정착지원금은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초기에는 기자재들이 부족했습니다. 영농정착지원금은 주로 기자재를 사는 데 사용했습니다.”
이 대표는 농사라는 본업뿐 아니라 각종 사회활동으로 분주하다. 경남 영상기자단, 경남 SNS 기자단, 거창군 마을기자단, 거창군 작은학교 교사, 거창군 청춘창고 매니저, 거창청년공동체 ‘잇다’ 총괄책임자 등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바쁜 대외 활동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농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촌에 살면 농사 외에 남는 시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쉬면서 보냈지만, 농촌 생활의 가장 부족한 부분이 정보라는 것을 깨닫고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됐습니다.”
경북대와 충남대 현장강사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체험 사례 공유, 스마트팜 환경 관리, 최신 농업 추세 등 요즘 청중의 관심사에 맞춰 강연한다. 욕심이 많은 이 대표는 농업 관련 대학원 진학, 마이스터 과정, 귀농 닥터까지 준비하고 있다. 우선 계획은 육묘장 경영이다. 육묘는 딸기를 모종 형태로 판매하는 것이다.
“딸기를 재배 작물로 선택하는 농가가 많습니다. 실제로 딸기 농장은 늘고 있지만 육묘업은 비교적 적습니다. 모종 재배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최첨단 육묘장을 만들어 다른 딸기 농장들에 육묘를 판매할 계획입니다. 딸기를 활용한 체험카페, 가공 공장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될농의 판매 경로는 직거래가 60%, 서울가락시장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직거래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판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농협몰 등의 방식이다. 창농 첫해인 2021년 1억 원 정도 올렸던 수익은 2022년 1억5000만 원, 2023년 2억5000만 원으로 순조롭게 상승했다.
이 대표는 3년 안에 K딸기를 수출한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 수출을 목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농약 잔류물 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농사를 지으며 나 혼자 잘사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될농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농업인과 농업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선도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꿈꾸는 미래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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