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첫마음
순백의 눈 같은 하얀 도화지 위에 첫 마음을 새긴다. 올해는 더욱 단단한 열정으로 내게 주어진 길을 잘 걸어가겠노라고. 무사 무사히, 건강하고 온유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 가족에게 단아한 예절로. 첫 마음을 쓰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어렵다는 걸 안 후로, 간혹 헛발을 뗄 때도, 무례할 때도, 버럭 궤도를 이탈할 때도 있음을 안다. 그때마다 넘어지지 않게 잘 지탱할 그 어떤 의지를 가슴 한쪽에 달고 살자.
새날을 다듬기 위해 책가도를 그렸다. 해마다 이맘때쯤 아버지는 가마니를 짜셨다. 추수한 곡식을 담을 가마니였다. 아버지가 가마니를 짜듯 나의 양식이 될 책들을 가지런히 훑어본다. 옛사람들의 책가도도 마음의 양식을 채운다는 의미였으리라.
연말에 영화 한 편을 보는 사치를 누렸다. 몇 년 만인 것 같다. 조용히 혼자 보려 했는데 어찌해 탄로가 나고 가족이 모두 알게 됐다. 명절을 빼고 단 하루도 집에서 뒹굴어 본 적이 없었고 무엇을 하든 매일 새벽, 어둠을 뚫고 집을 나섰던 나였다. 혼자 망중한을 내본 것은 처음이었다. 양심이 죄악처럼 상했다.
내가 본 영화는 노량이었는데 부제로 붙은 죽음의 바다가 마음을 저리게 했다. 나라에 충성하며 목숨을 바쳤지만, 가족을 지키지 못한 이순신의 어깨 너머에 한 무인의 고독하고 강인한 자신과의 결기가 눈물 끓게 했다.
좋은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나듯 뭉클하고 가슴 끓는 감동의 한 해가 됐으면. 이미 시작이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동훈 ‘하루 5개 SNS 논평’…뉴스 크리에이터 노렸나
- [속보] 삼성전자,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한다…"주주가치 제고"
- 안양 정관장, 고졸 ‘최대어’ 박정웅 1순위 지명
- 민주당 경기도당 "이재명 판결, 사법살인"
- ‘최초 의혹 제기’ 김은혜, 이재명 집유에 “거짓은 진실 이길 수 없어”
- '충격 받은 범 야권’… 친문·조국당도 “야당 대표 정치 생명 끊을 정도였나”
- 국제사이버대 사회공헌혁신센터, 정신장애 풋볼팀 대상 지식공유 특강
- 이재명 대권 행보 ‘먹구름’...한동훈 "사법부 결정에 경의"
- 인천 부평구 아파트 분리수거장서 초등학생 폭행한 고교생 3명 검거
- 김동연, 이재명 1심 선고 관련 “사법부 판단, 매우 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