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구멍… 백내장 막히자 전립선이 뚫렸다

권순완 기자 2024. 1. 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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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환자에게도 묶기 시술
통상가의 6배 1200만원 청구
규정 애매해 보험업계 골머리

70대 남성 A씨는 2022년 서울 강남의 한 비뇨기과에서 전립선을 묶는 시술을 받았다. 시술 후 병원이 A씨의 실손보험 보험사에 청구한 금액은 약 1200만원. 통상 가격인 200만원의 6배에 달했다.

보험사 조사 결과 A씨 아들인 30대 B씨가 이 무렵 이 병원에서 음경 확대술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음경 확대술 가격은 통상 300만원 안팎인데, B씨가 수술비를 병원에 낸 기록이 없었다. 보험사는 ‘병원이 B씨에게 음경 수술을 공짜로 해주는 조건으로, 아버지 A씨에게 전립선 시술을 받게 하고 그 비용을 보험사에 과다 청구한 것’이라고 결론 내고, 병원을 수사 기관에 신고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남성의 ‘전립선 결찰술(묶기)’ 시술이 보험금 과다 청구의 새 유형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성의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주변 요도를 막아 소변이 잘 안 나오는데, 전립선 결찰술은 전립선이 부푼 곳을 의료용 철사로 묶어 소변 길을 터 준다. 장년층 남성이 많이 받는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2년 전립선 결찰술에 대한 보험 청구액은 약 143억원이다. 2018년 25억원에 불과했는데, 4년 만에 6배 가까이로 뛴 것이다. 청구액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 2019년 42억원, 2020년 53억원, 2021년 89억원으로 매년 20~60%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보험업계를 괴롭힌 ‘백내장 수술 과잉 청구’에 이어, 이번엔 전립선 결찰술이 과다 청구의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립선 결찰술은 비급여 시술로 정가(定價)가 따로 없다. 그렇다 보니 병원마다 시술비가 중구난방이다. 의원(동네 병원)급에서 보험사에 청구하는 시술비는 적게는 60만원부터 많게는 1200만원에 달한다. 또, 현행 규정상 ‘전립선 결찰술이 필요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환자가 50세 이상인지, 전립선 크기가 100cc 이상인지밖에 없다. 이 조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항상 요도가 막히는 것도 아니다.

일부 병원들이 이런 상황을 이용해 의료적 처치가 불필요한 사람에게까지 시술을 권하고, 그 비용을 보험사에 과다 청구한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그 과정에서 환자 측도 병원에 협조하며 100만원 이상의 뒷돈을 챙기거나, B씨 사례처럼 ‘공짜 수술’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다한 보험금 청구는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다른 고객의 보험료를 오르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병원이 전립선 결찰술을 강권한다면 ‘도덕적 해이’가 있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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