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93년생이 이승만 기념우표를 발행한 이유
‘이승만 대통령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이승만 대통령 사저 ‘이화장’을 찾아가, 양자인 이인수 박사께 발행 의지를 말씀드렸다. 제작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 초기 내각을 구상했던 ‘조각당’을 방문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관을 찾아, 우표 시안과 이승만 대통령 저서 ‘독립정신’을 들고 이곳 추모의 벽에 새겨진 글귀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를 속으로 읊으며 묵념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우표를 받아든 지난해 11월 1일, 이인수 박사께서 별세하셨다. 우표를 직접 드리진 못했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달라던 고인의 뜻을 받들고자 한다.
필자는 학창 시절 그의 과오만을 주입 교육받은 세대다. 친일 독재자라고 배웠다. 독립투사들이 항전을 벌일 땐 미국에서 편히 지내고, 독립이 되자 기회를 틈타 권력을 차지했다고 배웠다. 민족의 염원인 통일된 조국을 저버린 남북 분단의 원흉이라고 배웠다. 뛰어난 민족성 덕에 경제는 발전했지만, 친일파·미제·군부에 이르는 불의한 독재 권력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 민족의 한이라고 배웠다.
‘이승만’을 알게 해준 것은 군대였다. 카투사(KATUSA)로 복무한 필자는, 미군 교육과 백선엽 장군을 향한 예우 등을 경험하며, 미국이 바라보는 한국에 대해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탄생과 국제연합의 역할,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최전선까지, 이승만의 ‘기행’이 그 공조의 중심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반공 포로 석방’으로, 미국과 유엔 등의 휴전과 철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국 처칠은 이를 듣고 ‘면도기를 떨어뜨리고’ 욕설을 퍼부었고, 아이젠하워는 훗날 “대통령 임기 중 유일하게 자다 깬 순간”이라며, 이승만을 “공산주의자만큼 미국을 힘들게 했던 자”였다고 밝혔다. 반공 포로 석방 이후 휴전까지의 한 달은, 강대국을 상대로 한 그의 혈혈단신 외교 투쟁이 가장 극적으로 빛난 순간이다. 결국 철수 후 단순 군사 원조만 남기려던 미국을 동맹으로 묶어두고 경제 원조와 무기 지원까지 얻어냈다. 그렇게 세계 최빈국과 최강국이 ‘상호방위’를 한다는 ‘불평등 조약’ 위에, ‘한강의 기적’이 탄생했다.
반면 현실에서 마주한 우리의 모습은 그 당시와 크게 대비됐다. 군 복무를 하던 2017년, 사상 처음으로 주한 미군 기지에서 양국 대통령이 식사를 하고, 판문점 남북 정상 회담도 이어졌다. 그러나 머지않아 필자가 병사로 참가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은 ‘평화를 위해’ 중단·축소돼버렸다. 미군이 철수한 나라들이 처하게 된 상황들을,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지켜봐왔다. 위화감과 위기감이 교차했다.
‘이승만 정신’은, 자신이 먹고사는 생사를 넘어 ‘세상사’를 고민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믿고, 바꿔낸 데 있다. 이른바 ‘실천적 자기초월’이다. 제 아무리 ‘난 사람’이었다 한들, 세계를 무대 삼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정신은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를 주도하는 진정한 자주 독립을 누리게 했다. 필자는 ‘이승만 정신’을 통해 한 사람이 역사를 바꿔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승만의 공로는 명확하다. 그와 ‘외교독립운동가’들은 ‘일본 제국 조선’의 패전국 처리를 막아냈다. ▲일본의 제국주의 ▲미국의 한반도 방치 ▲조선의 절대 빈곤과 부패 왕정 ▲공산 전체주의의 억압과 모순을 상대로 평생 투쟁했다. 공산주의 독립운동가 조봉암을 기용해 세계 유례없는 토지개혁을 성공시켰다. ‘무상 초등의무교육’과 ‘여성 참정권·교육권’ 보장으로, 신분제를 폐지하고 과거로부터 독립을 실현했다.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간절히 소망한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이한 지금, 격동의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을 구한 ‘이승만 정신’이 다시 계승되어야 한다. 더 이상 ‘공과의 균형’이란 말로, ‘과’만 가르치지 않길 바란다. “국방에서나 경제에서나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의 마지막 기도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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