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 맥주 사진은 좀....” Z세대 외면받는 맥주

송혜진 기자 2024. 1.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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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해외서 Z세대 ‘맥주 외면’

국내와 해외에서 맥주의 인기가 하락세다. ‘양’으로 마시던 술 문화가 ‘질’로 바뀌는 데다, 체중 감량에 신경 쓰는 Z세대 소비자가 늘면서 맥주를 예전보다 기피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를 과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낮은 맥주의 매력이 점점 떨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된다. 이에 맥주 업체들은 젊은 층을 겨냥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맥주 부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맥주의 눈물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맥주 시장 80%를 점유하는 라거 맥주 판매액은 2018년 1조3327억원, 2019년 1조2619억원, 2020년 1조1321억원, 2021년 1조1268억원 순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 격리가 완화된 2022년엔 1조2610억원으로 살짝 반등하는 데 그쳤다. 주류 업계 관계자들은 “2023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맥주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들 예측했지만, 맥주 판매량이 생각보다 크게 뛰진 않았다”고 했다.

맥주 수입액 역시 최근 몇 년째 줄고 있다. 2018년 3억968만달러(약 4045억원)였던 맥주 수입액은 2022년 1억9508만달러(약 2548억원)가 됐다. 2023년 6월까지의 맥주 수입액은 1억978만달러(약 1434억원)였다. 관세청 관계자는 “2023년 1년간 전체 맥주 수입액은 2022년보다는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2022년 맥주 수입액이 역대 최저였던 것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반등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맥주 매출이 점점 줄어들자 편의점에서는 ‘4캔 1만2000원’ 상품을 ‘3캔 9000원’으로 바꿔 마케팅에 나서기도 한다. 혼술을 즐기는 젊은 층을 겨냥해 최소 구매 단위를 낮춰 수요를 늘려보려는 셈법도 포함된 마케팅이다.

이런 맥주의 위기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주류 시장 조사 기관 비어마케터인사이트는 2023년 1~9월 맥주 출하량은 그 이전 해 같은 기간보다 5.3% 줄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미국 맥주 시장은 2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다. 2022년 같은 기간엔 2021년보다 맥주 출하량이 3.5% 줄었다. 미국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젊은 세대가 최근 맥주를 덜 마시면서 미국 최대 인기 주류였던 맥주의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 조사 기관 엠알아이 시몬스의 최근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는 미국에서 가장 술을 덜 마시는 연령층으로 꼽혔다. 지난 6개월 동안 술을 마셔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Z세대는 58%로 전체 세대 중 가장 적었다. 이 중 87%는 증류주를 마셨고 56%는 맥주를 마셨다고 답했다. 이들은 맥주 대신 위스키 같은 증류주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술을 적게 마시고 싶을 땐 무(無)알코올 맥주나 탄산수에 알코올과 향미를 첨가한 ‘하드 셀처(hard seltzer)’를 골랐다.

위스키 판매는 반대로 상승세다. 신세계 L&B 관계자는 “소셜미디어에 사진 올리기 좋고, 한 잔을 먹어도 더 빨리 취한다는 점에서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위스키 수입량은 2021년 1만5662톤에서 2022년 2만7038톤으로 72.6% 뛰었다. 2023년엔 사상 처음으로 3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젊은 소비자 모으려 안간힘”

주류 업체들은 줄어드는 젊은 소비자를 다시 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30대를 겨냥한 라거 맥주 ‘켈리’를 작년 4월 출시하고 2억병 넘게 판매했지만, 9월 이후 성장세가 꺾여 고민 중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모이는 야구장 등을 중심으로 각종 시음 행사를 벌이는 방안 등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1월 기존 맥주보다 청량한 맛을 강조한 신제품 ‘크러시’를 출시했다. 병 모양도 어깨를 깎아내 빙산 모양처럼 만들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기존 맥주와는 다른 맥주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맥주 점유율 1위 업체인 오비맥주는 “올해는 젊은 고객을 더 많이 불러 모으기 위해 각종 페스티벌도 열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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