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1] 우리는 모두 청년이 될 것이다
올해도 나이를 먹었다. 일반적으로 따지자면 나는 중년이다. 머릿속으로는 청년인데 노년이 어서 오라고 손 흔드는 나이라는 의미다. 2020년 기준 한국 기대 수명 83.6년의 절반 이상을 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인간은 사실 철들지 않는다. 우리 정신세계는 30대 초반 어디쯤 머무는데 몸만 고장 나기 시작한다. 중년은 청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느라 세월을 낭비한 사람들이 노년에 들어서기 전 잠시 머무르는 단계다.
청년과 중년은 누가 정하는가. 정부 기준에 따르면 39세까지가 청년이다. 중년은 40세에서 49세다. 장년은 50세에서 64세다. 그러고 보니 ‘장년’이라는 게 있었다. 사전적 의미는 ‘일생 중 한창 기운이 왕성하고 활발한 나이’다. 누군가는 장년의 의미를 수정해야 마땅하다. 50세에서 64세가 가장 왕성한 나이라면 한국 비아그라 판매율이 왜 매년 올라가겠는가. 이쪽은 그냥 ‘중장년’으로 묶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기준 중년은 40세에서 64세가 된다.
유엔이 분류했다고 떠도는 기준에 따르면 나는 여전히 청년이다. 18세에서 65세가 청년이란다. ‘더 오래 청년처럼 일하라’는 윽박처럼 들리는 기준이다. 사실 유엔은 이런 발표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청년 기준 나이를 40대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는 지난 몇 년간 계속됐다. 청년 인구가 부족한 지자체와 청년 정치인이 부족한 정당들을 중심으로 말이다.
확실히 인류는 젊어지고 있다. 나는 아버지 세대보다 더 오래 산다. 더 오래 일해야 한다. 더 오래 청년이 되어야 한다. 이준석도 아직 청년 정치인이라고 불리니 나도 각오하고 있다. 다만 청년 기준을 올리려면 중년 기준도 올려야 한다. 나는 팔십이 될 때까지 이런 글을 쓰며 밥을 먹어야 할 텐데 빨리 중년이 되면 곤란하다. 청년들은 싫어하겠지만 청년으로 오래 남는 것이 길어진 수명을 감당할 통장 잔액을 유지하는 데도 유리하다. 청년인 당신이 “이래서 한국은 세대교체가 안 되는 것인가!”라고 한탄하고 있다면, 당신이 옳다. 같은 청년의 위로를 보낸다. 내 나이는 묻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문화와 트렌드를 감각적으로 꿰뚫는 ‘김도훈의 엑스레이’, 오늘부터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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