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뜻 다른 정파 겨냥 묻지마식 정치 테러/경기경찰, 60개 선거구 안전 괜찮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테러를 당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던 중이었다. 기자들과 문답을 끝내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취재진 바로 뒤에서 범인의 모습이 목격됐다. 남성은 “사인해 주세요”라면서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들어 이 대표의 목 부위를 찔렀다. 주위의 비명과 함께 이 대표가 바닥에 쓰러졌다. 주변 사람과 경찰에 의해 남성은 제압됐다. 그는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고 쓴 종이 모자를 쓰고 있었다.
경찰청장이 수사본부를 설치해 강도 높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사건 경위, 범행 동기, 배후 유무 등을 모두 밝히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날 부산 방문은 당 차원의 행사였다. 취재진과의 소통 방식도 통상적인 예에 준해 이뤄졌다. 범인은 처음부터 이재명 지지자로 가장해 접근했다. 딱히 경찰의 경호 또는 신병 보호가 허술했다는 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바로 이 부분이 되레 총선 테러를 걱정하게 만든다.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일상 테러다.
지난 대선 이후 우리 선거는 극단적으로 흘렀다. 보수·진보 진영 대결이 극렬해졌다. 일부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상황 조장도 한몫한다. 이런 정황들이 선거 현장을 살벌하게 몰고 가는 요인이다. 테러의 대상도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에는 특정 정치 지도자를 겨냥한 테러가 주를 이뤘다. 경찰은 주요 정치 지도자만 집중 경호하면 됐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테러 대상이 무작위다. 테러의 목표를 상대 정치인이 아니라 상대 이념 집단 자체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대선을 사흘 앞두고 테러가 발생했다.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 송영길 대표를 노렸다. 둔기를 휘두른 범인은 69세 유튜버였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도 물리적 충돌이 계속됐다. 선거운동 중이던 김태우 후보 측 운동원이 폭행을 당했다. 추석 인사 현수막이 불에 타기도 했다. 생방송을 틀어 놓고 후보에게 욕설과 모욕을 하는 유튜버도 있었다. 이념적 갈라치기와 이에 편승하려는 일상 테러의 전형들이다.
석 달 뒤면 총선이다. 경기도에만 60개 선거구에서 치러진다. 200명 이상의 후보들이 사생결단을 시작할 터다. 이들 대부분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점은 윤희근 경찰청장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신병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옳은 판단이다. 이제 이 지침을 어떻게 현장에 구현할지가 남았다. 중요한 것은 경찰의 의지다. 경기남부경찰청의 의지다.
부정 선거 적발 10건도 중요하다. 더 중요한 건 선거 테러 예방 1건이다. 이게 선거를 앞둔 경찰에게 지침이 돼야 하고 평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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