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발리볼 헤븐… 우리카드 창단 첫우승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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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체육관으로 연결되는 서울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 옆 벽면에는 지난달부터 슬로베니아어로 생일을 축하하는 "우세 나이볼셰"라고 쓴 광고가 붙어 있다.
이 체육관을 안방으로 쓰는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 외국인 선수 마테이(28)의 생일(12월 11일)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이 내건 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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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크리스마스 다음 날 장충체육관에서 만난 마테이는 “광고가 붙었다는 얘기에 한걸음에 달려가서 확인했다.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한 적이 없어 정말 기뻤다. 한국은 역시 ‘발리볼 헤븐’(배구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2일 현재 승점 42(15승 5패)로 남자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우리카드를 우승 후보로 꼽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때 사실상 최후순위인 6순위 지명권을 얻는 데 그친 것도 우리카드가 시즌 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였다. 우리카드로서는 다행스럽게도 마테이가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백조’였다. 마테이는 득점(518점)과 서브 에이스(세트당 0.408개) 각 3위, 공격성공률(52.6%) 4위에 이름을 올리며 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2라운드 때 이석증으로 고생하기는 했지만 컨디션을 되찾으면서 3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이름을 올렸다.
우리카드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이 정도 활약을 펼친 건 알렉스(33·포르투갈)뿐이었다. 2020∼2021시즌 알렉스는 팀을 창단 후 첫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무대로 이끌었지만 정상 등극에는 실패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알렉스가 섬세한 살모사라면 마테이는 순한 양”이라고 평했다. 알렉스는 성격이 예민한 반면에 마테이는 무던하고 성실한 선수라는 뜻이다. 신 감독은 “그러나 마테이는 코트에만 들어서면 들판에 풀어 놓은 야생마로 변한다. 경기 중엔 누구 못지않게 뜨겁게 불타오른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마테이는 “어려운 공이 올라올 때도 어떻게든 처리해서 반드시 점수를 올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뛰고 있다. 열심히 훈련하면서 집중력을 키운 게 결과물로 나오고 있다”면서 “나는 원래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가 주 포지션이지만 우리카드에서는 오퍼짓 스파이커(라이트)를 맡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한 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오퍼짓 스파이커는 공격과 서브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에 더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테이는 그러면서 “내 배구 인생에서 굉장히 큰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카드 선수들 모두가 자신감이 가득 차 있는 상태다. 매 경기 소중히 여기고 집중하면 챔프전 우승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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