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배 빨리 들으니 더 신나네” Z세대 음악 ‘스페드 업’ 바람

김태언 기자 2024. 1. 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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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최근 몇 년 새 '빠른 호흡'의 음악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원곡을 1.5배속, 2배속 등 빠른 속도로 감상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가 된 것.

스페드 업은 특정 노래의 속도를 원곡에 비해 120∼150%가량 빨리 돌려 듣는 2차 창작물이다.

힙합그룹 다이나믹 듀오는 9년 전 발매한 곡 'AEAO'를 스페드 업 버전으로 재해석해 지난해 8월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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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토커 ‘배속 버전’ 챌린지 입소문… 그룹 엑소 ‘첫 눈’ 10년만에 역주행
에스파-르세라핌도 배속 버전 공개
해외선 레이디가가 노래 다시 인기
문화계 “쇼트폼 콘텐츠만 확산 우려”
르세라핌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최근 몇 년 새 ‘빠른 호흡’의 음악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원곡을 1.5배속, 2배속 등 빠른 속도로 감상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가 된 것. 수년 전 발표된 곡이라도 재생 속도를 빠르게 할 경우 가수의 목소리나 곡의 분위기가 바뀌어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엑소
지난해 12월 21일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인 멜론 차트 톱100에서 1위를 차지하며 발표 10년 만에 역주행에 성공한 보이그룹 엑소의 곡 ‘첫 눈’이 대표적이다. 원곡은 잔잔한 어쿠스틱 팝이지만 최근 한 틱토커가 빠른 배속 버전의 ‘첫 눈’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며 주목받았다. 일명 ‘댄스 챌린지’로 대중의 인기를 얻으며 원곡 ‘첫 눈’의 음원 역시 2013년 발표 이후 10년 만에 재조명됐다.

‘배속 음원 문화’ 트렌드는 틱톡, 쇼츠(유튜브), 릴스(인스타그램) 등 60초 이내의 짧고 간결한 동영상이 대세로 자리 잡은 쇼트폼(short form) 콘텐츠의 홍수 현상과 맞물려 있다. 이들 영상에 빠른 호흡의 곡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며 새로운 경쟁력을 지니게 된 것. 지난해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한 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곡 ‘큐피드’도 배속 버전이 틱톡에서 유행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에스파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가요 기획사와 가수들은 Z세대의 취향을 반영해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을 따로 내놓기도 한다. 스페드 업은 특정 노래의 속도를 원곡에 비해 120∼150%가량 빨리 돌려 듣는 2차 창작물이다. 걸그룹 에스파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곡 ‘드라마’와 ‘징글 벨 록’의 스페드 업 버전을 지난해 12월 15일 내놓았고, 또 다른 걸그룹 ‘르세라핌’ 역시 지난해 10월 첫 영어 디지털 싱글 ‘퍼펙트 나이트’를 발매하며 스페드 업 버전을 내놓았다. 힙합그룹 다이나믹 듀오는 9년 전 발매한 곡 ‘AEAO’를 스페드 업 버전으로 재해석해 지난해 8월 발표했다.

해외에서도 ‘스페드 업’ 곡들이 주목받고 있다. 팝가수 레이디 가가의 2011년 발표곡 ‘Bloody Mary’ 역시 한 틱톡커가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의 한 장면에 빠른 버전의 ‘Bloody Mary’를 삽입한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며 2022년 각종 음원 파트를 역주행했다. 결국 레이디 가가는 11년 만에 해당 곡의 스페드 업 버전을 공식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영국 팝스타 샘 스미스도 2014년 곡 ‘I’m Not The Only One’의 스페드 업 버전을 내놓았다.

‘스페드 업’ 버전의 곡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개 보컬이나 악기 녹음을 따로 하진 않고, 원곡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원곡 음의 속도나 높이를 조정하는 식이다. SM엔터테인먼트 ONE 프로덕션 장샛별 A&R 리더는 “댄스 챌린지는 이제 하나의 놀이가 됐다. 빠른 속도의 곡에 댄스의 난도가 높아지면 소비자들에겐 더욱 도전적인 오락 활동으로 인식된다”며 “이는 원곡 음원 소비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문화계 전반에 퍼져 있는 배속 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쇼트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빠른 템포의 곡이 생겨났다”며 “이러한 경향이 심화될수록 음악과 영상 등 콘텐츠의 원래 속도에 대해 쉽게 지루해진다. 제작자 역시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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