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파리 환히 밝힐 주인공은 누굴까... 올림픽 메달 기상도
2024 파리 올림픽의 해가 밝았다. 1924년에 이어 정확히 100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7월 26일 막을 올려 8월 11일까지 펼쳐진다. 200여 국이 육상과 수영, 체조 등 32개 종목에서 329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한국 선수단은 코로나 여파로 1년 뒤로 밀린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종합 16위(금6·은4·동10)로 떨어졌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당시 19위(금1·은1·동4) 이후 가장 낮은 순위. 3년 만에 다가온 파리 올림픽 전망도 밝지 않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최근 “파리에선 금메달 5~6개도 어려울 수 있다”며 “일부에선 메달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선수들은 모두 메달 획득이란 영광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역도 레전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금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자는 뜻엔 공감하지만, 금메달을 따기 위한 노력이 폄하되고 모든 결과를 동등하게 생각하는 풍토가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엘리트 체육을 강화한 일본은 한국과 반대로 2012 런던(11위), 2016 리우(6위), 2020 도쿄 대회(3위)로 오면서 성적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취약한 저변 속에서도 잊을 만하면 스타들이 등장하며 어렵게 명맥을 이어갔던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최근엔 대부분 종목에서 선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역대 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 11개씩 안긴 효자 종목 유도와 레슬링은 2012 런던 대회를 끝으로 시상대 맨 위에 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레슬링은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한 장도 따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 금메달 7개의 사격도 ‘전설’ 진종오를 이을 확실한 후계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 단체 구기 종목에선 남녀 농구·배구, 남자 핸드볼, 여자 축구가 모두 파리행 티켓을 얻지 못한 가운데 여자 핸드볼이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으나 국제 경쟁력은 떨어진다.
1988 서울 올림픽 이후 최악의 성적이 우려되는 가운데 그래도 한동안 한국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종목에서 메달 가능성이 보이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용대·이효정이 혼합복식을 제패한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세 차례 대회에서 동메달 하나씩 따는 데 그쳤던 배드민턴에선 안세영(22)이란 세계 최강자가 등장했다. 지난해 17개 국제 대회에 나서 10차례 우승하며 한국 선수로는 27년 만에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안세영은 현시점 파리 금메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한국 선수란 평가를 받는다. 서승재(27)는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서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혼합복식과 남자복식에서 모두 우승하며 안세영과 함께 BWF(세계배드민턴연맹)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이번 파리 대회는 한국이 역대 올림픽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두 기초 종목, 육상과 수영에서 최다 메달을 노릴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한국 육상의 마지막 올림픽 메달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이봉주의 마라톤 은메달. 높이뛰기 스타 우상혁(28)은 28년 만에 올림픽 육상 시상대에 설 강력한 후보다. 도쿄 올림픽에서 4위를 기록한 그는 지난해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 우승했다. 박태환(35)의 ‘원맨쇼’로 역대 올림픽에서 금1·은3개를 수확한 한국 수영은 이번엔 ‘황금 세대’가 나선다. 2022년과 2023년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 각각 은·동메달을 목에 건 황선우(21)는 2월 도하 세계선수권에서 3연속 메달을 따낸 뒤 기세를 몰아 올림픽 무대에 선다는 포부. 황선우와 이호준(23), 김우민(23) 등이 주축을 이루는 남자 계영 800m 대표팀은 아시아 최강을 넘어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도쿄 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동메달리스트 여서정(22)은 작년 세계선수권에서도 3위를 하며 올림픽 2연속 메달 전망을 밝혔다.
역대 올림픽 최다 금메달 종목인 양궁(27개)은 파리에서도 ‘믿을 구석’이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6개 중 4개가 양궁에서 나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 임시현(21), 작년 세계선수권 2관왕 김우진(32) 등 스타들이 즐비하다. 펜싱도 빼놓을 수 없는 한국의 전략 종목. 오상욱(28)과 구본길(35) 등이 중심이 된 사브르 대표팀이 남자 단체 종목에서 역대 세 번째 금메달 사냥에 도전한다.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여자 역도 최중량급(87kg 이상급) 박혜정(21)은 파리에서 ‘장미란 신화’ 재현에 나선다. ‘국기(國技)’ 태권도는 최근 세계적으로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자 67kg 초과급의 이다빈(28) 등이 1~2개의 금메달은 노릴 만한 종목. 전웅태(29)를 앞세운 근대5종은 종목 발상지인 프랑스에서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만리장성’ 중국의 벽이 여전히 높지만, 여자복식 신유빈(20)·전지희(32) 등이 버틴 탁구도 메달 획득이 가능한 종목이다. 최근 올림픽에서 자존심을 구긴 유도는 작년 도쿄 그랜드슬램 대회 남자 81kg급에서 우승한 이준환(22) 등에게 희망을 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