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36> 젊은 시절부터 큰마음을 가졌던 백사 이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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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만 섬을 싣는 배가 되어(常願身爲萬斛舟·상원신위만곡주)/ 중간 넓은 곳에는 선실을 세워두고(中間寬處起柁樓·중간관처기타루)/ 그때그때 동과 남의 나그네 모두 건네주고(時來濟盡東南客·시래제진동남객)/ 해지면 무심히 평온하게 떠다니고자 하네.
위 시는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1556~1618)의 '이 몸이 배가 되어(身爲巨艦·신위거함)'로, 홍만종의 시평집인 '소화시평(小華詩評)'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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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時來濟盡東南客·시래제진동남객
나는 늘 만 섬을 싣는 배가 되어(常願身爲萬斛舟·상원신위만곡주)/ 중간 넓은 곳에는 선실을 세워두고(中間寬處起柁樓·중간관처기타루)/ 그때그때 동과 남의 나그네 모두 건네주고(時來濟盡東南客·시래제진동남객)/ 해지면 무심히 평온하게 떠다니고자 하네.(日暮無心稳泛遊·일모무심은범유)
위 시는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1556~1618)의 ‘이 몸이 배가 되어(身爲巨艦·신위거함)’로, 홍만종의 시평집인 ‘소화시평(小華詩評)’에 들어 있다.
위 시의 원 제목은 ‘수초 인수와 더불어 강변의 집에 지내며 며칠을 보냈으나 배를 구하지 못했다. 수초가 매우 답답해하며 “어떻게 하면 이 몸이 큰 배가 되어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 갈 수 있을까”라며 탄식하였다. 내가 이에 장난삼아 시를 지었다.’(與守初, 仁叟同在江舍, 數日索舟不得. 守初甚鬱鬱, 歎曰: “安得身爲巨艦, 乘風破浪?” 余戱而作此·여수초, 인수동재강사, 수일색주부득. 수초심울울, 탄왈: “안득신위거함 승풍파랑?” 여희이작차.)이다.
이항복이 청년 시절에 지은 시로, 그의 마음 씀씀이가 묻어난다. 친구들과 강을 건너려고 며칠 동안 배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다. 친구들이 답답해하며 화를 내었다.
이항복은 친구들과 달리 위 시를 지어 그들을 달래주었다. 조급증으로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그는 남을 위한 큰마음을 보여주었다. 젊어서부터 그는 대인다운 풍모를 보였다. 말 그대로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겠다는 의미이다.
그런 너른 성품을 지닌 덕인지 훗날 영의정으로 나라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였다.
해가 바뀐 지 사흘째다. “갈수록 사람들의 속이 좁아지고 옹졸해진다”는 지적이 많다. 모든 분야가 기계화되어가고, 삶의 방식이 너무 복잡해진다. 살기 또한 점차 힘들어지고 개인화된다. 그러다 보니 남을 배려하는 심성을 가질 여유가 없어진다. 출산율 저하도 이런 환경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들 한다. 혼자 살기도 힘든데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가 되었으니 넉넉한 마음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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